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루스 May 11. 2023

그래도 AE가 매력적인 이유

이래서 대행사 다닌다. 

기록을 찾아보니 무려 1년 하고도 2개월 전 '대행사 AE' 직무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썼었다. 최근 우연찮은 기회에 글을 좋게 봐주신 분이 있어 나도 글을 다시 읽어봤다. 

이전 글을 읽다가 글 말미에 '후속 편에서 AE 업무가 매력적인 이유'에 대해 쓰겠다고 한 문장을 발견했다. 1년 2개월만이지만, 위의 글의 후속편인 내가 생각하는 AE 직무의 매력포인트에 대해서 정리했다. 




1. 다양한 산업군을 경험할 수 있다. 


1편에서 적었던 것처럼 AE는 나의 관심도와 상관없이 담당 고객사를 배정받는 경우가 많다. 나만 해도 지금까지 스포츠 구단, 협회, 브랜드(용품, 의류), 크리에이터(매니지먼트 포함), 식품, 제약, 바이오, 화학, 건기식, 유통 등 다양한 고객사를 만났고, 지금도 함께 일하고 있다. 


내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다양한 산업군을 경험해야 하니 지루할 틈이 없다. 새로운 고객사를 맡게 되면 고객사와 관련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보통 6개월-1년의 기간이 걸린다. 새로운 산업에 대해 공부하고 이해하고 적응하고 익숙해졌다 싶으면 이별하는 사이클을 계속 반복하는 다이내믹함이 있다. 인하우스(브랜드 마켕 담당자)로 이직했다 다시 대행사로 돌아오는 사람들 중에 업무의 다이내믹을 겪고 싶어서 돌아오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 


만약 대행사-> 인하우스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면 대행사는 나와 잘 맞는 기업을 찾는 탐색 기간이 될 수 있다. 고객사와 1-2년간 교류하다 보면 고객사의 업무 방식, 기업 문화 등을 일부 간접 체험할 수 있다. 밖에서 기업에 대해서 가지는 막연한 생각보다 특정 기업 산업군이 나와 핏(fit)이 맞는지를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체크해 볼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직군에서 가지지 못하는 큰 장점이다. 



2. 평균 연령이 젊다. 


요즘은 스타트업들이 많아져서 광고 업계만의 특징은 아니지만 광고 회사는 평균 연령이 30대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인지 보통 대행사들의 분위기는 젊고 활기차다. 업계에 있으면서 광고 업계는 다른 회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원들이 광고/홍보 대행사에서 일하는 이유에 대해서 나름 분석해 봤다. 


첫 번째는 진입장벽이 낮다. 광고대행사의 AE 직무는 변호사, 의사, 교수 같은 직무처럼 특별한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다.  물론 공모전에서 수상한 이력이나 디지털 광고 관련 자격증(GAIQ, 블루프린트 등)이 있으면 좋지만, 필수 사항은 아니다. (자격증 시험과 실제 실무에서 툴을 활용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러다 보니 전문지식이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수적인 직무나 산업군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아 상대적으로 젊은 지원자들이 많이 몰리는 편이다. 


두 번째는 광고대행사 숫자에 있다. 당장 잡포털(사람인, 잡코리아 등)의 사이트에서 '마케팅 대행사'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수천 개의 회사가 조회될 것이다. 그만큼 대행사/에이전시라는 타이틀을 단 회사들이 많다. 그 이유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어떤 Certification이 필요하지 않은 업종이기 때문에 회사를 창업하기도 용이하다.

 

무엇보다 기반 시설이 필요하지 않은 맨파워(Manpower) 중심의 산업이기 때문에 좋은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면 상대적으로 적은 창업비용으로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래서 다른 기업들이 비해 젊은 경영자들이 많이 생기고, 이들을 중심으로 젊은 조직이 꾸려지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업의 특징이다. 많은 직무 중 홍보/마케팅 업무는 젊은 감각이 필요한 분야다. 대부분의 B2C 브랜드들이 운영하고 있는 소셜미디어 채널부터 디지털 광고까지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감각과 매체(네트워크, 버티컬)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면 수행하기 어렵다. 


세부 업무로 들어가면 젊은 감각이 더욱 필요하다. 요즘 많은 브랜드가 MZ세대(개인적으론 좋아하지 않는 표현이지만)를 겨냥한 마케팅을 진행하는,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는 걸 넘어 그들의 동경하고 추앙하는 브랜들르 만들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외형이나 내형 모두 트렌디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행사의 근속연수는 상대적으로 짧고, 소수 임원이나 관리자를 제외하면 젊은 나이의 인원들이 실무를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젊은 회사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회사들에 비해 경직되어있지 않고 활기차다. 조직원들 간의 나이차이도 적게 나는 편이기 때문에 같은 관심사나 취향을 공유하기 쉽고 그렇기 때문에 친근한 분위기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편이다. 



3. 책임의 자유 


" 대행사는 끝까지 책임을 지지 않잖아. 인하우스에서 한 번쯤은 책임져보는 경험을 하는 것도 좋아" 


이 말은 지금은 같이 일하고 계시지 않지만, 한 때 상사로 모셨던 선배님과 대화를 나누다 선배님께서 나에게 해준 말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무슨 말이지 싶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시 생각해 보면서 그 뜻을 알게 되었다. 


대행사는 고객의 업무를 대신 수행해 주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의 기본이다. 요즘엔 이 모델의 한계를 느끼고 자체 플랫폼이나 IP, 브랜드 개발로 수익 파이프라인을 많이 만들고 있는 회사들이 생기고 있지만, 현재 가장 많은 매출을 만들어내는 곳은 본 사업인 대행업이다. 


대행업이라는 말처럼 이 업무는 원래 고객의 업무이다. 그렇기에 대행사도 고객의 이름을 달고 업무를 수행한다. 콘텐츠나 광고가 고객사의 이름을 달고 고객사의 고객, 그러니까 최종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기에 대행사가 진행한 업무의 총책임도 그 업무를 의뢰한 고객사가 지는 것이다. 


이런 구조니 애초에 고객사의 허락 없이 대행사가 단독으로 진행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소셜미디어에 올라가는 콘텐츠와 문구같이 사소한 것들부터 TV CF의 콘셉트와 방향같이 큰 결정까지 어느 하나 대행사가 독단적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남의 돈을 가지고 일을 하는거니 당연한 일이다.) 대행사는 고객사가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여러 안을 제안하고(A,B,C안) 고객사는 본인들의 상황에 맞춰 선택하거나 더 나은 안을 요구한다.


대행사의 입장에서 보면 고객사의 입맛을 맞춰야하는 까다롭고 어려운 업무 구조이다. 그러나 반대로 고객사에 입장에서는 최종 선택을 고객사가 하기 때문에 콘텐츠의 퍼포먼스 스코어(광고 조회수, 발생 매출)의 책임은 고객사 해당 부서의 최종 책임자에 있다. 대행사의 업무 평가는 고객사 유지를 통한 매출이지만, 고객사 담당자의 업무평가는 매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평가하기 때문에 대행사보다 냉정하고 신랄한 평가가 이뤄진다. 


상대적으로 책임에서 자유로운 대행사는 창의적이고 신선한 제안을 많이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게 된다. 실제로 내부에서 나올 수 없는 창의적인 안을 기대하고 대행사와 협업하는 고객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름만 들으면 대중들이 아는 브랜드의 광고나 주요 마케팅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기획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쉽게 가지기 힘든 기회다. 


사실 마케팅 대행사로 통칭되는 광고/마케팅 직군은 처우/워라밸 등의 측면에서 취준생들의 기피 대상 상위권에 놓이는 직업이다. 그럼에도 이 업무가 매력적인 건 적어도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꾸준히 노력하면 성과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늘 시시각각 바뀌는 외부 상황과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공평하게 놓여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행사에서 일하는 AE들의 직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다음 편에서는 마케팅 대행사 AE의 직무를 세분화해 간략히 소개해보고자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짜치는 일, 잘해야 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