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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루스 Mar 31. 2023

짜치는 일, 잘해야 하는 이유

언제나 기본은 중요하다.


대행사 직원으로 일하다보면 이런 질문을 하는 직원들을 만나게 된다.

(나 역시 지금도 가끔씩 이런 질문들을 한다.)  


이 일은 너무 짜쳐요. 이런 일 하려고 회사 다니는 거 아닌데...


고객사의 특정 업무(주로 홍보/마케팅)를 대신해 주는 대행사는 업무 범위 (주로 Work Scope라고 부른다)를 계약서 내에 정하고 전문적 영역에 대해 비용이 맞춰 서비스를 재공한다.


그러나 엄연히 고객과 대행사의 입장에서는 업무 영역에만 있는 일을 수행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에 업무 진행 중 대행사는 귀찮고 불편한 일들도 고객사를 위해 수행해야한다. 그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일들이 매우 기본적이고 단순 반복되는 일, 즉 짜치는 일들이다.


한 번, 두 번은 누구나 좋은 마음으로 '짜치는 일'을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6개월 -1년씩 이런 일을 본인의 주요 업무로 수행하다 보면 '현타'가 오게 된다.  '내가 이런 일을 하려고 이 회사에서 일하나?', ' 계속 이런 일을 하다 보면 물경력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자련스럽게 든다.

  

특히 주변에 잘 나가는 친구들이 화려한 커리어를 쌓고 있는 모습을 보면 회사나 내가 맡은 일이 하찮아보이게 되고, 그러다보면 재직 중인 회사에 대한 로열티도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행사에서만 7년 넘는 일을 겪으면서 나 역시 이런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많이 경험했다. 고객사니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 가짐으로 짜치는 일을 대하려고 해도 신입 연차가 아니다 보니, 일의 난이도도 어렵지 않아서 더욱 현타가 빨리 찾아온다.


경력이 쌓이면 '짜치는 일'의 범위도 신입 사원들보다 넓어진다. '이건 전 회사에서도 했던 건데' '에이 이건 다 아는 일인데' '이건 너무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일 같은데' 같은 생각이 수시로 들기도 한다.


하지만 직장생황에서 짜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오늘은 내가 그동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답변을 얻은 내용을 토대로 현타가 오는 순간에도 짜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하는 이유를 소개하려고 한다.


1. 짜치는 일은 일의 기본기일 경우가 많다.


짜치는 일은 어렵지 않은데,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짜치는 일을 자세히 살펴보면 업무의 기본이 되는 일인 경우가 많다.


내가 다니는 홍보대행사의 업무의 예를 들어보면, 홍보 대행사와 계약을 맺으면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중, 데일리 모니터링이라는 서비스가 있다. 데일리 모니터링은 말 그대로, 회사, 그리고 회사의 산업군 (경쟁사 포함)의 주요 뉴스를 서치해 주요 뉴스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선별해 뉴스레터 형태로 전달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몇 번만 해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업무지만 홍보대행사에서는 매우 중요한 업무다. 그러나 업무의 성격이사실상의 단순 반복 업무이기에 데일리모니터링을 계속 하다보면 현타가 오기 딱 좋다.


하지만 데일리모니터링 업무는 고객사와 고객사가 속한 속한 산업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많은 산업군들은 그 산업과 연관되어 일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다.


데일리 모니터링은 매일 기사를 찾아보며, 고객사와 관련된 동향, 속한 산업군의 방향성, 경쟁사의 마케팅 플랜 등을 두루두루 익힐 수 있는 업무인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단순 반복 업무임에도 데일리모니터링은 고객사을 이해하는 게 기본이 되는 지식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단계다.


이렇게 짜치는 일은 다음 스탭으로 나가기 위한 기본기를 연마하는 과정인 것이다. 축구 선수가 경기장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수백 수천 시간을 공을 다루는 트래핑 연습이 필요한 것처럼 짜치는 일을 휼륭하게 해내어 좋은 습관을 만들면 심화된 업무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확률이 높다.


2. 짜치는 일은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


신입사원, 경력사원 할 것 없이 대부분의 회사원들이 처음 회사에 들어가면 수습기간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테스트 기간을 가진다.


수습기간 중에 처음부터 어려운 업무를 주면서 해결하라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경력에 맞는 적당한 업무를 배치해서 테스트를 거친다. 그래서 테스트 기간에 짜치는 업무를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짜치는 업무를 테스트 기간에 배치하는 이유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업무이라 개인의 종합적인 업무 스타일을 파악하기 좋기 때문이다. 짜치는 업무를 대하는 사람의 모습을 통해 그 사람의 업무를 대하는 종합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짜치는 업무를 처리하는 모습으로 동료들은 나를 평가한다. 대부분의 회사은 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이 괒에서. 동료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직원은 더 큰 성장의 기회를 잡기 어렵다.


이런 이유에서 많은 회사원들이 사소한 일을 못하는 사람이 큰 일을 잘하는 경우를 보기 어렵다고 말하는 것 같다.


따라서 직장에서 신뢰받고 능력있는 직원이 되기 위해서는 짜치는 업무를 좋은 업무 태도로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한다.

 

사실 이렇게 썼지만 나도 당장 월요일부터 짜치는 업무만 준다면 힘이 빠질 것 같긴 하다. 그럼에도 작은 업무 하나하나를 성실히 하는 나의 태도가 결국에는 더 나은 나를 만들어 준다는 믿음으로, 앞에 있는 사소한 업무부터 긍정적으로 처리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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