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동아마라톤대회가 있었다. 그리고, 봄이 왔다는 걸 알리기라도 하는 듯, 여기저기에서 크고 작은 마라톤 대회가 열리고 있다. SNS에 올라오는 마라톤 대회 사진을 보고 있으면, 나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대회 신청하는 일이 매우 귀찮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열리는 대회는 모두 몇 달 전에 참가 신청이 마감된 그런 대회들이라 내가 참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아마도 상반기 메이저 대회들은 벌써 참가 신청이 마감되었을 것이고, 규모가 비교적 작은 중소규모의 대회는 아직 참가 신청이 가능한 대회들도 있을 것이다.
SNS에서 서울동아마라톤 대회 사진들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인*타그램 추천 피드로 JTBC마라톤대회 접수 관련 피드가 떴다. 요즘 러닝붐으로 인해, 이렇게 큰 메이저 대회는 몇 분 컷으로 참가가 마감되는데, 요즘 나에게 그렇게 시간 요이땅해서 신청하고, 떨어져서 혼자 분노하며 감정소모하고 그럴 생각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자세히 읽어보니 선.착.순.이 아니라 추.첨.제.이다. 추첨제라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일단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피드를 발견한 게 그날 오전 9시쯤이었고 10시부터 접수 시작이다. 기간인 이틀정도가 접수 기간이었고, 접수 후 추첨을 통해 참가자를 뽑는다고 했다. 그렇게 그날 JTBC마라톤 대회 참가 신청을 했고, 며칠 후 문자가 왔다. 당첨이다 당첨!!
와, 이게 또 되네... 되면 좋은 거고 안돼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운이 좋았던 건지, JTBC마라톤 대회에 당첨이 되었다. SNS를 보니 안되신 분들도 꽤 많이 보인다. 경쟁률이 어땠는지, 공정하게 추첨을 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명 러닝 인플루언서분도 떨어지셨다는 글을 보니, 나름 공정한 것 같기도 하다.
JTBC마라톤 대회는 2023년에 10km를 참가한 적이 있었고, 서울에서 풀코스를 한 번도 달려본 적이 없어서 기대가 된다. 풀코스의 첫 10km 구간은 10km와 구간이 같아서 익숙한 루트이고, 서울동아마라톤대회가 종로, 을지로에서 빙글빙글 도는 것에 비해 나름 직선(?)으로 서울을 가로질러 나가는 대회라 개인적으로 더 뛰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두 번의 풀코스 완주 때는 지방대회라 나 혼자 뛰러 나갔었는데, 이번에는 서울 대회이니, 와이프와 아이들에게 피니시라인에 응원하러 나오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아서 기대도 된다.
그런데, 완주 못하면 어쩌지? ㅎㅎ
막상 신청을 하고 나니,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요즘 장거리도 많이 못 뛰었고, 더운 여름에 또 풀코스 준비로 장거리를 연습하고 LSD훈련을 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숨이 턱 막히는 것 같다. 그래도 작년에 처음 풀코스 준비할 때큼 떨리지는 않는다. 작년보다 더 빨리 달리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저 풀코스 완주 한 번 더 해보고 싶은 마음, 즐기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주로에서 최선을 다해 달리는 아빠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대회가 11월이라 아직은 마음이 느긋하지만, 막상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다가오면, 나름 스트레스의 크기와 빈도는 더 커질 것 같기는 하다. 러닝이 요즘 지루해지려고 하던 찰나, 이렇게 또 동기부여를 받고 열심히 뛰게 생겼다. 적어도 11월까지는 꾸준하게 러닝을 하는 사람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