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쯤, 둘째가 대학병원에 다녀왔다. 신생아 때 갑자기 열이 나서 응급실에 갔던 일이 있었는데 그 이후 두 번째였다.
돌이 될 때까지 병원신세 한 번 진 적 없었던 첫째와는 달리 둘째는 하루가 멀다 하고 잔병치레를 했다. 그 덕에 아내는 내가 출근하고 나면 첫째 어린이집 보내랴 둘째 데리고 병원 가랴 갖은 고생을 했고, 또 고생하는 중이다.
이번에 대학병원에 간 건 아이의 눈 때문이었다. 어쩐 일인지아침에 일어나 보면 둘째의 왼쪽 눈에 눈곱이 잔뜩 끼어 있었다. 앞이 보이나 싶을 정도로. 처음엔 아이가 감기에 자주 걸려서 거기에 동반된 증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감기 증상이 잦아든 이후에도 어김없이 눈곱이 생겼다.어딘가문제가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아내는 둘째의 눈물샘이 막힌 것 같다는 얘길 했다. 증상이 계속되자 이런저런 검색을 해 알아본 모양이었다. 나는 '에이... 그럴 수가 있나?'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것 같다. 눈물샘이 막히다니. 생전 처음 듣는 얘기였기 때문이다.뭔가 학창 시절 생물시간에 배웠을 수도 있을 법한 내용이지만 그 시절 공부한 내용의 8, 90%는 포맷되었으므로,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럼 그게 막히면 뭐가 문제지?
뚫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우리 애만 그런 건가?
내 눈물샘은 잘 뚫려있나?
30년 넘게, 당연한 듯 사용(?)해온 '사람 몸'이지만 어느 것 하나 스스로 답을 내릴 수 있는 게 없었다.아이에 대해, 나에 대해, 사람에 대해 참 모르는 게 많다는 걸 느꼈다.
한편, 내가 그런 생각만 하고 있는 동안 아내는 자주 가던 동네 소아과에 가서 소견서를 받아왔고 곧 대학병원에 진료예약을 했다.
병원 방문 당일은 평일이라 나는 함께 가지 못했다. 아내에게 전해 들은 바에 따르면 병원에서 아이의 눈물샘을 확인한 뒤 인위적으로 뚫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결국 그날 바로 시술을 했다고 한다.
정확히 어느 부위를 어떻게 한 건지는 아내도 직접 보지 못한 부분이라 알 수가 없었다. 아내가 마지막으로 본 건 온몸이 묶인 채 병원이 떠나가라 울던 아이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현장에서 그걸 직접 지켜봐야 했던 아내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그노무 눈물샘이 뭔지 아이도 고생, 부모도 고생이다.
거사를 치르고 난 뒤에야 나는 인간의 눈물샘이란 대체 뭔지, 찾아보았다.앞서 '눈물샘이 막혔다, 눈물샘을 뚫어야 한다'는 표현을 썼는데, 알고 보니 이건 정확한 표현이 아니었다.
눈물샘은 눈물을 만들고 분비하는 기관일 뿐, 그걸 막힘 없이 코를 통해 배출해내는 건 눈물길(비루관)의 몫이란 거다. 그래서 우리 둘째와 같은 증상에 대해 얘기할 때 '눈물길이 뚫리지 않았다, 눈물길을 뚫어야 한다'와 같이 써야 맞다는 얘기.
출처 : 두산백과
대부분의 신생아는 눈물길이 열린 상태로 태어나지만, 우리나라 신생아 중 약 6%는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중 8, 90%는 출생 이후 자연스럽게 눈물길이 형성되는데, 돌이 가까워졌음에도 눈곱이 끼는 등 이상증세가 보이면 지속적으로 마사지를 해주거나 우리 아이처럼 병원으로 가 해결을 해야 한다.
이 사실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내가 아이에게 더 관심을 기울이고 신경 썼더라면 병원신세까지는 지지 않아도 됐을 텐데. 안 그래도 미안한 감정이 많이 드는 둘째에게 더 미안해지는 요즘이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다 보면, 숨 쉬는 것만큼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을 때가 종종 있다.
음식을 먹는 것.
대소변을 가리는 것.
두 발로 걷는 것.
생각하고, 생각한 걸 말로 표현하는 것등등
인간이 태어나서 '처음부터' 혼자 힘으로, 당연히,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심지어 깨끗한 눈물을 흘리는 것조차도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비로소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