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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헌일 Dec 22. 2016

미몽(迷夢)


어떤 꿈을 꾸었던 것 같다.

그 꿈속에서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등 뒤가 땀으로 배길 만큼

적당히 미적지근한 온도,

개인적인 불쾌함이 피어오르는

아련한 달빛 속 아지랑이,

평소에는 들리지도 않던

가느다란 시계 초침 소리와

곧, 무의식과 맞물려

필연적으로 시계를 향하는 시선,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새벽의 시간을 좇는

덤덤한 시곗바늘,

관자놀이를 짓누르는 두통.

그리고

내가 꾸었던 꿈.




왠지 모르게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얼마 동안 가쁜 숨만을 내쉬었다.

두통이 심해질수록

정신은 서서히 또렷해졌고

동시에 내가 꾸었던 꿈을 떠올려보았다.

안경잡이가 실눈을 뜨고 바라보듯

좀처럼 잡히지 않는 꿈의 윤곽을

애써 그려보려고 노력했지만

내가 꿈을 꾼 것인지조차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볼을 타고 흘러내린 식은땀이

온몸에 닭살을 일으켰고

반사적으로 몸은 고꾸라져

구역질을 해댔다.

겨우 간신히 몸을 일으켜

입가에 묻은 타액을 손으로 훔치며

찬찬히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난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눈물과 타액으로 범벅이 된 채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꿈에서 깨어났다.


살기 위해서 비참할 만큼

가까스로 쏟아낸 토사물,

침대 책상에서 굴러 떨어져

땅바닥에 널브러진 알약들,

책상 위에 놓인 힘 없이 휘갈겨쓴

 초라한 유서 한 장과

곧, 창문을 비집고 새어 들어오는

찬바람에 휘날리는 커튼,

어둑했던 방 안에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아침의 기운,

서서히 내리쬐는 주홍 빛깔의 햇살,

그리고

쓰러져있는 너.




어떤 꿈을 꾸었던 것 같다.

그 꿈속에서

나는 깊이 잠든 너에게

알 수 없는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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