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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블로그로 동기부여

by 존버헨리

나는 러닝 기록들을 블로그에 차곡차곡 기록을 하고 있다. 처음엔 누구를 보여준다는 그런 마음보다는 내 기록을 내가 아카이빙 한다는 느낌으로 시작했다. 물론 러닝앱에도 시간과, 날씨, 페이스, 케이던스, 심박수 등 정말 내가 보지도 않고 신경도 안 쓰는 데이터까지 세세하게 기록이 되지만, 블로그 같은 공간에 다시 기록하는 일은 또 다른 종류의 기록이 된다.


우선 가장 큰 다른 점은 러닝앱에서는 오로지 객관적인 데이터들만 기록이 되지만, 블로그 같은 공간에서는 그날 나의 느낌이나 컨디션 등 소소한 나의 생각들을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은 몇 km지점에서 너무 힘들었다던가, 지나가던 다른 러너와 따봉을 주고받았다던가 아니면 정말 추웠다, 더웠다 등등 따위의 이야기들을 소소하게 기록할 수가 있다. 이삼일에 한 번씩 뛰는데, 매일 뭐가 그렇게 다를까 싶지만, 이제는 루틴이 되었고 그래도 매일매일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생긴다. 물론 그날 그날의 소소한 기억들을 글로 쓰고, 러닝앱에서 캡처한 객관적인 데이터들도 함께 기록을 하고 있다.


그리고 러닝앱과 블로그 기록의 또 다른 차이점은 바로 소통이다.

러닝앱 중에서도 친구 추가가 되고, 나와 친구들 사이에 기록을 공유할 수는 있지만,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처럼 글을 길게 주고받을 수 있는 그런 플랫폼은 아니다. 하지만 블로그에서는 서로 글로써 소통을 할 수 있다. 서로의 러닝을 응원도 해주고,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가끔은 러닝용품 추천이나 세일 정보 등도 주고받는다.


나의 러닝 기록 블로그 글을 누가 읽을까 싶었지만, 지금은 소통하는 분들이 몇 분 계신다. SNS의 장점 중 하나인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만나게 되는 것이다. 러닝을 하는 분들과 이웃이 되고, 나도 그분들의 블로그에 가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뛰나 구경도 하고 응원도 한다.


나처럼 혼자 뛰는 혼런족들이 대부분이라, 러닝크루가 없는 우리에게 블로그 러닝 기록은 아주 큰 동기부여가 된다. 러닝앱도 동기부여의 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경험상 블로그 기록에 의한 동기부여는 비교가 안될 만큼 더 강력하다. 물론 꼭 블로그여야 할 필요는 없다, 인스타그램도 좋고 스래드여도 소통하는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다면 러닝앱보다 훨씬 큰 러닝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나의 블로그 이웃분 중의 한 분이 인터벌 러닝을 하고 있다는 글을 봤다. 10km를 뛰면서 2km는 빠르게 1km는 느리게 이런 식으로 뛰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분은 나랑 비슷한 연령대에 육아 러너라 여러 모로 나와 비슷한 상황인데 그분의 글을 읽고 아,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체계적으로 빠르게 느리게, 다시 빠르게 느리게 힘들여서 뛰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 중간에 나도 빡런으로 1km를 3분대에 한 번 찍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그분 러닝 페이스는 나보다는 약간 빠른 편이며, 차트를 보니 빨리 뛰면 3분 대도 가끔 찍혀서 나왔다.


그래서 나도 요즘 러닝 중 중간에 한 번씩 1km를 빨리 뛰려고 연습을 하고 있다. 아직 한두 번 밖에 시도를 안 해봤고, 4분대 초반까지 페이스가 나왔다. 아마 몇 번 더 하면 3분 59초 정도는 한 번 찍을 날이 올 것 같기는 하다.


블로그의 단점이 하나 있는데, 그런 바로 갑작스러운 이별이다.

소통하던 이웃 러너 블로거가 어느 날 소리 소문도 없이 자취를 감추고는 한다. 좀 궁금하기도 하고, 무슨 일이 있나 걱정이 되기도 한다. 물론 만난 적 한 번 없는 사람이지만, 갑자기 온라인 공간에서 사라지면 좀 아쉽기도 하고 하트 눌러주고 댓글 달아주는 사람이 또 한 명 사라졌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러닝 관련 글들 뿐만 아니라 블로그 세계에서 수많은 이웃들과 만남과 이별을 했다. 러닝 시작하고 몇 달하고 그만두는 사람이 비일비재한 것처럼 블로그도 꾸준히 하는 사람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은 현실이다.


블로그를 그만둔 건지, 러닝을 그만둔 건지, 둘 다 그만둔 건지...

역시 꾸준히 하는 게 제일 어렵다. 빨리 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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