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햄버거를 먹으며

by 허정구

혼자 먹는 햄버거가 처음으로 질린다.

나만 쓸쓸한 게 아니라 큰 도로마저 쓸쓸할 정도로 텅 비어 지나는 차들이 한적하다. 신호등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내 뒤엔 내 옆엔 차가 오지 않는다

너무나도 조용한 사무실.
그냥 할 일이 있어서 이리저리 정리하다 뭔가를 먹어야겠기에
뼈다귀 해장국에 갈까 하다가 그곳 역시 텅 비어 있음을 밖에서 보곤 그 옆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 왔다.

누르고 누르고 이젠 제법 익숙해진 주문시스템에서 햄버거 세트를 고르고...

곧장 만들어진 햄버거를 먹는다.

아침. 점심. 저녁을 한 끼의 먹거리로 해결하는데...
오늘 문득 이 햄버거가 질린다는 생각이 스르르 든다.
간혹 TV에서 들었던 타지생활을 오래한 사람들이 하는 말의 느낌이 뭔 말인지 이제 나도 알아가는 건가.

혼자 먹는 이 한 끼가
먹기 위해 사는 삶과 달리 살기 위해 먹는 한 끼가 되어서인가보다.
따뜻한 나의 사람들과 눈을 마주하기도 하며 이러쿵저러쿵 시답잖은 말이라도 나누며 먹는 한 끼와 다름을 이젠 알겠다.

이것조차도 감사하며,
먹고 싶었던 오래 전의 어떤 날이 있었는데
나도 모른 새 혼자 먹어야 하는 햄버거가 질릴 만큼 아주 멀리 왔음을 문득 느낀다.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나 세월이 되었음을...... 12월 25일 오늘 바람은 꽤나 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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