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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Oct 13. 2021

SNS 유목민이 어때서요?

원소스 멀티유즈로 콘텐츠 무한히 만들어내는 방법 -1-

원소스 멀티유즈의 목적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효율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

둘째, 콘텐츠를 널리 퍼뜨리기 위해서.

셋째, 콘텐츠의 다양성을 위해서.


사실 그림 그리기나 글쓰기를 순수하게 취미로만 하시는 분들은 1, 2번 항목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으실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3번. 내 콘텐츠가 업로드되는 플랫폼에 따라 다채로운 모습으로 변한다는 것, 또 그걸 본다는 건 ‘재미’의 영역이니까요. 큰 욕심 없이 취미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라도 참고 삼아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인스타그램, 브런치, 세줄일기. 요즘은 이렇게 세 가지 SNS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조금씩 유기적으로 얽혀있는데요.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는 간단한 그림에다 글을 썼고요. 브런치에는 글로만 이루어진 육아 에세이를 썼어요. 세줄일기는 사진 한 장과 함께 딱 세 줄의, 지극히 사적인 일기를 썼죠.


처음엔 한 곳에 올리는 콘텐츠를 다른 플랫폼에 올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플랫폼은 다르지만 크게 보면 어차피 다 이어져있는 온라인 공간인 건데, 굳이 여기 올렸던 걸 저기에 올리는 수고를 할 필요가 있나? 싶었던 거죠.


온라인 상에 중복되는 콘텐츠 존재하게 한다는 게 좀 이상한 일인 것 같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재미있으면 하는 거고, 아님 말고’라는 마인드로 살아가기 시작하다 보니까 생각이 점점 바뀌더군요. 좋게 말하면 당당해진 건데, 좀 더 가볍게 표현해보자면 뻔뻔해진 거죠. SNS를 대하는 자세 또한 유연해지기 시작합니다.


1. 인스타그램에서 브런치로


그래서 인스타그램 활동에 한창 재미를 느낄 즈음, 동시에 브런치에는 흥미를 잃어갈 즈음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브런치 글 소재도 잘 안 떠오르고, 인스타그램 시작했다 브런치 방치해두기는 아까운데...그래, 일단 브런치에다 인스타그램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쓰자.


https://brunch.co.kr/@heopd/170


그래서 이런 글을 쓰게 돼요. 표지 사진에도 넣었듯이 이 글을 쓰면서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을 나란히 가져가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브런치나, 심지어 유튜브까지. 어떻게 하면 내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이 될지에 대해 유명 크리에이터 분들의 조언요즘 쉽게 찾아볼 수 있죠.


눈에 띄는 내용들을 보면 ‘일관성’을 강조하는 것이 많습니다. 주제를 하나 잡아서 그걸로 쭉 밀고 가야 된다는 거죠. 거기에 저도 영향을 받았던 건지, 브런치는 글쓰기로 시작했으니까 여기에는 쭉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림을 그리기를 시작한 게 8월이었는데, 위 글을 통해서 브런치에다 ‘나 인스타그램도 해요!’라고 말한 게 10월이었어요. 두 달이 걸렸던 거죠. 서로를 가로막고 있던 보이지 않는 벽을 깨기까지 걸렸던 시간이.


신기하게도 그런 글을 올리고 나니까 더욱 거리낄 게 없어졌습니다. 저는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그림들을 하나하나 브런치에 그대로 올리기 시작했어요.


이 과정에서 제가 신경 써야 할 건 딱 하나였어요. 제목을 어떻게 더 ‘브런치스럽게’ 달 것인가.


인스타툰은 분량이 최대 10컷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내용이 많다 싶으면 제목을 달지 않아요. 물론 제목을 달면 반응이 더 좋을 때가 있는데, 늘 그렇게 하진 못해요.


브런치는 다르죠. 제목 입력이 필수예요. 게다가 브런치는 제목을 어떻게 다느냐가 정말 중요합니다. 예를 하나 보여드릴게요.


https://brunch.co.kr/@heopd/174


그림 외 텍스트는 추가하지 않았습니다. 제목만 달아서 인스타에 올렸던 그림만 딱 올렸어요.


인스타그램에 먼저 공개했던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포털 메인에도 올라가서 조회 수가 많이 나왔어요. 댓글도 몇 개 달리고 누군가는 페이스북에다 공유도 해주셨더군요.


이게 저한테는 좀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데,


'아, 인스타그램이랑 브런치는 사용자 층이 다르구나.'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아무리 많아도, 거기서 내 그림을 못 보는 사람도 많고, 또 인스타그램은 안 하는데 브런치는 보는 사람들도 있는 거구나.'


뭐 이런 식의 생각들을 하게 돼요.


그리고 또 하나. '브런치 직원들이 내가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그림들을 대놓고 브런치에다 그대로 올려도, 그걸 일부러 노출을 안 시켜주거나 그런 건 아니구나?'

여기서 원소스 멀티유즈의 가능성을 확인했던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그림들을 지금까지 브런치에 계속해서 아무 거리낌 없이 올릴 수 있었던 건 이때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그림들을 브런치에 올리다 보니 이제는 콘텐츠 형태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인스타툰을 올리고 그 밑에 간단한 글을 쓰게 됐어요.


아무래도 브런치에는 글을 더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보니까 그림에 차마 담지 못했던 말이나, 한두 줄 더 쓰고 싶은 말들이 생각나더라고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https://brunch.co.kr/@heopd/180


진짜 간단한 글을 덧붙였을 뿐인데 저는 그것만으로 브런치의 글이 인스타툰과 완전 다른 콘텐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콘텐츠에 변형을 주게 되면 처음이 어렵지, 계속하게 돼요. 특별히 애를 쓰지 않아도 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겁니다.


오늘 내용 준비하면서 제 브런치 글들을 다시 한번 살펴봤는데, 이 정도로 변형을 준 것도 있더군요.


https://brunch.co.kr/@heopd/200


인스타그램에서는 열 컷의 그림으로 된 콘텐츠였습니다. 브런치에 올릴 때는 좀 달랐어요. 그림 일곱 컷을 먼저 올리고 중간에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세 컷은 쿠키 차원으로 붙였어요.


분명 인스타그램에서는 만들어내지 못하는 형태의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신기하지 않나요? 저는 제가 한 거지만 신기하더라고요. 하다 보니 이렇게 되더라는 거.


그러면 이게 인스타그램에서 브런치 방향으로만 가능한 거냐?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브런치의 글도 이미지로 만들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있었어요.


2. 브런치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제 브런치 글 대부분은 육아 에피소드를 소재로 한 건데요. 육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텐데, 아이들 키우면서 미치도록 힘들 때도 있지만 만화같이 웃긴 순간도 많고, 또 소소한 감동을 느낄 때도 있죠. 그런 내용이면 그림으로 표현하기에도 좋습니다.


브런치에 써두었던 글을 인스타툰으로 만들어서 발행했던 사례를 보여드릴게요.


https://www.instagram.com/p/CGqYxF6HNWR/?utm_source=ig_web_copy_link

(*원문 - https://brunch.co.kr/@heopd/97)

이 이야기는 특히 그림으로 그리기가 쉬웠어요. 욕조 안에 들어가 있는 두 사람을 그려두고, 대사만 바꿔가기만 해도 충분히 이야기가 되는 에피소드였으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에 제가 굳이 이런 컷을 넣었죠.

인스타그램에서도 뻔뻔해지는 데 성공한 건데, 인스타그램에서만 저를 아시는 분들한테 알리는 목적이 있었던 거예요. '저 사실 브런치에 글을 쓰던 사람이었습니다.' 하고요.


제가 좀 소심한 관종(?)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점점 대범한 관종으로 변해갔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자신이 관종임을 인정하고 겸허히 받아들이면 보다 많은 도전을 할 수 있어요.


글이든 그림이든, 일상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으시다면 '나 자신을 노출시키는 일은 필연이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고는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제한이 되니까요.


그래도 그게 여전히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께는, 제가 읽었던 책에 나왔던 문장들 몇 개를 소개해드릴게요.


첫 번째는 <친절한 성 기자의 유튜브 재테크>라는 책인데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그동안 관종이라는 말은 부정적 의미가 강했다. (중략) 하지만 이제는 관종의 시대다. (중략)

시대에 따라, 경제 시스템에 따라 유능한 인재상도 변해간다.

2차 산업시대엔 공장 노동자가
3차 산업 시대엔 지식 노동자가 각광받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 인재는 과연 누구인가?

그는 바로 관종이다.


이 말에 따르면 요즘 시대에 유튜버들이 잘 나가는 이유가 있는 거죠. 그런 성향의 사람들이 현재의 경제 시스템에 가장 잘 맞는다는 것. 제조업이 성행하던 시절에는 공장에서 일한다는 것이 대우받는 때였을 거잖아요? 그거랑 같은 맥락이라는 거죠.


'나 관종인가..?' 하면서 스스로 부정적 시선, 자괴감에 빠지시지 마시고 그저 이 시대의 흐름과 함께 가는 사람일 뿐이다, 그런 성향일 뿐이다라고 생각하시면 좀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해서 소개해드렸고요.


하나 더 소개해드릴게요. <이제 개인의 시대다>라는 책입니다.

개인의 시대에는 사회적 통념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 개인의 시대에는 '노출'로 무장한 사람이 세상을 주도할 것이다.

이제 기존의 틀을 뛰어넘어 세상과 소통하는 사람이 사회를 이끌어갈 것이다.

개인의 시대의 중심 사상에 자기 노출이 있다. 자기만의 유일한 존재감을 가지고 세상을 향해 소리칠 것인가? 아니면 남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 주저앉아 있을 것인가? (7쪽)
개인의 시대에는 머릿속에 있는 지식의 양이 아니라 세상에 얼마나 많은 흔적을 남기느냐가 성공을 결정한다.

삶은 성장의 흔적이다. 삶이란 부족한 내면의 자아를 끊임없이 노출하며 성장하는 과정이다.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타인에게 보여지는 성공이 아니라 자신에게 충실한 내적 성장이다.

개인의 시대에는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로, 무엇을 축적할 것인가에서 무슨 흔적을 남길 것인가로 삶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 (158쪽)


첫 번째 책에서 지금 시대를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했다면, 여기서는 '개인의 시대'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는 게 조금 다르죠. 저자는 현재를 개인의 시대, 과거를 조직의 시대였다고 말합니다.


저자의 말 중에 저는 이 문장이 핵심이라고 봐요. 자기만의 유일한 존재감을 가지고 세상을 향해 소리칠 것인가? 아니면 남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 주저앉아 있을 것인가.


남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만 있어도 충분히 살만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게 조직의 시대였고요. 자기만의 유일한 존재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 시기. 그게 바로 지금. 개인의 시대죠.


주도권의 문제인 것 같아요. 조직의 일원으로만 살아서는 항상 뭔가 부족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 요즘 시대에는요.


돈을 많이 벌어도, 내 시간을 빼앗긴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죠. 또 조직을 위해 일하다 보면 ‘내 것’을 손에 넣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간은 결국 ‘나’로서 살아갈 때 행복을 느끼잖아요. 그러니까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 때에도 '뭐 어때?'라는 생각으로, SNS에서도 플랫폼 간에 한계를 스스로 그어버리지 마시고 여러 플랫폼을 넘나들면서 자신을 드러내며 세상과 소통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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