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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Sep 29. 2021

읽으면 뭐라도 하게 되는 '동기부여 갑' 추천도서 1

저한테 책은 ‘재미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극제’로서의 의미가 큽니다. 지금 상황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게 만드는 그런 힘이, 바로 책에 있다고 믿거든요.


일상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어서 어떤 유용한 스킬이나 팁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기부여받을 수 있는 책을 꾸준히 읽는 것. 독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책 이야기를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인스타그램에 그림을 그려서 올리는 것도 결국 책의 어떤 부추김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결정적인 순간에 저를 움직이게 한 결정적인 책을 만났기 때문에 조금씩이라도 움직이게 됐고 제 삶이 변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 두 권을 소개해드릴게요. 


■ 추천 도서 1 :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임승수, 시대의창)


좀 뜬금없죠? 그림 그린다는 양반이 갑자기 뭔 자본론이야..? 이런 생각 하고 계신가요. 이 노란색 표지의 책을 보신 적은 없으시더라도 아마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는 이 책을 읽기 전엔 자본론에 대해 잘 몰랐던 데다 편견까지 있었어요. '사회주의를 설파하는 내용 아닌가? 불온서적 아닌가?' 하고 말이죠.


저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아주 잘 살아남아보고 싶은 사람일 뿐입니다. 그럼 이 책을 굳이 소개해드리는 이유는 뭐냐.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이 바로 자본주의 시스템, 그 본질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에요.  


책 표지에 있는 소개 문구를 한번 볼까요.

우선 마르크스가 쓴 책의 제목이 자본론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마르크스가 이 책에서 연구한 것은 사회주의도 공산주의도 아닌 자본주의다. 엄청난 분량의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본주의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서술하고 있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내용은 눈 씻고 보아도 찾을 수 없다. 사실 당연하다. 마르크스가 살던 시대에는 사회주의가 실제로 구현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영국에서 자본주의가 탄생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며, 그 현실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관심 없어서 <자본론>에도 관심 없다는 것은, 마치 불교에 관심 없기 때문에 성경을 읽지 않는다는 말과도 같다.


자 그럼, 이 책이 자본주의에 관한 책이란 건 알겠는데 이게 '내 콘텐츠를 만드는 행위'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걸까요.


동기부여 포인트가 바로 그 점에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책 앞부분 내용을 조금만 소개해드려도 공감을 하실 거라고 봅니다. 특히 직장인의 입장이시라면요.


저는 이 책을 읽고 진짜 큰 충격을 받거든요. 사실 충격이라면 좀 거창하고, 현타가 제대로 왔죠. 요즘 말로.


책에 보면 자본가가 각종 재료나 설비, 그리고 사람들의 노동력을 활용해 어떻게 재화를 만들고 가치를 창출하는지, 또 어떻게 기업을 유지시키고 부를 축적하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이 되어 있는데요.


간단한 수식으로 표현이 되어 있어서 이해하기 쉬워요. 핵심은 이겁니다.


이윤은 노동자의 빼앗긴 시간에서 나온다.


책 목차 중에서도 볼 수 있는 표현인데요. 기업에서 창출하는 그 이윤이라는 것은 노동자들이 자본가에게 제공한 노동 시간에서 나온다는 이야기입니다.


직장인들은 대개 이렇게 생각하죠. '나는 내 시간을 들여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만큼의 대가를 임금의 형태로 돌려받으며 살고 있다'라고요.


하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내가 받는 그 '노동의 대가'라는 것은, 실제로 내 노동력이 만들어낸 가치보다 현저히 적다는 거예요. 대가를 덜 받고 있다는 거죠.


그래야만 자본가들은 이윤을 남길 수 있고, 기업이 성장할 수 있고, 또 나아가서는 자본주의 체제가 돌아갈 수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책에서는 주로 빵 공장의 예를 드는데요.


만약에 제가 제빵사예요. 제가 노동력을 제공해서 빵 10개를 만들었는데, 빵 10개 가치만큼의 임금을 받게 되면 기업이 계속 운영될 수 없고, 자본주의 체제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해요.


자본론은 우리가 받게 되는 임금은 실제로 빵 서너 개 정도의 가치밖에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보다 많더라도 빵 10개의 가치보다는 낮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수식으로 증명해 보여줍니다.


저자는 이것을 ‘착취’라고 표현합니다.


직장인들 그런 말 많이 하잖아요. "야, 우린 노예야~ 월급의 노예."


저도 제가 노예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 사실이 수식으로 딱 눈앞에 나타나니까, 짜증이 확 나더군요.


책의 한 구절을 더 보여드릴게요.

노예제 사회, 봉건제 사회가 착취 사회인 이유는 노예주와 봉건영주가 노예와 농노가 일한 결과물을 빼앗아 자신의 부를 축적했기 때문이죠.

자본가는 노동자가 생산한 잉여가치를 자신의 몫으로 가져간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노예주나 봉건영주와 다를 것이 없어요.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 사회의 은폐된 착취 구조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임금 노동자’는 현대판 ‘노예’라고 할 수 있겠죠. 다만 착취가 교묘하게 은폐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임금 노예로 살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해요.

참으로 교묘한 시스템이죠. 자본주의 빈부격차의 비밀은 바로 ‘시간 도둑질’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103~104쪽


'시간 도둑질'이라는 표현 되게 와닿지 않나요? 자본주의 하에서 회사는 어쩔 수 없이 내 시간을 빼앗아가는 존재다!라는 걸 각인시켜 주죠.


책에 보면 뭐 성과급제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여러 가지 개념 설명이 더 나오는데요. 결국 모두 자본주의의 ‘착취’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것들이에요.


사실 이 내용들이 저에게 특별히 와닿았던 건 제가 이 책을 읽었을 당시의 상황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을 2018년에 읽었는데요. 바로 직전인 2017년 말에 육아휴직을 네 달간 썼었었습니다. 그전까지 회사 생활이 정말 숨 막힐 정도로 힘들었어요. 일주일에 2, 3일은 밤을 새웠었고요. 휴가도 제대로 쓰기 힘들었어요.


회사에 대한 불만이 제일 폭발했을 때는 아내가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였는데요. 첫째가 출산 예정일이 됐는데도 나오지 않아서 아내가 결국 병원에 입원을 해야 했어요. 그런데도 저는 회사 일 때문에 아내를 제대로 보살펴줄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출산이 임박해서 진통이 슬슬 오는데도, 제 업무를 대체해줄 사람이 없어 입원실에서 아내를 등 뒤에 두고 노트북 펴서 일하고 그랬어요. 출산하는 순간엔 그나마 옆에 있을 수 있었지만 다음날 바로 출근을 해야 했고요. 그렇게 아이 태어나고 1년 동안은 육아에 거의 참여를 못했었죠.


몸도 힘들었지만 마음이 참 힘들었던 시기였습니다. 회사 일에 빼앗기는 시간 때문에 내가 필요한 순간 가족들 옆에 있어주지 못한다는 게 정말 싫었어요. 이게 사람 사는 건가 싶더군요.


그렇게 힘들게 회사 생활을 하다가 2017년 말에 육아휴직을 했는데, 회사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보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그리고 복직을 했는데 다시 그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또 금세 마음이 안 좋았죠.


그런 상황에서 이 책을 읽었으니, 현타가 올 수밖에요.


아... 진짜 직장 생활만 계속해서는 나는 그냥 노예밖에 안 되겠구나. 매년 조금씩 오르는 월급, 인센티브, 이런 것만 바라보면서 그게 전부인 줄 알고 살다 보면 나중에 정말 큰일 나겠구나. 그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습니다.

 

더 이상 회사에 내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


본인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시는 분들을 깎아내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맡은 역할을 충실히 잘 해내서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커리어를 통해 습득한 것을 온전히 자기 콘텐츠로 만들며 성장하는 분들이 계시죠. 그런 분들까지 무작정 ‘노예’라고 표현할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삶보다는, 언젠가는 회사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내 콘텐츠를 꼭 만들어야겠다는 쪽을 택했습니다. 5년이 걸리든 10년이 걸리든 '나는 노예의 삶을 사는 사람은 아니다. 주체적, 능동적으로 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라는 느낌을 받고 싶었어요.


재테크 용어 중에 ‘레버리지’라는 게 있잖아요. 어떤 자본을 지렛대 삼아서 투자 이익을 끌어올린다는 개념이죠. 그때 지렛대로 삼는 건 대개 은행 대출과 같은, 타인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자본입니다.


내가 제공하고 있는 노동력도 자본가 입장에서 보면 레버리지의 일종입니다. 저는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을 읽고 평생 레버리지 당하면서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됐습니다.


설령 그런 상황을 단기간 내에 피할 수 없다 하더라도, 자본주의의 이런 속성을 아는 것만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첫 번째로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이라는 책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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