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일품순두부

by 허정구

두부만 보면 울 할매생각이 난다.

추석. 설날 또 때론 제삿날이면 어김없이
울 할매는 큰 가마솥에 물을 끓이고
콩을 갈아 넣은 후 한번 끓이듯 한 후
할매만의 특수한 자루에 그 모든 걸 담아 짜낸 뒤
다시 한참을 끓이다
마법의 간수를 소주잔만큼 '휘휘'붓으면

하얀 우윳물이 서로 엉키며 두부가 만들어졌다.
그때 그 두부가 엉킨 그 가마솥에서 큰 국자로 두어 번 퍼
큰 대접에 떠주면
간장 양념을 곁들여 먹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 맛을 지금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지만!

그리곤, 할매는 그 가마솥에 엉킨 두부를 다시 특유의 자루에 담아 네모난 나무틀에 넣은 뒤 디따 큰 머리통 만한 돌삐를 얹어놓고 얼마나 얹어두었는지 이젠 그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울 할매만의 그 특유한 탱탱함이 깃든 두부가 만들어지고

아주 정확히 자로 잰 듯 쓱쓱 가로세로 칼로 자른 뒤 작게 나누어진 두부를 두부를 만들며 생긴 약간 노오란듯한 그 물에 담가두었다.

그렇게 보관하는 동안 식아버린 두부는 먹기 전에 다시 한번 뜨거운 물에 삶듯 데운 뒤
마치 도미노 블록처럼 가지런히 그릇에 담아 간장 양념을 위로 한번 '스으윽' 뿌린 뒤 김치랑 먹으면... 어릴 때 난 엄마를 팔아 두부를 사 먹겠다고 할 만큼

울 할매두부를 좋아했고 맛나했다.

오늘도 난
어느 순두집에 와서 순두부찌개랑 소주 1잔을 마시며...

할매 생각을 한다.

울 할매가 만들어 준 두부와는 다르지만
솔직히
순두부라는 게 울 할매가 만들어 주던 그 두부의 어떤 순간의 결과물인지 모르지만

이 집의 순두부찌개는 다른 집과 달리 맛나다.

24시간 한다는 이유로
밤늦은 시간에도
그냥 편하게 찾아와 일품순두부와 돌솥밥에 소주 딱 1잔.
따뜻하고 배부르게 한 끼의 식사와 객지 생활의 노곤함을 푼다.

딱 좋다!

울 할매 생각이 나는 그래서 더 맛난 집인지도 모르겠다.

※글 제목은 제주도 서귀포시 동홍동에 있는 순두부집 이름이자 시그너쳐 메인 메뉴 이름입니다만 이 집에선 순두부찌개라고 표현하지 않기에 글 제목으로 빌어씀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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