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허교수가 고른 칫솔의 기준
어릴 때는 가로로 닦으면 안 된다고 들었다.
그래서 세로로만 닦았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그게 정답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닦을수록 잇몸이 시리고 피가 났다.
칫솔이 지나간 자리마다
잇몸이 점점 내려앉았다.
치과대학에 가서야 알았다.
세로도, 가로도 완벽하지 않다는 걸.
교과서엔 ‘바스법’이 있었다.
칫솔을 잇몸선에 45도로 대고,
살살 좌우로 흔드는 방식.
나는 그걸 충실히 따라 했다.
그래도 어딘가 부족했다.
최근 서울대 연구팀이 발표한 결과는 흥미로웠다(그림).
세로도, 가로도 아닌 ‘대각선 방향’이
치태 제거에 가장 효과적이었다.
치태지수가 가장 낮았다.
듣고 나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결국 방향의 정답은 하나가 아니라
‘다양성’이었다.
그래서 나는 바꿨다.
이젠 양치질을 미술하듯 한다.
세로, 가로, 대각선, 회전, 원형.
도화지 위를 연필로 긋듯 천천히.
회전도 하고, 쓸어내기도 하고,
닦는 동안 잇몸의 반응을 느낀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평생 한 손으로만 닦았지?”
치료는 두 손으로 하는데 (사실 나는 왼손잡이다)
양치질은 한 손만 쓴다.
이상하지 않은가.
그래서 반대손으로 닦아봤다.
처음엔 정말 어색했다.
하지만 며칠 지나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평생 잘 안 닦이던 어금니 안쪽이
깨끗하게 닦이기 시작한 것이다.
손을 바꾸니까 시야가 바뀌었다.
오른손으로는 가로와 대각선이 편하고,
왼손으로는 세로 방향이 자연스러웠다.
그 순간 깨달았다.
제대로 닦는다는 건 세게 닦는 게 아니라, 다르게 닦는 거구나.
“교수님은 어떤 칫솔 쓰세요?”
진료실에서, 주변에서 정말 자주 듣는 질문이다.
잇몸에 관심이 많은 분일수록,
내 루틴까지 궁금해한다.
나는 늘 말한다.
“익숙하고 편한 게 제일 좋아요.”
그런데도 끝까지 묻는다.
“그래도요, 교수님은 뭐 쓰세요?”
그래서 오늘은 솔직히 말해보려 한다.
내가 실제로 구입해서 사용하는 명품 칫솔 조합을 (물론 광고도, 협찬도 아니다.)
꼭 같은 것을 살 필요는 없다. 기준을 삼아, 당신의 치아에 꼭 맞는 조합을 찾자.
나는 하루 한 번 닦을 때도 두 가지 칫솔을 쓴다.
하나는 치아 표면과 씹는 면용,
다른 하나는 잇몸선을 따라 부드럽게 터치하는 용.
운동화처럼, 용도에 따라 다르게 신는 느낌이다.
<허교수의 루틴 노트>
• 하루 한 번 닦을 때, 칫솔 방향을 다양하게 섞어보자.
- 세로·가로·대각선·원형 등 모든 방향을 자유롭게
• 손을 바꾸면 접근성이 달라지고, 놓치던 부위가 보인다.
• 치아용(중간 강모)과 잇몸용(초미세모) 두 세트를 번갈아 쓰면 더 완벽하다.
• 치실과 치간 칫솔 사용은 필수다!
방향을 바꾸면 닦이는 곳이 달라지고,
손을 바꾸면 보이는 곳이 달라진다.
결국 ‘제대로 닦는다는 것’은
열심히가 아니라, "다르게" 즉 "다양하게"
오늘 밤, 거울 앞에서 한 번만 바꿔보자.
칫솔 방향, 그리고 손.
그리고, 하나 더.
양치질을 이렇게 바꿔도
입냄새는 왜 계속 날까?
다음 화에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입냄새, 하루 한 번으로 괜찮을까?”
당신의 숨, 과학으로 점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