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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름이박힌책한권

가을 제주

by 허정구

정말 맑은 가을 하늘이다.
선명하고 투명한 코발트블루 같은 하늘에 멋들어진 구름

저 앞에는 서귀포의 바다가 보이고
저 뒤에는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 구름이 걸렸다가 넘어간다.

8월 첫날에 이곳 제주 서귀포 새로운 일터에 도착해서 한참을 안개속에 살았다.
그때는 늘 이런 줄 알았다.
일주일 이상 밤낮으로 안개가 계속될 수도 있다는 것에 놀랐고
안개가 끝난 그 후엔 비가 왔다. 8월 중순 어느 날부터 9월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까지 (태풍 링링이 지나가고서도 며칠 더) 쉬지 않고 매일매일 비가 왔다.

8월의 중순과 9월의 초순

아침은 느닷없이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 소리에 깨어나곤 했다.

저녁엔 느닷없이 번쩍 우르르 쾅 번개와 천둥소리에 신기해했다.

그리고
시작된 가을이었다.

가을저녁(秋夕)을 고향 대구에서 보내고 온 뒤론
매일 하루하루가 눈부실만큼 맑고 선명하고 투명하고 화창하고 밝다.

먼지 하나 없는 느낌!

차 문을 활짝 열어 햇살 소독을 한다.

육지에서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산속의 도시에서
맞이하는 가을을

내가 아는 나의 가족. 나의 친구. 나의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고 싶을 만큼

엊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맑았다.
물론 내일도 맑을꺼다.

바람에선 벌써 가을 냄새가 난다.
가을을 머금은 가을을 품은 바람이 분다.

그렇게 난 또 홀로 육지를 잊고 객지 생활에 적응한다.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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