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그럼 블로그는 어떠냐. 저는 일상 소재의 글을 쓸 때 블로그는 잘 권하지 않습니다. 앞서 브런치가 포털사이트와 연계가 되어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씀드렸었는데, 블로그는 그것보다 더 포털사이트 친화적인 플랫폼이에요.
인스타그램, 브런치보다도 훨씬 오래된 소셜미디어로 네이버가 검색 엔진으로서 자리를 잡아갈 때 블로그도 함께 성장해왔죠.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네이버 검색 결과의 상당 부분을 네이버 블로그가 책임지고 있어요.
그러니까 네이버 블로그 중에서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건 정보성 콘텐츠인 경우가 많습니다. 살짝만 다르게 얘기해보면 이렇게 볼 수도 있겠죠. 블로그가 크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주목받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담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블로그는 제품이나 서비스 사용 후기라든지 서평, 여행기 등 다른 사람이 참고할만한 정보성 글을 쓰기에 좋은 플랫폼이란 얘기죠. 그렇기 때문에 블로그로 돈 버신다는 분들이 아직까지도 많이 계신 걸로 알아요. 글쓰기 위주의 콘텐츠 제작, 그리고 수익성까지 거두는 것이 목적인 분들이라면 네이버 블로그도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어요.
제 네이버 블로그는 개점휴업 상태예요. 저는 사실 리뷰 글을 쓸 때보다 그냥 일기 쓰듯, 기록하듯 쉽게 쉽게 쓸 때 더 편하고 좋은데,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일상 글 쓰는 재미를 계속해서 느끼지는 못하겠더라고요. 정보성 콘텐츠들이 주목받는 분위기 속에서 꿋꿋하게 내 갈길 가는 게 쉽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죠. 공해…공해가 너무 심하다는 겁니다. 제 블로그는 이제 거기에 너무 많이 오염이 됐어요. 서로이웃 신청받기를 허용해두면 온갖 광고 블로그로부터 신청이 들어옵니다.
돈 100~200만 원 줄 테니까 블로그 우리한테 팔아라! 이런 요청도 정말 많이 와요. 그런 것쯤 무시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하실 수도 있는데,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면 되죠. 그런데 저는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그에 비해 브런치는 정말 청정지역이라 할 수 있죠. 광고 댓글 한 번 받아본 적 없고요. 그런 목적으로 글을 발행하시는 분들도 본 적이 없어요. 교묘하게 운영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그런 티가 정말 안 나요.
'작가 신청'이라는 절차가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해요. 브런치는 작가 신청을 해서 받아들여지는 사람들만 공개적인 글을 발행할 수가 있거든요. 이게 사용자 수가 확 늘지 못하게 막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는데 한편으로는 플랫폼이 순수하게 글 쓰는 사람들로만 돌아가게 해 준다는, 그런 순기능도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브런치에 이어서 블로그 이야기를 해봤는데요. 슬슬 좀 지루… 하시죠? 잠깐 쉬어가는 의미에서, 또 동시에 다음에 이야기할 내용을 소개할 겸해서 영상 하나 보여드리고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재밌게 보셨나요. 텍스트 내용까지 잘 보이셨을지 모르겠네요. 방금 보신 영상은 제가 올해 초에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인스타툰을 활용해서 만든 건데요.
보셨다시피 사연이 좀 있습니다. 제가 작년에 1년 동안 육아휴직을 했었는데요. 그 기간에 하루도 빠짐없이 세줄일기 앱에다가 일기를 썼어요. 그리고 그걸 따로 보관하고 싶어서 책으로 만들었는데 너무 만족감이 큰 거예요.
좀 더 많은 분들이 이 서비스를 통해서, 매일 조금씩 글을 씀으로 해서 행복감을 느껴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만화까지 그리게 됐습니다. 만화에도 많은 내용이 들어가 있었지만 굳이 다시 한번 설명을 드려 볼게요.
세줄일기는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일기를 쓸 수 있는 소셜미디어예요. 그런데 앞에 '세줄'이란 단어가 붙었죠? 딱 세줄만 쓸 수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더 쓰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요. 글자 수 제한이 있어서 답답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할 순 없지만 저는 이게 엄청난 장점이라고 생각했어요.
오늘부터 일기를 써보자! 라거나 오늘부터 글을 써볼 거야!라고 할 때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많이 써야 한다’, ‘잘 써야 한다’라는 부담감입니다.
그런데 딱 세줄밖에 못쓰는 환경에 놓이게 되면 부담감이 확 사라져요. '내가 하루에 세줄을 못 쓰겠어?!'라는 생각이 들고, 또 어쩌다 빼먹은 날이 있더라도 ‘내가 고작 세줄을 못썼다니!’ 하면서 금세 정신을 차리고 글을 쓰게 돼요.
한두 페이지 정도 분량으로 완성된 글을 써야 진정한 글을 썼다고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내재돼 있으면, 조금씩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귀찮아서 글을 안 쓰게 되기 쉽죠. 그런 경험이 있으시다면 세줄일기를 강력 추천드리겠습니다.
저는 지금도 세줄일기를 애용하고 있어요. 저한테 제일 부담 없는 플랫폼이거든요. 심지어 일기책 두 개를 만들어서 쓰고 있는데요. 하나는 비공개로 두고 철저히 저희 가족 일상 기록용으로 쓰고 있고요. 나머지 하나는 하루 한컷 일상툰이라고 해서, 뭐랄까. 좀 간소화된 인스타그램 그림 계정 느낌으로 쓰고 있어요.
매일매일 세줄씩이라도 내 생각을 꺼내보는 연습을 하면 다른 플랫폼에서 좀 더 긴 호흡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야 할 때 분명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몸을 움직일 때도 평소 안 쓰던 근육을 갑자기 쓰게 될 때면 힘이 잘 안 들어가잖아요. 다음날 엄청 아프기도 하고요.
그런데 평소에 조금씩이라도 단련을 해두었던 근육이라면 힘을 크게 써야 할 때 덜 부담스럽습니다. 글 쓰는 일, 콘텐츠 만드는 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