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글쓰기:29일 차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쓰기 시작한 지도 29일이 되었다. 앞의 13일 정도는 내 이야기를, 뒤에 15일 정도는 Project : 31 Workers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브런치를 통해 전했다. 내 이야기를 쓰고, 남의 이야기를 쓰면서 내가 느끼는 많은 감정들을 간단히 정리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이제 반환점을 돈 Project : 31 Workers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 사실 처음에 섭외할 때 걱정은 2가지였다. '31명 다 섭외할 수 있을까?'와 '일정을 맞춰서 모두 업로드할 수 있을까'였다. 첫 번째 질문은 섭외 과정에서 대부분 거부감 없이 승낙해주셔서 잘 이뤄질 수 있었다. 중간에 인원이 바뀌는 일이 몇 번 있었지만, 나 역시도 돈을 드리면서 하는 게 아니니 강제하거나 할 사안이 아니었고, 다행히 대체 인원도 금방 구해졌다.
다만 원고 작성 과정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원래 계획은 주말에 평일 5일 원고를 모두 편집해놓고 주중에 원고를 수급해서 주말에 편집하는 로테이션으로 진행하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본업도 바빴고, 다른 분들 역시 휴가와 본업, 그리고 가정의 상황으로 인해 원고 수급이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 밝힌 것처럼 내 부탁을 도와주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일정을 재촉하기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지금 상황으로는 편집해서 올릴 수 있는 원고의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원래 진행하고 있던 100일의 글쓰기 안에서 내 이야기가 중간중간 더 올라올 예정이다. 그래도 31분 모두 열정적으로 원고를 작성해주셨고, 또 작성해주고 계신 상황이라 이 자리를 빌려 참여해주신 31분께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한다.
중간중간 나름 좋은 소식도 있었다. 31 Workers 7번 주자의 글이 다음 스포츠 탭에 노출되었다. 브런치를 스포츠 뉴스 탭에 노출시켜주는 줄 몰랐는데, 유입경로를 확인하다가 알게 되었다.
또 31 Workers 12번 주자의 글이 디자인 소리라는 곳에 아카이빙 되었다. 사이트를 둘러보니 디자이너들이 공감하고 읽을만한 콘텐츠들을 아카이빙 해두는 사이트 같은 곳인데, 여기에 12번 주자의 이야기가 노출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오늘은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인터뷰 글을 보고 업무상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하여 참여자 두 분을 연결시켜주기도 했다. 이제 전반전이 끝났을 뿐이니, 남은 후반전에서도 좋은 시너지들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Project : 31 Workers가 끝나면 이야기를 듣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내가 들었던 생각들을 정리해서 결산 글 형태로 나갈 예정이다. 더불어 계속해서 월 단위로 특정 프로젝트로 글을 작성하면 어떨까라는 욕심이 들었는데, 남은 기간 동안 고민해보고, 추진할 예정이다.
이제 오늘 이야기할 주제로 넘어가 보겠다.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바로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글을 쓰는 사람의 이야기가 풍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는 자기소개서나 인생 그래프를 그릴 때 쓰는 인생의 에피소드도 포함하지만, 스스로 재밌게 떠들 수 있는 주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 10분 정도 그 주제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주제'가 내가 생각하는 '떠들 수 있는 이야기 소재' 다. 일반적인 사람이 10분 정도 누군가와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주제는 한정적이다. 바로 일과 취미다. 일주일의 본인 시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 주제인 일은 누구에게 10분 정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주제다. 취미 역시 마찬가지다. 운동을 한다면 운동에 대해서, 영화 보기를 좋아한다면 영화에 대해서, 요리, 커피, 와인 등등 본인이 좋아하는 취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건 쉬운 일이다.
그래서 글을 쓰는 사람은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 하지만 일은 다양한 경험을 하기에 한계가 있다. 나와 같은 마케터는 클라이언트가 바뀌면 새로운 경험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본인이 쌓은 커리어 패스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정년 퇴임까지 가게 된다.
취미 역시 마찬가지다. 기질적으로 이 사람과 안 맞는 취미가 있다. 음치인 사람에게 노래 부르기가 취미가 될 수 없듯이 취미는 본인이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것 위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사람의 재능에 따라, 또 자라온 환경에 따라, 소득 수준에 따라, 생활환경에 따라 취미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야기가 풍부해지기 위해선, 서로의 이야기를 교환해야 한다. 내가 관심을 가지지 못한 부분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을 통해 들으며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내가 모든 것을 알 수 없고, 경험할 수 없으니, 사람들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해야 한다. 수많은 매체나 서적도 간접 경험의 좋은 수단이지만, 실제 사람을 만나서 깊은 대화를 하는 것만큼 나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실제로 나도 책을 보고, 스크랩했던 정보보다 친구나 연인과의 대화에서 인사이트를 발견한 적이 더 많다. 대화를 하고 정보를 교환하면서 스스로 정보가 정리되는 경험들이 많은 걸 보면, 아마 과학적으로도 대화하는 데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는 결과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다음 프로젝트는 정기적으로 만나서 무언가를 해보는 프로젝트를 추진했을 것 같다. 특히 서울에서 6년째 혼자 살다 보니 커뮤니티나 자주 교류할 수 있는 친구들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걸 요즘 들어 더 많이 느끼고 있다. 그래서 요즘 트래바리, 문토 같은 취향 중심의 커뮤니티 모임이 더 커지고 있는 것 같다.
4개월도 채 안 남은 올해지만 개인적으로 느슨한 연대의 커뮤니티를 만드는데 집중해보면 한 해를 마무리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