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정구 Jan 15. 2024

내이름이박힌책한권

하나의 생각

한 벌의 수저와 하나의 라면 냄비.

나의 설거지 늘 간단하다.

더 이상 삶에서 내 것이란 이름으로 내 짐을 늘리지 않기로 마음먹은 오래전 그날부터 내 것이라 이름 붙여진 건 그닥 늘지 않았다. 한 채의 극세사 이불도 변함없다.

늘어난 건 때때로 사 모은 책장의 책만 늘었다.

굳이 뭘 사지 않지만 내방엔 많은 것들이 너저분하다. 심각하진 않지만 저장강박증 인양 다 쓰고 난 빈 용기들을 깨끗이 씻어 둔다. 언젠간 다 버려질 물품들이지만 한번 쓰고 버려지기엔 왠지 아까워 1회용 포장 용기들도 몇몇 은 내 살림살이가 되었다.


다들 멋진 삶을 꿈꾼다. 다들 멋진 것들을 소유하려 한다.

나는 가능한 가지려 하지 않으려 한다. 언제건 떠날 수 있게 가지런히 정리해 둔다.


삶에 꼭 필요한 것들은 뭘까?

그냥 잠시 머물 공간에 포근한 이불 한 채. 밥 먹을 숟가락과 젓가락 한 벌. 그리고 깨끗한 옷 두어 벌. 그리고 아무런 미련 없이 아쉬움 없이 흔적 없이 소리 없이 소롯이 떠날 마음.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음을 알면서도 내 것인 양 쌓아두려 하지만 결국 가져갈 수 있는 건 아. 무. 것. 도 없다

애잔한 마음마저도 두고 가겠기에 그냥 오늘 해야 할 일들을 하며 하루가 갔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이름이박힌책한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