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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짐에 대한 두려움(내이름이박힌책한권)

버려짐에 대한 두려움

by 허정구

빈박스를 다시 쌓아두는 나에게 친구는 말했다. 뭘하러 쌓아두냐고 공간도 비좁은데. 난 이야기했다. 나중에 이사갈때 짐쌀때 쓸거라고. 그럼 그때 마트가서 가지고오면 되지않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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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안다. 이 박스를 놔둔다고 다시 쓸 기회가 없을 것을...다시 필요하면 그때 구하면 될 것을...


근데 언젠가부터 난 내게 주어진 것들을 쉽게 버리지못한다. 쓸모없는 박스와 그외 잡다한것들마저. 엊그제는 방정리가 필요하다며 내가 두고온 책장의 책들을 사진으로 찍어보내왔다. 필요한것들은 보내주고 나머지는 버려도 되느냐는 질문이였다.


버려짐.

굳이 사연이 얽혀있지않아도 버리는것에 불안감을 가진다. 그래서 이곳으로 보내주면 좋겠다고 회답했다. 보내줘봐야 놔둘곳이 없지만 버려지는것은 너무 슬프다.


혼자 객지생활을 하며 왠만하면 뭔가를 사는 것을 자제한다. 떠날때 짐이되기에...


아무것도 가져 갈 수 없는게 삶이기에 아무것도 가지려하지않고 소유하려하지않으려 한다. 글도 이젠 어딘가에 남기지않는다. 그냥 가상의 공간에 나만의 공간에 써 놓고 잊는다. 그냥 《삭제》라는 단 한번의 명령에 의해 흔적도없이 깨끗이 정리될 수 있도록 노트에 다이어리에 이젠 남기지않는다.


이또한 외로움이 내게 남긴 새로운 버릇인지도 모른다. 헤어져 구멍난 양말도, 늘어진 티셔츠도 낡고 헤지고 늘어난 오래된 것들...조차 버릴때 깨끗이 세탁해 버리려했다가도 막상 버려지는 그 순간에 손길이 멈춰버린다. 나마저 버리면 이 애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또 입게되고 신게된다.


중고차로서의 가격조차없는 카니발 2000년식 차량이 엊그제 뭔가 고장이 났다. 다들 고치는 비용으로 다른 중고차를 사라고 조언했지만 난 그게 안된다. 새로운 것을 사는것에 익숙하지도 못하고, 또 그럴만한 여유도없고, 버리는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내게서마저 버려지면 끝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버려짐은 외면이고 그렇게 내 자신이 외로움에 빠져 살아서인가...난 내 주변에 있는 하찮은 물건들조차도 쉽게 버리지못한다. 그래서, 새것을 가지려하기보단 그냥 지금 가지고 있는 걸 유지하려한다. 더 늘리려하지않는다.



버린다는 건...힘들다.

버려진다는 건 ... 더 힘들다.

이 우스운 말도 안되는 궤변을 안고 살아간다.


외로움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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