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할 때 음악 듣는 분들은 얼마나 될까?
음악을 듣는 쪽과 듣지 않는 쪽.. 엇비슷하게 있지 않을까.
음악을 듣는 쪽은 나처럼 주로 혼자 뛰는 분들에게 해당될 것이고, 러닝 크루들과 함께 단체 러닝을 하는 분들이라면 음악을 굳이 듣지는 않을 것 같다. 혼자 뛰는 분들 중에도 러닝 에세이들을 보면, 바람소리, 새소리를 즐기면서 뛰시는 분들도 있다.
나는 혼런족이라 거의 매번 에어팟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며 달린다. 깜박 잊고 에어팟을 안 끼고 나온 날이나, 배터리 방전으로 중간에 음악이 끊기기라도 하면 좀 불안하고 당황스럽고, 뛸 의욕이 사라질 정도로 나는 러닝 할 때만큼은 음악 중독이다.
평상시에도 음악을 거의 하루종일 듣기는 한다. 나의 음악 취향으로 말할 것 같으면 마치 짬뽕 취향이다. 취향이랄 게 없을 정도로 마구잡이식으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이다. 락, 발라드, R&B, 힙합, 재즈 그리고 클래식까지... 주로 팝송을 많이 듣고 가요도 가끔 듣는다. 굳이 예외적으로 잘 안 듣는 음악은 요즘 음악이다. 나이 탓인지 새로 나온 가수, 노래 등에 별 감흥이 없다. 가요를 들어도 옛날 가수들의 옛날 노래를 좋아한다. 그나마 요즘 가수들 노래라 하면 나에겐 검정치마, 잔나비, 장기하 정도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주로 록 음악을 많이 들었다. 짬뽕 같은 나의 음악 취향 중에서도 굳이 따지자면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은 록음악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록음악을 들으면서 뛰었다. 록음악과 스피디한(?) 러닝은 꽤 잘 어울리기도 했다. 그때는 열정 가득했고, 손수 러닝 플레이리스트도 여러 개 만들어 둘 정도로 러닝용 음악에 진심이었다.
지금도 아이폰에 러닝플레이리스트가 몇 개 있는데, 몇 곡 소개해 보자면,
Basket case_Green day
Welcome to the jungle_Gun N' Roses
Crazy train_Ozzy Osbourne
Smells like teen spirit_Nirvana
이런 곡들이 있다.
비트가 빠르고 듣기만 해도 헤드뱅잉을 해야 할 것 같은 이런 음악을 속된 말로 <달리는 음악>이라고도 하니 달릴 때 들으면 역시 없던 의욕도 샘솟았다.
그러던 내가 요즘은 달릴 때 주로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KBS 클래식 FM을 들으며 뛰고 있다. 러닝 하면서 클래식 음악을 듣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LSD다. 러닝 초보시절에 거리를 늘리고 싶었고, 주워들은 바로는 더 길게 뛰려면 천천히 뛰어야 한다고 해서 천천히 뛰기 위해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물론 평소에도 클래식 FM을 자주 듣는 편이고 해서, 러닝 할 때 들어봤는데 나쁘지 않아서 계속 듣고 있다.
지금은 나름 페이스 조절이 가능하지만, 초보 시절엔 페이스 조절이 내 마음대로 잘 되지를 않았다. 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서 뛰고 있으니, 더 빨리 뛸 수는 당연히 없었고, 느리게 뛰는 것도 내 마음처럼 느리게 뛰어지지를 않았다. 말로 설명하기는 좀 어렵지만, 그냥 뛰는 것도 힘든데 느리게 뛰면 같은 거리를 더 긴 시간 동안 달려야 하니 더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뭐 그런 거다. 내 몸이 시키는 대로, 컨디션이 좋은 날은 그냥 좀 빨리 뛰어지는 것이고, 컨디션이 별로인 날은 그냥 좀 늦게 뛰어지는 것이었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그래서, 느리게 뛰기 위한 시도 중의 하나가 바로 클래식 음악이었다. 클래식 음악을 내가 선곡하고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정도로 클래식과 친하지는 않으니까, 자연스레 클래식 FM을 들으며 뛰게 되었다. 록 음악에 비하면 비교적 템포가 느린 곡들을 들은 효과가 있었는지, 다행히 러닝 페이스도 줄일 수 있었고, LSD 훈련도 꾸준히 해서 러닝 거리를 늘리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이제는 러닝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수고로움을 더 이상 즐기지 않을 정도로 게을러졌고, 요즘은 아무 생각 없이 클래식 FM이나 애플뮤직의 큐레이션에서 나오는 음악들을 듣고 있다.
클래식 음악이라고 따분한 음악만 있는 게 아니다. K-POP에도 댄스 음악만 있는 게 아니라, 발라드도 있고 힙합도 있는 것처럼 클래식에도 쇼스타코비치 왈츠처럼 나름 박력 있고 다이내믹한 곡들도 있고 쇼팽이나 리스트처럼 서정적인 곡들도 있다.
나처럼, 느리게 뛰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 분들이 계시다면 클래식 음악을 추천한다.
곡을 뭘 골라야 할지 모른다면, 클래식 FM 라디오를 들으면 된다.
KBS Kong이라는 앱을 다운로드해서 열고 클래식 FM 채널을 선택하면 된다.
광고 협찬 아닙니다.
오해는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