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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대회 문자

by 존버헨리

며칠전 낮에 문자가 하나 왔다.


'(광고)9/** 제1회 ****마라톤 선착순 접수 중'


잊을만하면 이렇게 한 번씩 마라톤 대회 안내 문자가 온다. 도대체 내 개인 정보는 어디서 얻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마라톤 대회 몇 번 참가하고 나니 내 개인정보가 돌고 도는 모양이다. 내가 마케팅 수신에 동의를 웬만하면 안 하는데 나도 모르게 동의가 된 건지, 그것과는 상관없이 그냥 막 개인 정보 돌려쓰는 건지 모르겠다.


이렇게 나의 의자와 상관도 없이 광고 문자를 수신하는 것, 그리고 내가 전화번호를 주지도 않았는데 나도 모르는 곳에서 나에게 광고 문자를 보내는 것을 나는 아주 극혐하고 분노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라톤 대회 문자에는 좀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내가 모르는 정보들을 알려주니 말이다. 수많은 마라톤 대회를 내가 다 찾아볼 수도 없거니와 같이 뛰는 크루도 없어서 나에게 이런 정보들을 나누거나 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어제 문자가 온 마라톤 대회는 지방 대회라, 참가는 안 할 것 같다. 참고로 이렇게 문자가 오는 대회들은 보통 중소규모의 마라톤 대회다. 모두 알다시피 메이저 대회는 문자를 보낼 것도 없이 몇 분 컷으로 다 마감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 많은 게 싫다거나, 첫 출전이라 경험을 쌓고 싶다면 이런 대회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올해 나는 아직 마라톤 대회 출전 기록이 없다. 대회 신청해 놓은 건 가을에 있을 JTBC마라톤 대회 하나 있고, 얼마 전에 접수를 받은 동아마라톤대회는 접수 기간은 알고 있었는데 그전에 풀코스 기록증을 제출해야 하는데 제출기한을 놓쳐버렸다. 하긴 동아마라톤대회는 내년 봄대회 접수일정이었다.


러닝이 저렴한 운동이냐 아니냐의 논란이 있는 것처럼, 마라톤 대회 참가하는 것도 사실 금전적으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마라톤 대회 참가비는 꾸준히 올랐고, 내가 이번에 참가하는 2025년 JTBC마라톤 일반 참가비는 풀코스 10만 원, 10km 8만 원이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기념품도 주고 하지만, 내가 체감하기에는 참가비가 너무 가파르게 오른 느낌도 있고, 살짝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물론 중소규모의 마라톤대회는 조금 더 저렴한 편이고 기념품을 안 받고 매니아로 신청하면 더 싼 경우도 있기는 하다.


대회에 나가려면 참가비만 드는 것도 아니고, 에너지젤도 좀 사야 하고, 스포츠 테이프도 사야 한다. 뭐 개인의 기호품이기는 하지만 나는 그렇다. 평소에는 장거리를 많이 안 뛰니 에너지젤을 안 먹는데 대회 준비할 때는 한두 달 전부터 장거리 뛸 때 에너지젤을 먹고, 대회 때도 먹는다. 그리고 스포츠 테이프도 대회 전 연습 때 대회때 하는 편이다. 10km나 하프 대회 때는 이런 게 필요 없었지만 풀코스 대회를 나가 보니 이런 준비까지 필요해진다. 물론 나도 풀코스 대회 경험은 두 번 뿐이지만 말이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내가 뛴 풀코스 대회 2번이 모두 지방 대회였다. 공주백제마라톤과 춘천 마라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숙박비와 교통비도 들었다. 나는 혼런족이다 보니, 누구와 같이 숙소를 잡을 수도 없어서 혼자 오롯이 하룻밤 숙박비를 지불했다. 솔직히 그냥 동네 아저씨지만 너무 싸고 더러운 곳은 싫고 그렇다고 비싼 곳은 부담스럽고, 적당한 가성비 숙소를 찾아서 예약을 했었다. 돈도 돈이지만 숙소 찾는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도 참 귀찮은 일 중의 하나다. 하루 전날 내려가서 자다 보니, 또 밥값도 든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사실 마라톤 대회에 대한 열정이 좀 사라져서, 올해는 아직 대회 출전 경험이 없다. 지난번에 야나두(?)하는 심정으로 신청한 JTBC마라톤 대회에 당첨(?)이 되어서 11월에 출전 예정에 있다. 추첨방식으로 신청을 받았는데 운 좋게도 뽑혔다. 서울에서 열리는 대회라 다행히 숙박비나 교통비 부담은 없다. 다만, 풀코스 뛰어 본 지 오래되었고, 요즘 장거리를 많이 안 달려서 잘 뛸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러닝이라는 운동이 장비빨이니 뭐니, 돈이 드는 운동이냐 아니냐 논란이 많지만, 용품 이외에도 이렇게 돈이 또 들게 된다. 대회에 나가게 된다면 말이다. 그런데 요즘 해외 마라톤 대회가 자꾸 눈에 들어오는 건 왜일까?


작년에 러닝 프로필 사진 찍으면서 사진작가님이 해외 대회 강력 추천해 주셔서 귀가 솔깃한 것도 있고, SNS에 타깃형 최적화 광고에 해외 마라톤 대회 여행 패키지 상품들이 뜨는 것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40대지만, 아저씨지만, 육아 러너지만, 언젠가 해외 마라톤 대회에 꼭 한 번 나가보고 싶다. 그런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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