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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헌일 Feb 13. 2017

존재의 의의.


그대에게서 나란 존재는

이젠 무색해질 만큼

이렇게나 거리를 두는 그대였다.


"지금의 난

그대에게 있어서 어떤 존재인가요?.."

나는 물었다.


"애초에 나를 의식하지 않았던 당신은

내겐 어떠한 존재도 아니었어요."

그대가 차갑게 말했다.


내 존재의 의의는 그대 때문인 것인데

그대 입에서 직접적으로

내 존재를 부정하는 말이 튀어나오니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나였다.


몹시나 수치스러운 마음에

몸은 달아올랐지만

왠지 모르게 한기를 느끼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내 존재가 한없이 작아지는 것이

이토록 시리고 서러우며

고달픈 것이었구나.


갑자기 눈물이 흘렀

동시에 그대가 말했다.


"당신이 흘리는 그 눈물,

계속 흐르도록 내버려두세요."


이제 내 눈물을 닦아줄 그대

어디에도 없었다.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나이기에

그대에게 나의 슬픔은 와 닿지 않는 것일까.


나는 물었다.

"내 눈물을 그대한테 보이고 싶지 않아요.

어째서 내버려 두라는 거죠?.."


그대가 말했다.

"당신이 느끼는 그 슬픔,

그저 흘러가도록 놔둔다면

언젠가 먼 훗날에

한 곳으로 모이게 되어

커다란 연못을 이루게 되겠죠.

그때 그 수면을 들여다보세요.

당신 자신이 아닌

내 모습이 비쳐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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