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릴스에 추천 영상이 하나 떴다.
옛날 TV예능 프로그램의 하나였던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나오는 퀴즈 영상이었는데 <운동 중독 말기> 증상을 맞추는 퀴즈였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운동 중독 초기- 운동하는 것만 즐겁고 다른 일에 크게 감흥이 없다
운동 중독 중기- 더 강한 강도의 운동을 원하고 체력이 바닥날 때까지 해야만 운동을 제대로 했다고 느낀다.
운동 중독 말기- 아파도 운동을 한다.
아, 이거 너무 너무 공감이 된다.
나도 러닝 초기에 기록이 점점 좋아지는 맛에 빨리 또 뛰고 싶고, 더 빨리, 더 멀리 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는 뛸 때마다 기록이 좋아지던 시절이었으니, 러닝이 얼마나 재미있었겠는가. 그리고 그다음 운동 중독 중기 증상은 체력이 바닥날 때까지 해야만 운동을 제대로 했다고 느낀다는데, 나는 여기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다만 나도 더 강한 강도의 운동을 원하기는 했었다. 어제와 같은 페이스, 같은 거리는 체력(?) 현상 유지일 뿐, 향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강했고,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는 페이스와 거리에 성취감도 듬뿍 느꼈다.
운동 중독 말기, 아파도 운동을 한다.
이 정답을 듣는 순간 나도 빵 터졌다. 아, 완전 내 얘기네?
러너라면, 러닝을 꾸준히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오늘 러닝 할까 말까 고민한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아팠을 때 말이다. 나도 아픈데도 불구하고 오늘 뛰는 날인데 뛰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한 적이 수없이 많고, 인터넷에 검색도 여러 번 해 보았다.
내가 찾은 정답은 <목 아래가 아프면 쉬고, 목 위가 아프면 해도 된다>였다. 어디서 찾은 글인지, 과학적 근거가 정확한가는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그냥 답정너처럼 내가 원하는 답을 인터넷에서 봤고, 나는 그걸 믿고 싶을 뿐이다. 목 아래가 아프다는 건 배가 아프다거나 뭐 그런 것일 테고, 목 위가 아프다는 건 열이 나거나 코감기에 걸렸거나 그런 걸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믿고 있는 이 정답에는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목이 아플 땐 뛸 것인가 말 것인가? 이것도 좀 검색을 해봤는데, 나의 검색 능력으로 정답을 찾기에는 좀 역부족이었다. 결론은 '나는 뛴다'이다.
목이 아파도, 열이 나도 뛰어보니 뛰어진다. 못 뛸 이유가 전혀 없다. 물론 일반적인 감기에 걸렸을 경우에 그렇다. 가만히 있어도 누가 때린 것 마냥 온몸이 아프고 일어나 걷지도 못할 정도라면 당연히 러닝을 쉬어야겠지만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감기라면 나는 그냥 뛰는 편이다. 물론 평소 뛰는 것보다 덜 뛰고, 느리게 뛴다.
내가 운동 중독 말기라니, 참 신기하다. 그런 생각을 전혀 해 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나는 그냥 루틴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고, 아플 때는 가볍게 뛰었을 뿐이다.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나오는 패널들의 대답들도 참 재미있다. 김종국은 코로나 이틀차에도 운동을 했고, 장혁도 오른팔을 다쳤을 때 왼팔만 운동을 했다고 한다. 정말 다들 대단하다.
감기에 걸렸을 때 너무 과격한 운동을 하는 건 감기를 낫는데 방해가 된다는 대답도 인터넷에서 본 것 같은데, 과연 과격한 운동이 어떤 운동인지 잘 감이 오질 않는다. 우리가 프로 선수도 아니고 과격하면 얼마나 과격할까? 그리고 나는 감기 걸리면 느슨하게 뛰니까 내가 하는 운동은 과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파도 운동하고, 뛰고 하는 것이 누가 보면 참 미련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의 정신력이 있으니까 몇 년 동안 꾸준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뿐더러, 이 핑계 저 핑계 들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자기 몸을 잘 안다. 아프면 아픈 부위는 쉰다던지, 강도를 조절한다던지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러닝 명언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뛸까 말까 할 땐 뛰는 거다>
감기 걸려서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면, 쉬시고, 뛸까 말까 고민이라면 그냥 뛰세요!
모두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