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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Oct 05. 2021

꾸준함을 가능하게 하는 단 한 가지 마인드셋

여러분은 어떤 일에 귀찮음을 느끼시나요?


제가 슬럼프나 귀차니즘을 가장 잘 느끼는 분야는 독서였습니다. 요즘도 한 번씩 책 읽는 게 너무 재미가 없고 귀찮다고 느끼는 순간이 오곤 하는데요.


예전에는 이게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말 심했습니다. 제가 특히 책을 많이 안 읽었던 시기는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4, 5년 정도였어요. 1년에 한 권도 제대로 읽지 않을 때도 있었죠.


그러다 보니까 저 스스로 점점 뭔가 사람이 얕아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어요. 또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할 이야기가 점점 없어지고. 요즘은 뭐가 트렌드인지, 그런 것에서도 뒤처지는 것 같고. 한 마디로 머리가 비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아 진짜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첫째 아이 육아휴직 때 목표를 하나 세우게 됩니다. 책을 꾸준히 읽는 사람이 되자는 거였어요. 단지 '귀찮아서' 책과 멀어지는 그 상태를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당시까지 저의 문제는 책을 읽다가도 재미가 없어지면 어느 순간 손을 놔버린다는 거였어요. 그 책뿐만이 아니라 책 자체를 읽지 않게 됐어요.


덮인 채로 책상 위에 놓여있는 책을 바라보면서 ‘아... 그래도 한번 폈으니까 끝까지 읽어야 하는데....’ 하면서 계속 미루고, 또 미루는 일이 반복됩니다.


저는 한번 읽기 시작한 책은 무조건 끝까지 다 읽어야 하는 건 줄 알았어요. 그렇지 않고서 새로운 책을 편다는 건 저의 의지, 끈기가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밖에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그렇게 혼자 쓸데없는 자존심을 부렸지만 결국 손해 보는 건 저밖에 없더군요. 그런다고 재미없던 책이 재미있어지는 것도 아니고, 계속 외면하던 책이 어느 날 손에 착 달라붙을 리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몇 개월이 지나고, 때로는 그렇게 한 권의 책도 제대로 읽지 못한 채로 1년이 지나가 버리기도 했어요.


궁금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책을 어떻게 읽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독서법에 관한 책들을 먼저 찾아서 읽기 시작했어요.


그때 한 권의 인생 책을 만나게 되는데요. 바로 <이동진 독서법>이었습니다.

제가 인생 책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지난주에 소개해드린 책들도 그렇고, 저는 저의 마인드를 바꿔놓은 책을 저는 제 인생 책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책들은 초반부터 확 몰입이 되는 경향이 있어요. 저의 결핍이 채워지는 듯한 느낌 때문인데요.


<이동진 독서법>도 첫 번째 챕터에서부터 눈길을 끄는 대목이 나왔습니다.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은 1만 7천여 권입니다. 방송이나 강연 등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그 책들을 다 읽었는가’입니다. 당연히 다 읽지 못했습니다. (중략)

서문만 읽은 책도 있고 구입 후 한 번도 펼쳐보지 않은 책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도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사는 것, 서문만 읽는 것, 부분 부분만 찾아 읽는 것, 그 모든 것이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

(13쪽)


이 마지막 문장. 이걸 읽었을 때 뭔가 머리가 좀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책을 사는 행위도 독서다!'라는 것. 그동안 읽지 않은 책들에 대한 죄책감이나 저의 구겨진 자존심 같은 감정들을 위로받는 느낌까지 들었어요.


저자는 자신이 "독서에 관한 한 가장 많이 실패한 사람이 일 거다"라고도 얘기를 해요. 이 글이 실려있는 첫 번째 챕터의 제목도 ‘실패한 독서가’였죠.


여기서 저는 '책 하나를 도중에 덮어버린다고 해서 좌절할 거 없다'는 사실을 배웠는데요. 그래도 여전히 의문은 있었습니다.


계속 실패를 하면서도
어떻게 계속 책을 읽을 수 있는 걸까?


특정 책 한 권에 흥미를 잃으면 독서 자체를 안 하게 되던 저의 입장에서는 그게 여전히 어려운 지점이었는데요. 다음 부분을 한번 볼까요.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읽기도 하고, 있어 보이기 위해 책을 읽기도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목적 독서’입니다. 그러므로 그 목적이 사라지면 독서를 할 이유도 없어집니다. 지속적이지 않죠. 하지만 재미있으니까 책을 읽는다면 책 읽는 것 자체가 목적이니까 오래오래 즐길 수 있습니다.” (20쪽)

“완독에 대한 부담감을 버리지 않으면 책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재미있어야 책을 읽을 수 있어요. ‘목적 독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사람은 사실 그렇게 의지가 강하지 않아서 목적만을 위해 행동할 수 없어요.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책을 읽을 때도 그렇습니다. (33쪽)


좀 길게 소개를 해드렸는데,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이거죠. 책은 그냥 재미있어서 읽어야 하는 것이다!라는 거예요.


저는 어려서부터 ‘책은 기본적으로 재미가 없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재미는 없지만 뭔가 배우려고 읽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독서는 저에게 고역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학때 판타지 소설, 무협소설이 굉장히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드래곤 라자> 이런 거 아시나요. 친구들은 완전 폐인 몰골이 될 때까지 읽는 책이었는데요. 다들 재밌다고 해서 읽어봤는데 저는 그것마저도 재미가 없더라고요.


좀 더 컸을 때는 <해리포터>. 전 세계 사람들이 열광하는데 저는 그것도 재미가 없어서 결국 첫 편의 반도 읽지 못했어요.


이런 경험들이 결국 저를 책에서 멀어지게 했던 것 같아요.


나한테 재미있는 책이란 게 있는가? 어떻게 그걸 찾을 것인가? 그에 대한 답을 찾는 것. 그게 저에게 숙제로 남았습니다.


<이동진 독서법>을 조금 더 읽다 보니까 ‘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싶은 부분이 나오더라고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딸이 중학생이던 시절에 학교에서 가훈을 붓글씨로 적어오라는 숙제를 내주었다고 해요. 우리 집 가훈이 뭐냐고 묻는 딸에게 박찬욱 감독이 ‘아님 말고’라고 했다죠. 정말 명쾌하고 좋은 말 아닌가요?

‘아님 말고’라는 태도를 가지고 있으면 정말 인생이 행복할 수 있어요. 내가 이것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면, ‘아님 말고’라는 태도만 갖게 되면 다른 사람 앞에서 당당해질 수도 있을 겁니다. 사실 삶에서 절박한 상황 때문에 ‘아님 말고’를 외치기 어려울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을 때는 그렇지 않아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면 과감히 ‘아님 말고’라고 생각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아무리 유명한 책이라고 해도,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강추’한다고 해도 내가 읽을 때 재미가 없고 안 읽힌다면, ‘아님 말고’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저는 인생에서 꼭 읽어야 하는 책은 없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99명이 권해도 한 명인 내가 거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책에서 흥미를 느껴야 한다는 거죠.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은 없습니다. 반드시 끝까지 다 읽어야 하는 책은 없습니다. “

(36쪽)


이 부분을 저의 식대로 해석을 다시 한번 해보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재미가 없다고 느껴진다면 계속 새로운 책을 이것저것 건드려 보면 된다! 재미있는 책을 만날 때까지!


책이 재미있으면 그 책을 읽으면 되고, 아니면 계속 갈아타면 된다는 거죠.


사실 이 독서법을 알게 된 이후에도 책을 읽다가 과감히 덮는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2, 30년을 그렇게 안 살아왔는데, 단번에 바뀌기는 힘들겠죠.


근데 비록 책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누군가 저런 말을 해줬고 제가 그걸 기억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엄청난 위로와 격려가 되더라고요.

네가 재미없으면 안 읽어도 괜찮다.
도중에 덮어도 괜찮다.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네가 싫으면 싫은 거다.


이 말이, 책을 읽었을 당시엔 독서에만 국한된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요. 지나고 보니까 제가 삶을 대하는 전반적인 태도에도 영향을 많이 미쳤더라고요.


이번 글의 주제가 콘텐츠 제작에 대한 이야기, 그중에서도 '꾸준함'에 대한 것이지만 굳이 <이동진 독서법>이라는 책을 통해서 독서법 이야기를 꺼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제가 감히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어서 ‘꾸준함’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이동진 독서법'에 따라 책을 읽을 때처럼 '소셜미디어도 내가 재미있는 곳에서 활동한다!'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갈아타 온 덕분이거든요.


요즘 유튜버라든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이라든지, 각 소셜 미디어마다 큰 성공을 거둔 분들이 많잖아요. 그분들을 보면서 나도 뭐 하나에 딱 집중해서 크게 성공하고 싶다! 하면서 시작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죠.


그렇게 한 우물만 꾸준히 파는 게 가능하신 분들이 계실 텐데, 그래서 성공하는 분들도 있을 거고. 그런데 저의 경우는 그 방법이  맞는 것 같았어요.


제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인스타툰을 그리고 하는 것이, 작가로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싶다는 욕심이 당연히 있기 때문이지만, 그것보다는 사실 그 행위 자체에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라는 게 크거든요.


앞서 <이동진 독서법> 책 내용 말씀드린 것 중에 그 부분 기억나시나요? ‘목적 독서’에 관한 이야기.


책을 통해 뭔가 얻어내려고 하고 책을 읽음으로써 좀 있어 보이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독서를 하기보다 그냥 책 읽는 게 재미있어야 꾸준히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죠.


여기서 책, 독서와 같은 단어들을 콘텐츠 제작, 플랫폼 이런 단어들로 바꾸면 제가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콘텐츠 제작도, 내가 이걸로 빨리 인플루언서가 돼야지! 큰돈을 벌어야지! 라고 먼저 생각하고 시작해버리면 금방 지치게 되어 있습니다. 그 금전적인 성과라는 것이 단기간에 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결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으면 목적으로 했던 것이 너무 멀게 느껴지고 좌절하게 되니까, 애초에 그런 방식의 접근, 저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꾸준히 콘텐츠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으시다면 힘을 빼고, 그때그때 좋아하는 것, 끌리는 것을 쫓으시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게 설령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타는 거나 콘텐츠 유형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도 말이죠.  

저도 물론 언젠가는 독립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거였지만, 어떤 콘텐츠로 어떻게 해볼 것인지 정하는 데 있어서는 철저히 저의 관심사나 흥미가 먼저였어요.


네이버 블로그에만 글을 쓰다가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뜨는 것 같길래 '오, 신청하면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끌리는데?' 그렇게 브런치를 시작하게 됐고요.


그러다 글로만 된 콘텐츠보다는 뭔가 더 이미지성 뚜렷한 걸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문 캘리그라피를 배웠고 인스타그램도 열어봤어요.


그리고 몇 달 안 돼서 불현듯 '그림도 한번 그려보고 싶은데?' 해서 강의도 들었고 지금의 인스타그램 그림 계정을 만들게 됐죠.


세줄일기라는 앱을 알게 된 후에는 '여기서는 인스타그램보다 좀 더 가볍게 콘텐츠 창작 활동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흥미가 생겨서 그림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한 달 전, 이프랜드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알게 됐을 도 단순히 '음? 재미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먼저였습니다. 이프렌즈로 선정이 돼서 활동할 수 있었던 것도 순전히 끌리는 대로 행동한 결과죠.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만약에 블로그나 브런치에만 저의 3년이라는 시간이 머물러 있었다면, 어을까?


물론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다채롭진 못했을 거라고 봐요. 단적으로 한 가지만 예를 들어 보면, 지금처럼 이프렌즈 활동을 하는 일은 없었을 것 같아요.


아마 글쓰기 자체를 흐지부지 그만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제가 예전에 마치 어떤 책을 읽다가 도중에 흥미를 잃어서 독서 자체를 놓아버렸던 것처럼요.


여러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게 되면 콘텐츠가 다양해질 뿐만 아니라 플랫폼 간 시너지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각 플랫폼에서의 활동이 다 독립된 것이 아니라는 얘기죠.


다 다른 기업에서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들이지만 콘텐츠 제작자에게만큼은 유기적으로 얽혀있고 또 그렇게 활용할 여지가 다분하다! 이걸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내 콘텐츠의 확산 범위나 속도도 확연히 달라진다! 라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슬럼프, 귀차니즘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씀드렸는데요. <이동진 독서법>에 나오는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보여드리고 첫 번째 순서는 마무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닥치는 대로, 무턱대고, 끌리는 대로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책을 그렇게 읽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렇게 읽다 보면 어느새 좋은 책을 잘 선택하게 됩니다.”

(75쪽)


이 문장에서 ‘책’, ‘읽는다’와 같은 표현들을 콘텐츠, 플랫폼, 제작, 이런 단어들로 적절히 바꿔보시면 꾸준히 콘텐츠 생산자의 삶을 살아가시는 데 도움되는 문장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도 여기저기서 끌리는 대로 활동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나한테 맞는 플랫폼이 뭔지, 또 거기서 내가 잘 만들어낼 수 있는 콘텐츠가 뭔지 선택하게 되고 또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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