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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름이박힌책한권

하루

by 허정구

긴 하루 지나고 언덕 저편에 빠알간 노을이 물들어가면
놀던 아이들은 아무걱정없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는데~
전인권의 들국화가 부른 노래이다.

질풍노도의 시기 그거 하니만 기억나지만 학교 윤리 교과서에서 배웠던 그 시절 뻑하면 친구랑 이 노래를 듣고 부르고 그랬다.

오늘 하루가 참 길었다.

평소보다 아주 빨리(06:37)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했기에 일어났고
그렇게 찬란한 아침햇살을 눈부시게 바라보며 시작했다.

어느덧 12시... 가 넘어갔다.

벌써 12시네... 란 노래도 최근 있었던 거 같은데...

저 멀리 내다보이던 바다엔 뭘 잡는 고깃배인지 모르겠지만(아마 여긴 제주도니까 깔치를 잡는 거 아닐까) 어선의 눈부신 불빛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그냥 살아감속에 일들을 했다.

직원들과 해야 할 일에 대해 의견도 나누었고
중국어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 구입한 책에 포함된 CD를 핸드폰에서 늘상 들으려 파일을 변환해서 옮겼고
교보문고 인터넷 서점에서 읽을 몇 권의 책도 주문했고
현장업무를 좀 더 잘할 수 있도록 체크 List목록도 만들었고
11월에 열린다는 감귤축제마라톤대회에 같이 갈 수 있는 분들은 가자고 단체방에 글도 한글 남기고
엊그제 지나간 태풍 피해 발생현황을 조사한 보고서도 만들었고
더불어, 피해복구계획도 준비했고,
퇴근 무렵 미화팀 직원분들과 분식집에서 튀김이랑 닭발이랑 떡볶이도 먹고
떠나온 회사 직원의 카톡 연락을 받고 나름 업무상담도 해주고
동문회에서 온 문자를 보고 동창회비도 보내고
언뜻 캘린더 어플에서 애들 엄마 생일이 내일모레인걸 알게 되어 아들에게 잊지 말고 꼭 축하를 부탁했고
여느 때처럼 사무실에 혼자 남아 낮동안의 현장업무를 정리했고

그런저런 해야 할 일들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순조로운 하루였다. 이렇게 그냥 살고 있다. 외로움 쌓이는 날도 있지만 때론 외로움 털어내는 날도 보내고 있다.

그런대로 혼자서도 살아가는 방법을 매일 매 순간 찾아가며 주변에 머무는 분들과 어울리며 더불어서 깨우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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