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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 대회 아니고 축제입니다

by 존버헨리

한강 수영장 아니고 진짜 한강에서 수영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달리기도 하는 축제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이름하여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라는 것인데, 올해가 2회째이며, 이것은 대회가 아니라 축제이다. 마치 철인 3종 경기를 떠올리게 하는 종목들이지만, 이 축제는 기록을 측정하지 않고 완주를 목표로 하고 즐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참가 접수를 하면 손목에 종이 팔찌를 해 주는데, 각 종목 출발할 때마다 각 종목에 사인펜으로 체크를 해 준다. 3개 종목에 체크를 완성하면 나중에 완주 메달을 받게 된다.


기록을 측정하지 않기 때문에, 완주를 했는지 안 했는지 감시하는 사람도 없으며, 3가지 종목의 순서도 자기 마음대로 정할 수 있고, 축제 기간 3일 동안 하루에 한 종목씩 참여를 해도 되고, 오전에 한 종목하고 쉬었다가 오후에 또 다른 종목을 해도 된다. 축제 이름이 쉬엄쉬엄인 것처럼 말이다.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가 지난 주말에 있었는데, 이런 축제가 있다는 사실은 작년 1회 대회 때부터 알고 있었고 이번 2회 대회 때도 참가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신청기간을 놓친 상황이었다. 이번 축제 기간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였는데, 금요일 오후에 인스타그램 친구분께서 참가 인증샷을 올리셨다. 궁금한 마음에 DM을 보냈다. 나도 참가하고 싶었는데 못했다고, 나도 너무 가고 싶다고....


- 현장 접수도 가능해요! 내일 가세요!!


이렇게 답장이 왔다. 잉????? 현장 접수도 된다고??ㅋㅋ

그래서 생각지도 않았던 축제에 급 참여를 하게 되었다. 토요일에 참가를 했고, 초급자 코스로 신청을 했다.

참고로 상급자 코스는 한강 남단에서 북단으로 1km를 수영하는 코스가 포함되어 있는데, 상급자 코스는 현장 접수가 불가했다. 어차피 나는 수영을 잘 못하므로 초급자 코스로 신청을 했다. 초급자 코스는 한강 수영장 200m, 한강 수영 300m 두 가지 코스가 있으며 자전거 10km, 달리기 5km는 동일한 코스다.


별생각 없이 현장에 도착을 했고, 나는 일반적인 철인 3종 경기 순서에 따라 수영, 자전거, 달리기 순으로 참가를 했다. 철인 3종 경기 순서가 분명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내가 오후 늦은 시간에 현장에 도착해서 수영을 늦게 하면 한강 물이 더 차가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수영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물에 빠져 죽지 않을 만큼은 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수영장이 아닌 오픈 워터에서 수영을 한다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것인지 몰랐다. 한강 물속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막상 한강 물에 입수를 하니 수영 영역에 쳐 놓은 밧줄과 부이에서 손을 도저히 뗄 수가 없었다. 한강 물이 많이 차다는 후기를 많이 봤는데, 물에 대한 공포감이 추위를 압도해서 추위를 느낄 틈도 없었다. 그렇게 밧줄을 당기며, 물속에서 발장구를 끊임없이 치며 한 70m쯤 가다가 힘이 다 빠져서 안전요원의 도움으로 다시 물 밖으로 나왔다.


물 밖으로 나와 보니, 구명조끼를 빌려주는 곳이 눈에 띄었다. 아.. 구명조끼가 있었구나. 무료로 빌려 주는 거라고 하며, 출발할 때 안내 못 받았냐고 안전 요원이 내게 물어본다. 안내 못 받았는데요 ㅠㅠ


어차피 완주를 안 해도 그만이지만, 이대로 돌아서기에는 자존심이 좀 상했다. 결국 5분 정도 고민을 하다가 구명조끼를 입고 다시 입수를 했고 결국 완주를 했다. 구명조끼를 입고도 오픈 워터의 공포감은 여전했지만, 밧줄을 잡고 가다 보니 좀 적응이 되어, 후반에는 자유형, 배영까지 하면서 돌아올 수 있었다.


오리발을 직접 가져와서 끼신 분들도 있었고, 나처럼 밧줄을 잡고 가시는 분들도 꽤 많았다. 구명조끼 빌려주는 곳 옆에 튜브도 가득히 쌓여있었는데, 튜브를 이용하는 분들은 내가 있던 시간대에는 보지를 못했다. 전체적으로는 안전 요원분들이 촘촘히 배치되어 안전하게 잘 운영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수영을 마치고, 축제 측에서 제공하는 따릉이를 타고 10km를 달렸고, 또 5km를 달렸다. 수영을 마치고 힘이 빠진 상황이라 자전거는 천천히 좀 즐기면서 탔고, 달리기 5km는 완주 메달 받는 부스 마감시간이 간당간당해서 좀 급하게 달렸다. 수영을 하고, 자전거까지 탄 상황에서 5km를 잘 뛸 수 있을까 걱정을 했지만, 생각보다 몸이 가볍게 잘 뛰어졌다. 수영, 달리기 때문에 체중이 빠져서 그런 건지 근육이 풀려서 그런 건지 몸이 너무 가볍고 기분도 좋았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나도 아침부터 와서 쉬엄쉬엄 한 종목씩 즐기면서 한강에서 피크닉도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년에 또 참가를 하게 된다면 꼭 그렇게 하리라 다짐해 본다. 어느 도시에나 있는 그런 마라톤 대회나 철인 3종 대회가 아니라 이런 <한강 3종 축제>라니 참 개성 있고 기발한 아이디어 같다. 어디에서 벤치마킹을 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서울만의 유니크한 이런 축제 아이디어 너무 마음에 든다.


아직 2회 대회라 많은 분들이 모르기도 하고, 운영도 조금은 아쉬움이 남지만,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즐기고 운영도 차차 더 나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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