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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정구 Jul 02. 2023

내이름이박힌책한권

일이니까(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일을 한다는 게... 이런 건가?

내가 그런 건가?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모든 것들에 관여되어 있는 나는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모든 촉각을 곧추세운 채 어느 한순간

그 한순간을 기다리는 고요함 속의 밤 붕어낚시처럼... 내가 일하는 스타일이 그런 거 같다.

어떤 일이 어떻게 어떤 형태로 발생할지 모르지만 그 일을 결국엔 어떻게든 처리되어져야 하는 숙명 같은 모든 일들...


내 앞에 놓여지는 무수한 상황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보면서 걱정이 앞서고(비로 인한 피해가 생기지 않길 바란다)

•휘몰아치는 거센 바람 속에 노심초사한다(바람에 의한 피해가 생기지 않길 바란다)

•뻔쩍 번개가 치는 찰나의 순간 뒤 우렁찬 천둥소리에 놀란다(낙뢰로 인한 피해가 생기지 않길 바란다)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 떠나가 버리면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가능한 한 빨리 최적의 적임자가 나타나주길 바란다)

•보일러가 고장 났어요. 차단기가 떨어졌어요(또 어떻게 고쳐야 할까. 어떤 이유일까?)


내 건 하나도 없지만 이 모든 것들을 지켜내야 하는 관리가 내 영역이다. 현장에서 발생한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인원도 장비도 구해야 한다. 발생한 일을 우리가 처리하지 못하면 나라도 나서야 한다. 필요하면 외부업체를 찾아서라도 이유를 찾고, 방법을 찾고, 알게 된 것들을 처리조치방법을 우리 모두 할 수 있도록 알려줘야 한다.


그렇게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관여해야 한다.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햇살이 뜨거워도 그냥 일상적인 굴레에서 별 탈 없이 오늘을 보내고 내일을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어떤 새로운 문제가 생기면 이는 곧 또 나의 새로운 일이 되기에, 이왕이면 그 어떤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더 편하기에 미리미리 챙기는 것도 내 몫의 일이다


나마저 놓치면 안 되기에

늘 처리해야 할 일들과, 처리해야 할 일들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     ~~~~~     ~~~~~     

어둠 속 수면에 드리워진 낚시찌의  한 점 불빛을 무심한 듯 바라보며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한 잔의 믹스커피를 마시며... 밤의 고요함을 즐기고, 밤하늘의 별을 보고,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여유와 낭만 속에 밤낚시를 하지만 나의 모든 감각은 언제 치솟을지 모르는 한 점 불빛 낚시찌의 케미 끝에 있는 것처럼 내 일도 그렇다.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내 긴장이 흐트러지는 그 순간에 어떤 예기치 않은 일이 생기기에... 무심한 듯 여유로운 듯 하루를 보내지만 난 늘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못한다.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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