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러 소셜 미디어에 일상을 소재로 한 콘텐츠를 발행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 브런치, 블로그, 세줄일기. 이렇게 네 가지인데요.
제가 시작하자마자 소셜 미디어부터 언급부터 하는 이유는 여러분들이 너무도 편안하게, 또 자연스럽게 이용하고 있는 이 플랫폼들이 사실은 일상 콘텐츠를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냥 도와주는 정도가 아니라 심지어 매우 효과적이죠.
소셜 미디어에 일상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면 세 가지 큰 수확을 얻을 수 있습니다. 확장성, 정체성, 수익성이 바로 그것인데요.
먼저, 확장성
소셜 미디어는 목적 자체가 내가 가진 어떤 걸 다른 사람과 공유하려는 데 있죠. 따라서 내가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사진이나 동영상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너무 확산되길 원치 않는 개인적인 것이라면 자신의 계정을 비공개로 설정한다든지 공개범위를 제한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제가 올리는 콘텐츠가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길 바라기 때문에 온전히 다 열어두게 되죠. 심지어 더 잘 보이게 하기 위해서 갖은 애를 씁니다.
또 내 콘텐츠를 보신 분들이 다른 곳에 재차 퍼뜨려주기도 하죠.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로 지인들에게 공유하는 것처럼요. 디지털이기 때문에 무한히 퍼져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소셜 미디어의 이러한 성격은 개인적으로 사용하시는 분들에게는 다소 꺼려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콘텐츠 생산자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정체성
소셜 미디어에 내 콘텐츠가 차곡차곡 쌓이면 나만의 확실한 정체성이 생깁니다. 기존에 나에게 형성되어 있고 내가 인식하고 있던 정체성이었다고 할지라도 그게 더 확고해지는 효과가 있어요.
저의 예를 한번 들어볼게요. 지금은 제가 이것저것 일을 벌여 가며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려 하고 있지만, 불과 4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저는 그냥 평범한 직장인에 불과했어요.
지금처럼 인스타그램이나 브런치 계정을 운영하지 않고 있던 시절. 정말 회사에서 내 역량을 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던 때에 제 정체성은 직장인, 남자, 애 하나 있는 유부남 정도밖에 없었어요.
그것조차도 사실 매우 약하게 형성된 것이었죠. 제 지인들만 저를 아니까요. 저를 처음 보는 사람이 저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을 거예요. 그만큼 내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았다, 뚜렷하지 않았다는 거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지금 제 브런치에는 200여 개의 글이 쌓여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게시물도 200개를 훌쩍 넘겼어요.
그 내용을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이것만 보고도 저를 이렇게 인식할 거예요. '아 뭔가를 쓰는 사람이구나' 또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구나'라고요.
콘텐츠를 자세히 봐주시는 분들께는 제가 좀 더 뚜렷한 모습으로 각인이 될 겁니다. 왜냐하면 제가 발행하는 콘텐츠들에는 어떤 일관성이 있거든요. ‘일상 기록’이라는 것.
그렇게 저는 일상툰 작가, 혹은 일상을 기록하는 작가라는 정체성을 부여받게 됩니다.
저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세 가지 중 지금 말씀드리는 부분, 즉 정체성에 대한 것이 가장 크다고 보는데요. 특히 직장인들에게는요.
직장을 다니다 보면 내가 없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요즘은 우스갯소리로 더 많이 하는 질문이죠.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진짜로 던지게 돼요.
그럴 때 좀 더 뚜렷하게 내 정체성에 대해 답할 수 있다면, 직장인이라는 정체성 하나로 살아가는 것보다 더 행복하고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세 번째는 바로 이겁니다.
수익성
우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돈을 벌 수가 있어요.
다만 저는 여기서 직장을 벗어나 완전히 독립할 수 있을 정도의 수익성이 있다고는 자신 있게 말씀드리진 못합니다. 제가 아직 거기까지는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그동안 느낄 수 있었어요. 그렇게 살아가시는 분들을 간접적으로 접하기도 했고요.
그에 비하면 저는 정말 소소한 수준이었어요. 브런치를 통해 글을 기고하고 받은 원고료. 블로그 운영하면서 서평 작성 조건으로 받은 책들. 인스타그램 그림 계정 운영하면서 받았던 제품 협찬, 공모전 참여해서 입상하고 받은 상금 정도였죠.
기껏해야 용돈벌이밖에 안 되는 수익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수익성'에 대해 당당하게 언급할 수 있는 건, 그 소소한 변화 또한 제가 소셜 플랫폼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경험할 수 없었던 일이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처음부터 크게 성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처음엔 다 이렇게 소소하게 하는 거죠. 누구에게나 무명의 시기는 있는 거잖아요. 또 그렇다고 믿어야 제가 거두고 있는 작은 성과에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소셜 미디어의 특성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려봤는데요. 이번 글을 준비하다 보니까 저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난 글에서 제가 일상을 기록해야 하는 이유와 꾸준히 기록하다 보면 달라지는 것들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그때 그 내용이 이번 글의 내용과 거의 같은 맥락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아주 잠시 동안 아.. 내가 괜히 했던 얘기 또 하고 앉아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습니다. 단순히 했던 이야기의 반복이 아니라, 그만큼 일상 콘텐츠라는 것과 소셜 미디어의 성격이 서로 잘 부합한다, 라는 거예요.
일상 기록이란 걸 했을 때,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봐주면 콘텐츠로서의 가치가 더 올라가는 것인데 소셜 미디어가 그걸 도와줍니다. 또 그렇게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면 자존감, 자신감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데 이것 역시 소셜 미디어가 부스터를 달아줘요.
마지막 수익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소소해 보이는 일상 콘텐츠는 혼자만의 이야기일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기 때문에 결국 광고주들은 그렇게 일상 이야기로 대중과 소통하는 사람들을 찾게 되어 있어요. 이때 소셜 미디어가 중간에서 다리를 놓아주는 겁니다.
소셜 미디어가 있는 한, 일상 콘텐츠는 어떤 형태로든 계속 살아남을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전문성이 있는 것도 좋지만 일상 콘텐츠가 제일 사람 냄새나잖아요?
끝까지 대중들 마음을 움직이는 건 일상을 소재로 한 다채로운 이야기들일 겁니다.
여러분은 어떤 플랫폼에서, 어떤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