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 하나가 되는 날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결혼을 하고 보니 5월은 참 바쁜 달이기도 하다. 가족이 늘어난 만큼 감사드리는 마음을, 그리고 사랑한다는 마음을 표현할 일이 늘어났으니까.
어린이 날에는 조카들을, 어버이 날에는 양가 부모님들을 챙겨드리고 나니 어느덧 5월의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오늘은 21일. 둘이서 하나가 되는 날, 부부의 날이다.
작년 여름 결혼을 하고 처음으로 맞는 부부의 날. 부부의 날을 맞아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연어 한 상을 소소하게 차려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우리 부부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거실 창가의 테이블에 앉아서. 한쪽 눈이 찡그려질 만큼 가득 들어오는 햇살을 머금은 창가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그 공간을 나도, 신랑도 참 좋아한다.
작년 이맘때쯤, 프로포즈를 받은 날 이 공간에서 와인을 마시며 앞으로의 결혼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다. 연애와는 다를 그 무엇인가를 궁금해하며 설렘에 가득 차 있었다.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지난 1년 간 우리 부부에게 일어난 일들을 돌아보았다.
우선 우리의 결혼 준비는 순조로웠다. 양가 부모님들이 모두 결혼을 적극 찬성해주시고, 의견을 잘 조합해주신 덕분에 모든 결정들이 무난하게 이루어졌다.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잘 마치고 돌아온 후, 그 후 우리 부부의 고난
(?)은 시작되었다.
신랑이 먼저,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내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결혼을 하고 우리 둘의 일을 시작해보자고 자주 이야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그 시기가 일찍 찾아왔다. 신랑이 먼저 일을 시작하고 있어서 나는 나름대로 순조롭게 합류했지만 일을 그만두고 쉬는 두 달여의 기간이 결코 내게 편하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내 마음이 힘들었던 건, 내가 힘들어서가 아니었다. 먼저 그만둔 신랑이 내가 느낀 막막하고 복잡한 감정들을 고스란히 먼저 느꼈을 텐데, 그때 그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힘든 내색 하나 없이 묵묵히 마중물을 끌어올리고 있었던 신랑. 자고 있는 모습만 봐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는 이 사람을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온몸에서 느껴진다. 신랑도 자주 그렇다고 이야기한다. 부부라는 것은 이런 건가보다.
우리는 우리의 일을 시작했고, 벌써 5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우리의 일을 조금씩 키워나가면서 앞으로 5년 뒤, 10년 뒤, 그리고 더 나아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의 모습까지도 자주 이야기한다. 각자의 꿈을 이루고, 우리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아이를 낳고. 소박하면서도 행복한 꿈들에 대해 늘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이야기에는 늘 우리 부부가 함께 있다.
따뜻한 햇살을 함께 쬐고, 때로는 비바람도 맞았지만 어떤 순간에도 우리는 늘 함께였다. 혼자서는 걷지 못할 긴 거리를 그와 함께여서 나는 오늘도 힘차게 걸어 나간다.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수많은 부부의 날들. 그 날에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