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정구 Dec 16. 2020

그사람생각

그때는 따뜻했다

(히트텍이란 얇은 내복 2개를 겹쳐 입고)
두 겹의 내복과 기모가 장착된 바지도 찬기를 막지 못한다.
잠시 밖에 서 있으면 냉기가 살갗을 뚫고 뼛속까지 스며든다.

제주 서귀포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겨울은 시작하자마자 춥다. 가장 남쪽인 이곳에서 조차 나는 추워한다.

몸이 추운 걸까.
마음이 추운 걸까.

사랑이 있었던 지난 시절에도 추었었나?

그사람은 한겨울에도 반바지를 입고 다녔다.
눈이 펑펑 내리던 그 어떤 어느 날 한밤에 우리는 텅 빈 놀이터 그네에 앉아있기도 했다.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버스가 끊어진 그 밤에도 우리는 방천 변을 걸어 그사람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때는 넘쳐나는 사랑이 있었다.
그때는 따뜻한 그사람 때문에 뜨거웠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사람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