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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홍 Sep 13. 2021

연구활동을 하게된 후배의 말 한마디

04. 마음속에 할까말까 고민이 있다면, 그건 이미 하고 싶다는 의미다.


 우리는 때때로, 많은 두려움과 걱정 속에서 살아간다. 그 두려움이란 대부분 일이 아직 벌어지기 않았기 때문에 잘 안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먼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잘만 생각해보면 그 걱정 자체가 이미 마음속에서는 하고 싶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높다.


 나 역시 많은 걱정과 두려움이 있었던 때가 많았다. 지금은 그때보단 많이 성장해서 "잘 될거야!"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많았지만 분명 필요 이상으로 걱정을 많이 하는 성격이었다.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이었다. 난 학교에 남아 계속 연구실에 있었다. 연구실에서 교수님, 박사님들과 자체적으로 스터디도 하고, 세미나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났을까. 교수님이 먼저 나에게 다가와 제안을 했었다.

 "너 2학기 때 연구연수 활동을 해보지 않을래? 그래도 3학년 학부생이 연구활동을 해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면 나중에 이력서에 쓸 때도 도움이 될거야." 깜짝 놀랐다. 학생들이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굳이 말을 안하는 교수님인데 이렇게 먼저 제안을 하시다니...!!!


 하지만 난 당시에 이 제안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이미 3학년 1학기, 6전공과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힘들어하는 내 자신을 경험했기에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었다. 그리고 2학기에 내가 들어야 하는 과목을 살펴보니 6전공 뿐만 아니라 Term Project도 5개나 있었다. 1학기때는 Term Project라도 없어서 할만 했는데 2학기때는 이걸 다 하면서 연구 활동까지 해나갈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일주일 쯤 시간이 지났을까. 옆에 연구실에 여자 후배 한명이랑 같이 점심을 먹으러 나가면서 나의 고민을 이야기 했다. 교수님의 제안과 나의 고민을 주저리주저리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고민을 다 듣더니 후배가 웃으면서 말했다. "오빠가 그렇게 고민하는거 자체가 이미 하고 싶다는거 아니야? 내 귀에는 그렇게 들리는데, 그냥 하면 되지! 뭘 더 고민해?" 이 말 한마디에 소름이 돋았다. 그렇다.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행동이 따르지 않을 뿐이지, 내 마음은 계속 하고 싶다는 걸 의미했다. 그 친구가 내 마음속 이야기를 대신 꺼내 주었다. 나보다 4살이나 어린 후배인데, 참 생각하는 건 나보다도 훨씬 어른이었다. 그렇게 그 말 한마디로 3학년 2학기때 연구활동을 시작하였다.


 이 연구 활동이 내 생에 첫 실제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을 해보는 시기였다. 8~9월 2달동안 공부를 해가며 R을 통해 분석을 하였고, 그 결과가 어느 정도 나왔다. 그리고는 교수님이 이 결과물을 가지고 학회에 나가보자 하셨다. 솔직히 연구활동만 생각했지 내가 학회에 나갈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리고 25살, 3학년 2학기에 '한국자동차안전학회'에 나가 내 연구 결과에 대해 발표를 했고, 연구활동도 무사히 마쳤다.


분명 먼저 손을 내밀어주신 교수님 덕분에 그 나이로는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교수님은 학생들의 별거 아닌 연구 활동을 마치 별거 있는 것처럼 끌어 올려 주시는 능력이 있었고, 그 능력 덕분에 나는 학회도 나갈 수 있었다. 훗날 2018년 초에 교수님께서 한 번 더 연락주셔, 내 연구 과제에 대해 논문을 제안해주셨고, 교수님의 많은 도움으로 내 이름이 걸려있는 논문이 '한국전자거래학회지'에 실리게 되었다.



 살다 보면, 무언가 할까 말까 고민의 순간들이 많이 있다. 확실한 것은 고민을 한다는 거 자체가 이미 하고 싶다는 걸 반증한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려 보라. 만약 하고 싶지 않았다면 고민 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깨달은 사실이 있는데, 무언가를 결정한다는 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일단 시작을 해보고 끝을 보면, 그 끝은 꿈도 꾸지 못한 곳으로 가게 된다. 연구활동을 시작할 때만해도 내가 학회에 나가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햇다. 그리고 1년 6개월 뒤, 내 이름으로 된 논문이 나올 것이라고도 단 한순간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후배의 말 한마디 덕분에, 그리고 교수님 덕분에, 4학년때 취업 준비를 하면서 내 자소서에 이 이야기가 빠짐없이 등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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