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서울에 삶

by 허정구

오랜만에 여유롭게 할 일 없이 담배를 한대피고 있다.

아... 서울은 여유롭게 앉아서 담배 한 대 필 공간(흡연공간)도 무지 귀하다.


몇 년 전인지 모르겠지만 얼추 십 년도 더 지난 뒤 와 본 판교역 주변은 내가 아주 시골에서 온 놈임을 실감케 했다. 어마어마한 건물들. 밥집 하나 찾으려 해도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건너뜀을 선택했다.


겨우겨우 찾은 흡연공간에 앉아 아직 차가운 봄바람을 맞으며 맘껏 담배를 피우고 있다. 제주도에선 어디서나 봄볕을 가득 느끼며 여유롭게 피던 담배였는데


서. 울. 은. 어. 디. 나. 치. 열. 하. 다.


모든 게 많다. 그래서인지 그냥 주눅이 든다. 어디서나 쉴 새 없이 사람들이 쏟아져 니오고 다들 움직인다. 그 속에 나도 움직여야 하니 여유는 없다. 크고 넓고 많은 것들 속이 난 한 점조차 안되는데도 쉴 새 없이 뭔가에 움직이고 있다.


다들 어떻게 살고 있을까


왜 서울에 사는 걸까. 이런 서울에...

내겐 쇼핑센터도. 문화시설도. 엄청 큰 마트도 별다방도 그닥 필요가 없는데 난 이곳이 정해진 일터이기에 살고 있을 뿐...


이런 생각을 해본다. 늘 그런 건가 쉽지만... 지나고 보면 일상이었던 그 별거 아닌 그것이 좋았던 거였구나! 좋았구나! 생각한다. 그렇다고 지나버린 과거에 집착하는 건 아니기에 지금 바로. 지금 이 순간조차 또 지나면 좋았구나 생각하게 됨을 안다. 그래서 지금에 만족하고 지금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전념하려 한다.


벌써 서울에 온 지도 두 달이 지나고 유독 추웠다던 겨울이 지나고 아직은 찬 기운은 품은 봄바람에 옷을 여미지만 며칠만 지나면 봄임을 안다.


이번 주는 기필코 반드시 낚싯대를 드리울 작정을 한다. 물가에 앉아 찌만 보려 한다. 그것이 내가 서울에서 꿈꾸는 서울에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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