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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Oct 23. 2021

딱 세 줄만 써도 괜찮은 이유

원소스 멀티유즈로 콘텐츠 무한히 만들어내는 방법 -2-

세줄일기 사용하시는 분 혹시 있으신가요? 저는 주변에 세줄일기 쓰신다는 분 본 적이 없어서, 이번 글이 자칫 저만 아는 이야기를 하는 게 될까 봐 걱정되긴 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부터 제가 꿋꿋이 세줄일기 이야기를 하고 추천을 드리는 이유는, 세줄일기가 다른 어떤 SNS보다 부담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름부터 일기잖아요? 누가 보든 안보든, 상관하지 않고 나 혼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려 올리기에 아주 좋습니다.

 

구독자 수가 몇 명인지, 오늘은 내가 올린 글에 몇 명이 좋아요를 눌렀는지 그렇게 신경 쓰이지가 않아요. 인스타그램의 경우는 제 계정으로 들어가면 제 팔로워가 몇 명인지가 눈에 확 띄게 되어있죠.

 


세줄일기는 그렇지 않아요. 이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아래에 아주 작게 표시가 됩니다. 일기를 쓸 때 인터페이스도 아주아주 간단해요. 단 한 장의 사진과 세줄의 글. 그 정도만 할 수 있는 화면 구성이 언제든 쉽게,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제가 지금 공개적으로 쓰고 있는 일기책은 '30대 직장인의 하루 한컷 일상툰 세줄일기'예요. 내용은 제목 그대로입니다. 30, 그리고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표현하고 있는데요. (하루 한컷이라고 썼지만 요즘은 … 사실 하루 한컷을 잘 못하고 있어요 ㅎㅎ..)

 

그래도 지난 7월부터 그게 나름 쌓이고 쌓여서 지금은 70페이지에 달하는 일기책이 되었습니다. 몇 가지 사례 보여드리고, 그중에서 브런치로 파생되었던 건 어떤 게 있었는지 보여드릴게요.

 

 

811일에 썼다고 되어있네요.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제가 휴가를 썼던 날이었나 봅니다. 아이들 어린이집 하원을 제가 한 걸 보면요. 


평소 어린이집 하원하고 비가 오지 않으면 아이들과 놀이터에 가거든요내년이면 다섯 살이 되는 둘째도 이제 많이 커서 알아서 제법 잘 놉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자기주장이 강해지다 보니 첫째와 충돌이 생기는 순간도 많아지더라고요. 많아진다기보다 사실 거의 매번 그렇죠.

 

이날도 아마 되게 난감했었던 것 같아요. 첫째는 빨리 집에 가자고 조르고, 둘째는 더 놀고 싶어서 혼자 킥보드 타고 씽씽 어딘가로 가버리고.

 

그래서 일기를 이렇게 썼네요.

 

오랜만에 아이들 등하원을 함께 했다. 바람이 꽤 선선해서 하원후 근처 놀이터에 갔는데 두 녀석의 타이밍이 안 맞아 난처했다. 생각해보면 의견 일치된 적이 별로 없었던 듯.”

 

그림 한컷에 세줄만 썼는데도 , 이날 이랬구나라는 기록이 완성됐습니다. 이렇게 특별하지 않은 글과 그림인데도 제가 이런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이것마저 하지 않았다면 811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예 잊어버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에요.

 

사소한 일이라도 기록으로 남겨두면 좀 더 삶이 풍요로워진다고 생각이 있어서, 소소하게나마 계속 기록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나는 세 줄밖에 되지 않는 글이 아쉽다?!' 라고 느낀다면 이 콘텐츠를 그대로 가지고 브런치로 가면 됩니다. 저도 조금 전 보여드렸던 글과 그림을 가지고 브런치로 갔는데요. 어떻게 변형이 됐는지 함께 볼까요.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제목이 생겼다는 거죠. '아이 둘과 함께 놀이터에 가면 힘든 이유'라고 붙여봤습니다. 글도 세줄일기와 비슷한 내용이지만 약간 더 자세하고 길어졌습니다.

 

세줄일기에서 브런치로 콘텐츠를 파생시킬 때는 이런 과정을 거칩니다. 먼저 세줄일기에서 그 틀에 맞는 일기를 써요. 그림 하나에 글 세줄. 그리고 그걸 그대로 브런치 플랫폼에다가 복사 붙여넣기를 합니다.


그 정도 하고 제목만 붙여서 그대로 올려도 좋지만, 브런치는 글자 수 제한이 없다 보니까 조금은 더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그럼 딱 그만큼만 더 써보는 거예요.


이때 너무 많이 쓰려고 하면 또 안 돼요. 세줄에 맞추느라 잘라내야 했던 글, 생각들만 덧붙이는 식으로 해야 부담 없이 할 수 있습니다. 방금 보여드린 사례에서도 보면 약간의 부연 설명이 덧붙여졌을 뿐이에요.


딱 이 정도여야 브런치 글도 부담 없이, 계속 쓸 수 있습니다


또 이런 식이면 세줄일기와 브런치, 두 SNS에 콘텐츠를 발행하는 일이 1시간도 걸리지 않아요. 물론 이런 건 조회수가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을 순 있지만, '콘텐츠를 오늘 또 하나 쌓았다'라는 의미를 채우기에는 충분합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부담스럽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분량이 긴 글을 써야 할 것 같고, 뭔가 소재가 특별해야 할 것 같고.


물론 출판이라든지 강연, 그밖에 어떤 목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특화되고, 전문적이고, 분량도 꽤 되는 그런 글을 쓰는 데 목표를 두시는 게 맞아요


하지만 저처럼 그것보다는 일단 '꾸준히 기록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라고 하신다면 세줄일기에서 시작해서 브런치로 파생시키는 이 방법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뭐든 첫 삽을 뜨는 게 어렵잖아요. 글 쓸 때도 그렇습니다. 글을 쓰려는데 모니터에 띄워진 하얀 화면이 부담스러우시면 모바일로 돌아가셔서, 세줄일기 화면을 띄워보세요.

 

세줄을 분명히 쓰실 수 있습니다. 일단 세줄이라도 쓰면, 그다음 글은 따라오게 되어 있어요. 그때 브런치로 넘어가시면 됩니다. 물론 세줄일기에 머무르셔도 좋고요.

 

제가 사례를 하나만 더 보여드릴게요. 먼저 세줄일기입니다.

 

83일의 기록이었어요.


당근마켓 많이 이용하시죠? 저도 7, 8월 저 때 한창 당근 거래를 했었는데, 한번 거래를 트니까 집안에 있는 물건들을 유심히 보게 되더라고요. 뭐 돈 될만한 게 없나… 하고요. 


그래서 막 자잘한 것들 처분을 많이 했던 시기였는데요. 뭔가 만족스러웠던 건지 이런 일기를 남겼었네요.

 

저는 이 이야기를 들고 바로 브런치로 넘어갔습니다. 브런치 글을 한번 볼까요.



브런치에는 마지막 반전이 있었군요. 두 달 전 글이다 보니 저도 정확히 기억을 못 하고 있었네요.

 

역시 제목이 눈에 들어옵니다. '당근마켓 하면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 있을까?' 나름 좀 잘 뽑은 제목이라고 생각했는데 조회수가 100회 정도에 머물러있네요.


조회수는 그렇다 하더라도, 제가 두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보이시나요? 우선 세줄일기, 브런치는 모두 모바일로 쉽게 기록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어쨌든 이런 식의 콘텐츠를 브런치에 한창 올렸었는데, 그게 또 열몇 편 쌓였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내친김에 다 묶어서 브런치북으로도 발행을 해두었습니다.


브런치 북은 말 그대로 브런치에만 존재하는 전자책과 같은 건데요. 지금 마침 출판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 응모하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이게  상을 받게 될 거라고 기대하고 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것도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만든 브런치북과 그 내용들은 그림도 어설프고 글도 막 휘갈겨쓴 티가 나지만, 한컷의 그림과 글로 표현된 일상을 좀 더 정갈하게 만들 수 있다면 이런 책이 나오지 말란 법 없잖아요


또 굳이 책이 되지 않더라도 이렇게 혼자서라도 콘텐츠를 한 카테고리 안에 묶어내는 경험을 하면 이게 계기가 돼서 꾸준히 해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니까요.


그리 거창하지 않아도, 내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오늘 말씀드린 세줄일기와 브런치, 그리고 두 플랫폼을 넘나들며 제작하는 것에 대해 관심 가져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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