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1년이 지나 11월 18일이 오늘이 되었다. 다르다. 많이 달라졌다. 기억도 흐려졌고, 집착 같은 마음도 옅어졌고, 그리움도 여려진 듯 그냥 오늘이었던걸 나만 잠시 기억한다. 지금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음을 알게 되었고 할 수 없음도 알게 되었고 하지 못함도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간절했던 그리움은 마음 저 안으로 깊이깊이 내려앉아 고요하다. 외로움은 문득문득 다시 헛발질을 하지만 그도 이내 사그라든다.
31번째 11월 18일 기억만 한다. 31번째 11월 18일 기억만 했다. 31번째 11월 18일만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