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혼잣말

침착[沈着]

밑으로 가라앉아 들러붙음.

by 박헌일


저 하류로 흘러가면

그 마지막에서

내가 거슬러 올랐던 길이

내 시야에 가득 들어찰 줄 알았고

그 길을 조용히 내다보며

무언의 감정이 북받쳐 오르길 바랬다.


하지만

끝없이 아래로 흘러가는 탓에

들여다볼 겨를도 없을뿐더러

지나쳤던 거친 기억들에 몸을 부딪히며

저 아래로

하염없이 고꾸라졌다.


생각지 않고 되돌아온 길이

내가 거슬러 올랐던 길의 형용이요,

곧, 경험의 과정들이

그 경로에 침착[沈着]된다는 것을

왜 나는 알지 못했는가.


지금 나 자신이

저 밑으로 가라앉아 들러붙어

고개를 들기가 힘에 겹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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