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바심이라는 불안과 마주하기

당신은 지금, 누구의 시계에 맞춰 걷고 있나요?

by 헤올



Cigarettes After Sex – “K.”


요즘 ‘조바심‘이 나를 계속 따라다닌다.


그림자처럼 내 뒤를 따라다니며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끊임없이 속삭인다.


"빨리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왜 아직 시작도 못한 거야?"

"이러다가 뒤처지면 어떡하려고?"


이런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밀려온다.

처음에는 단순히 내 안의 '의욕'이라 생각했지만

이건 불안이었다.


마치 미로 속에서 출구를 찾지 못한 채

계속 같은 곳을 맴도는 것 같은,

그런 답답함과 초조함이었다.


조바심은 단지 해야 할 일을 미뤄서 생기는 감정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은 미래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압박은 아닐까.


"지금 이대로 가면 괜찮을까?"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건 맞을까?"

이런 질문들이 모여 만들어낸 무게감.


그 압박은 종종

남과의 비교에서 출발한다.


SNS를 스크롤하다 마주하는 누군가의 성취,

동창회에서 들리는 친구들의 근황,

회사에서 마주치는 동료들의 성과.

모든 것이 내 속도와 비교되고,

그 비교 속에서 나는 늘 뒤처진 사람이 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바라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우리를 정의한다."

- 장 폴 사르트르 -


나는 지금까지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보다는

누군가처럼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했던 것 같다.


타인의 성공 스토리를 나의 목표로 착각하고,

타인의 시간표를 나의 마감일로 받아들이며,

타인의 속도를 나의 기준으로 삼아왔다.


'성과 기반 자기 가치(Performance-based Self-worth)'


‘내가 무엇을 성취했느냐‘가

내 존재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믿음.


이 믿음은 때때로

시작하지 않은 일조차

이미 실패한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아직 뭘 하지 못했다"는 것이

"나는 가치 없는 사람이다"로 번역되는 순간,

조바심은 더 이상 동기부여가 아닌

자기 파괴의 도구가 된다.


하지만 어쩌면,

내가 느끼는 조바심은

남의 시계로 나를 재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늦는다"는 감정은,

사실 누군가의 시간표를 내 것으로 오해했기 때문 아닐까?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들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봄에 꽃을 피우는 나무와

가을에 열매를 맺는 나무가

서로 다른 시간표를 갖는 것처럼,

사람마다의 성장과 성취에도

각각의 계절이 있겠지.


나는 지금 걷고 있다.

뛰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따라잡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 걸음으로 걷고 있다.


때로는 멈춰 서서 숨을 고르기도 하고,

때로는 길을 잘못 들어 돌아가기도 하고,

때로는 예상보다 빠르게 걷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내가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그게 결국,

내가 도착해야 할 어딘가로

가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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