우리 집엔 TV가 없다. 보통 처갓집이나 본가에 갔을 때 잠깐씩 TV를 본다. 밥 먹다가 TV를 보니 <극한84>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 몇 번에 걸쳐서 짧게 짧게 봤는데 참 재미있네 이게... 예전에 기안84가 다른 예능에서 뉴욕 마라톤 나갔을 때도 좀 봤는데, 사실 그때는 큰 재미를 못 느꼈다. 그런데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아프리카에서도 달리고 와인 마시면서 프랑스에서도 달리고, 심지어 북극에서도 달린다. 그냥 달리는 것도 아니고 무려 풀코스를 말이다.
아프리카 편은 나는 보지는 못했고, 프랑스 메독 마라톤 편은 띄엄띄엄 봤다. TV를 보면서 기록보다도 저렇게 재미있게 코스프레를 하고 중간중간 먹으면서 마시면서 즐겁게 뛰는 마라톤 대회도 있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마라톤 뛰다가 중간에 와인을 마시는 부분은 좀 깜짝 놀랐다. <아, 저렇게 술 마시고 뛰어도 되느건가?>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대회가 새로 생긴 대회도 아니고 몇 십 년 동안 이어진 대회이니, 술을 마시고 뛰어도 크게 다치거나, 쓰러진 사람은 없었던 모양이다. 아마 인사 사고가 있었다면 대회가 계속 개최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메독 마라톤 편은 재미있게 봤지만, 딱히 나는 술을 마시면서 뛰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다음 편이 북극 마라톤인데 예고편을 보고 내용이 너무 궁금해졌다. 아니, 사람도 살지 않는 북극에서 마라톤 대회라니, 참 신박하다. 10km도 아니고 하프도 아니고 무려 풀코스 마라톤이라니 정말 나는 상상도 못 했다. 너무 보고 싶은데 TV가 없는 관계로 OTT서비스를 이용해서 짬짬이 보고 있다. 아직 끝까지 시청은 못했고 현재 대회 시작 그리고 중간 정도까지 뛰는 걸 봤다.
빙하 위를 뛰면 어떤 기분일까?
정말 가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눈앞에 얼음과 눈과 땅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런 곳을 달리면 현실이 아니라 마치 꿈속에서 달리는 기분이 들 것 같다. 그리고 그냥 달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아이젠을 끼고 달려야 하는 구간도 있고, 로프를 이용해서 올라가야 하는 업힐도 있고 42km가 전혀 지루하지 않아 보였다.
세계 7대 마라톤 대회, 그리고 평범한 중소 규모의 마라톤 대회들만 있는 줄 알았지, 이렇게 이색적인 마라톤 대회들이 있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 알아야 꿈을 꿀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북극 마라톤 대회라는 걸 알고 나니 나도 한 번 가보고 싶다는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구글링을 조금 해보니 참가비가 몇 천만 원 단위라고 한다. 아.... 그냥 천만워도 아니고 몇 천만 원이라니 하하. 주로 스폰서를 받는 선수들 그리고 아주 돈이 많은 분들이 참가한다고 한다.
애매한 비용이었으면 무리를 해서라고 가고 싶었을 텐데, 오히려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라 쉽게 마음을 접을 수 있었다. 역시 그냥 꿈, 로망의 영역으로 남겨둬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몰랐으면 꿈도 꾸지 못했을 텐데, 꿈이라도 꿀 수 있게 돼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