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앞에는 서귀포의 바다가 보이고 저 뒤에는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 구름이 걸렸다가 넘어간다.
8월 첫날에 이곳 제주 서귀포 새로운 일터에 도착해서 한참을 안개속에 살았다. 그때는 늘 이런 줄 알았다. 일주일 이상 밤낮으로 안개가 계속될 수도 있다는 것에 놀랐고 안개가 끝난 그 후엔 비가 왔다. 8월 중순 어느 날부터 9월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까지 (태풍 링링이 지나가고서도 며칠 더) 쉬지 않고 매일매일 비가 왔다.
8월의 중순과 9월의 초순
아침은 느닷없이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 소리에 깨어나곤 했다.
저녁엔 느닷없이 번쩍 우르르 쾅 번개와 천둥소리에 신기해했다.
그리고 시작된 가을이었다.
가을저녁(秋夕)을 고향 대구에서 보내고 온 뒤론 매일 하루하루가 눈부실만큼 맑고 선명하고 투명하고 화창하고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