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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정구 Jan 01. 2024

내이름이박힌책한권

떡국

새해 첫 아침 감동적인 떡국 한 그릇을 먹었다.

5월은 어느 시인이 잔인하다 먼저 말했지만 2023년 12월 또한 만만치 않았다. 현장 인원의 결원으로 늘 야간 대체근무를 섰고, 2023년 마지막 밤은 2명분의 야간근무를 혼자 밤새우며 채웠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에 미화 반장은 출근하여 해맞이 객을 위해 지차체에서 떡국을 준다며 인근 오름에 다녀오신다 했다.


돌아온 두 손에 떡국 한 그릇과 김치 들려있었다.


진수성찬이란 이런 따뜻한 마음이 담긴 음식이 아닐까.

외지에 홀로 객지 생활에 조금 부끄럽기도 했고, 너무 감사한 마음에 머뭇머뭇하는 나에게 반장은 내가 다 먹는 거 보고 가신다며 사무실 한편에 앉으셨다.


난 원래 떡국을 좋아한다.

그나마 설 명절에 고향 엄마 집에 가면 한 그릇 먹을 수 있는 내겐 귀한 음식인데

따뜻한 마음이 담긴 떡국을 밤새 근무 섰던 책상에 차려주셨다. 우리 삶이 늘 피곤한 거 같아도 늘 외로운 거 같아도 어느 순간 어느 때 귀인이 나타나 지친 마음과 몸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 준다.


오늘 아침 내가 먹은 떡국이 그랬다.

새해 첫 아침 처음 먹는 한 끼는 마음 가득 담긴 감동의 떡국이었다.


올해의 첫 해돋이는 유난히 고왔다. 붉은 기운이 온 사방을 가득 채운 그 기운이 따스하고 온화하고 부드러웠다. 마치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격려하는 마음처럼 그렇게 강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은 은은하게 모든 걸 감싸는 해돋이였다.

새해 福 많으세요! 허정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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