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고 싶은 삶을 마주했을 때

나만의 언어로 써 내려가는 삶

by 헤올



Sufjan Stevens – “The Only Thing”


김장하 선생님의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처음엔 단순한 감탄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조용하게,

단단하게,

누구의 인정도 필요 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낼 수 있을까.


화면 속 그의 일상이 흘러가는 동안

나는 그 고요함에 압도되었다.

세상의 소음에 휩쓸리지 않는 정신,

자신만의 시간을 지켜내는 의지,

그것은 마치 흐르는 강물 위에 선 바위 같았다.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나도 김장하 선생님처럼 살 수 있을까?"


닮고 싶었다.

그런데 도저히 닮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내 안에는 여전히 타인의 인정을 바라는 마음이 있고,

때로는 시끌벅적한 공간을 그리워하는 감정도 있으니까.


내 삶의 고유한 리듬을 정직하게 들여다봤다.

곧 더 깊은 질문이 따라왔다.


"그렇게 사는 것이 정말 나를 행복하게 만들까?"

"혹시 선생님의 삶이 멋있어 보여서, 닮고 싶은 건 아닐까?"


질문은 마치 돌멩이처럼 물 위에 던져졌고,

그 파동은 내 생각의 표면을 퍼져나갔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다른 사람의 삶을 동경하면서

우리 자신의 진짜 원함을 놓치고 있는가.


행복은 타인의 기준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 안에서 느끼는 감각이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저녁 하늘처럼,

누구도 대신 느낄 수 없는 그 순간의 색과 온도.

행복은 어쩌면 그렇게 지극히 개인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에서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선행이나 결과가 아니라,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진심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묻는 시간이 필요하다.


인간은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이라는 세 가지 욕구를 충족할 때

가장 깊은 만족과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자율성은 내 선택이 나로부터 비롯되었다는 느낌,

유능감은 내가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확신,

관계성은 타인과 진정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김장하 선생님은 이 세 가지를

스스로의 방식으로 조용히 실현한 사람이었구나.


그리고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나의 세 가지 욕구를 채워가는 여정을 시작해야 하는구나.


삶은

누군가를 따라 쓰는 문장이 아니라,

나만의 언어로 써 내려가는 이야기라는 것.


남의 손글씨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내 손으로 쓰는 삶의 필체를 발견하는 것.


그것이 얼마나 보잘것없어 보이더라도,

그 글씨체만이 담아낼 수 있는 진실이 있다.


김장하 선생님처럼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만의 기준과 방향을 세워,

조용히, 묵묵히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다큐멘터리가 끝나고

어둠이 내린 창밖을 바라보며,

나는 내일의 나를 조금 더 기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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