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밥 먹자
엊그제 토요일에 대구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직 추석이 오려면 좀 많이 한참 남았고, 원래는 윤달이 시작되는 07월 20일경에 대구에서 처리할 일이 가려했는데 아직 추모공원에서 준비가 안되어 안 갔다.
그래서 여름 때 한 번쯤 올 줄 알았는데 못 가게 되어 전화 통화는 했지만... 전화 통화에서 내심 한번 왔다 갔으면 하는 뉘앙스 느껴져 가장 싼 비행기표 시간대에 맞춰 항공 예약을 하였고. 지난번에 미루었던 경산 이모랑 같이 저녁식사 한번 하기 위해 지금껏 50 평생 살아왔지만 두 분이 뭘 좋아하는지 몰라 외사촌 여동생에게 이야기하였더니
두 분이 모두 회를 좋아하신다고 하고,
이참에 겸사겸사 포항 죽도 시장에 가서 싱싱한 회를 먹자고 제안하였고 두 분도 마침 가보자 하였다 하여
지금까지 한 번도 두 분을 모시고 여행은 커녕 가까운 어디 나들이를 모시고 나가본 적이 없는데... 뜻밖에 좋은 뜻깊은 하루를 꿈꾸며
일정에 맞게 부랴부랴 대구에 렌터카를 예약하고 항공권을 예약하고 내일 대구로 가기로 하였다.
오늘 저녁 늦은 시간에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정을 변경하여야겠다고. 울 엄마 이가 시원찮아 회를 드실 수 없겠다며... 아쉬워하는 동생에게 이렇게 회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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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다 그렇다고
젊을 땐 가고 싶어도 먹고 싶어도
참고
한 푼이라도 더 벌어서 애들 키우려 아등바등 살았는데
이제 그 애들이 커서 어디를 가자하고 맛난 걸 먹자 해도
마음은 있는데
다리가 아프고 몸이 아파서
좋은 데 구경 갈 수 있는 형편이 되어도 몸이 안 따라주니 못 가고
맛난 것도 먹을 만한 형편이 되었음에도
나이만큼 이도 늙어버려
그런 걸 어떡하겠니...
맛난 게 뭐가 있을까는 모르겠지만
그냥 울 엄마랑 이모랑 내 평생 밥 한 번같이 먹어보지 못한 거 같아서
마침 포항까지 동생이 가자 해서 얼씨구나 좋구나 하고
두 분 모시고 평생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나들이 겸 밥 한 끼 먹으려 했더니
세월이 이렇게 흐르고 흘러버려
그것조차 쉽지 않네.
국밥을 먹건 순두부찌개를 먹건 그게 뭐 중요하겠니.
10000원이면 어떻고 오천 원이면 어떻겠니.
100만 원이라도 드신다면 기꺼이 사 들릴 테지만...
짜장면이건 콩국수건 그냥 편하게 두 분이 드실 수 있는 걸로
같이 얼굴 보며 밥 한 끼 먹었다는 게
우리에게 먼 훗날 추억이 되고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겠니.
그렇게 하고 싶어도 못하는 부모 마음을 우리도 이젠 알 나이가 되었으니...
그냥 이모랑 울 엄마랑 같이 밥 한번 먹을 수 있으면 좋겠네.
더 늦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