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글 쓰는 일, 기록하는 일이 낯선 분들에게는 이런 의문점이 생길 수 있을 거 같아요.
'일상 기록을 해서 뭐하냐? 뭐 떡이라도 나오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떡, 나옵니다.
일상을 기록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우리가 뭘 하든지 사실 어떤 결과물이 없으면, 언젠가는 힘이 좀 빠지잖아요? 그러다 어느 날부터 결국은 손을 떼게 되고요.
일상을 기록하는 일도 마찬가지예요. 이 일을 함으로써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계속할 수 없게 되겠죠.
지금껏 활동하는 플랫폼을 갈아타긴 했지만 저 또한 계속해서 일상을 소재로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건 사소한 변화부터 눈에 띄는 큰 변화까지, 저에게 계속해서 일어난 긍정적 변화들 덕분이었습니다.
일상을 기록하는 글을 쓰다 보면 삶이 왠지 모르게 그럴싸해집니다. 쓴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요. 나는 주도적인 삶을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걸로 뭔가를 성취해내는 사람이다!라는 느낌을 줘요. 직장인일수록 그걸 더 크게 느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글을 잘 쓰든 못쓰든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블로그든 브런치든 글을 꾸준히 쓰다 보면 내 글을 읽으러 오는 사람이 아주 조금씩이라도 늘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구독자가 늘어나고요. 좋아요를 눌러주시고요. 지인들이 알아봐 주기도 하죠. 제가 좀 관종이라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느낌이 굉장히 자존감을 높여주더군요.
게다가 운이 좋으면 포털사이트 직원분들도 인정을 해주는데요. 네이버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면 포털사이트 메인에 글이 걸리기도 해요. 그러면 조회수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터집니다. 그 순간의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죠.
이런 경험은 직장인들에게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좋은 회사를 다녀도 직장인은 사회생활에 권태를 느끼기 마련이잖아요. 왠지 월급의 노예가 된 것 같고. 내 뜻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는 것 같고. 조직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부속품이 된 느낌.
이런 게 가끔씩 사람을 정말 미치게 만들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저도 그런 때가 있었거든요. 정말 벗어나고 싶었던 때가 있었어요.
이 현실을 벗어나야 내가 행복해질 것 같다는 생각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했었어요. 그때부터 책도 정말 많이 읽었어요. 내 인생을 좀 더 주도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한 마디로 발버둥을 쳤죠. 뭐라도 하고 싶었으니까요.
그 시기에 만났던 책 중 하나가 앞서 말씀드렸던 <매일 아침 써봤니?>라는 책이었어요. 잠깐 그 책 얘기를 좀 더 해드리면, 저자는 MBC 파업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수년간 비제작부서로 쫓겨나서 연출을 못하셨대요. 그때 이렇게 생각하셨답니다.
'내가 이 상황에서 괴로워하고 있으면, 이게 나를 내쫓은 사람들이 바라는 일일 거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그리고 최대한 잘 사는 모습을 그들에게 보여주자.'
그래서 매일 아침 블로그에다 글을 쓰셨다고 해요. 수년 동안 그렇게 글을 쓰며 살았더니 어느 순간 파워 블로거가 되셨고, 나아가 몇 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님이 되셨다고 했어요.
중요한 건 얼마나 큰 부와 명예를 얻었느냐가 아니라, 글을 씀으로써 힘들었던 시간을 이겨내고 스스로 행복을 찾았다는 거였다고 저는 생각해요. 나의 회사 생활이 어떻든 그것과는 상관없이 말이죠.
저도 무작정 글을 써봤습니다. 글을 막 쓰기 시작했을 때 제 글의 소재는 대부분 육아였어요. 그때는 하루하루가 새로웠어요. 좋은 쪽으로든 힘들었던 쪽으로든. 생전 처음 겪어보는 일이니까 일단 다 써두고 싶은 거예요. 사람 기억이란 게 한계가 있잖아요.
그렇게 육아일기, 그러니까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 기록이죠, 그걸 했는데 어느 날 네이버 포털사이트 담당자분이 댓글을 달아주십니다. 이 글을 부모 i라는 탭에 노출시켜도 되겠냐. 동의를 구하시더라고요.
사실 그렇게 잘 쓴 글도 아니었어요. 뭐냐 하면 저희 첫째가 처음으로 변기에서 볼 일 보는 데 성공한 날 이런 일이 있었고 내 감정이 이러했다 라는 내용이었거든요. 글도 휴대폰으로 그냥 충동적으로 쓴 글이었어요.
너무 감사하게도 그걸 좋게 봐주셔서 포털사이트 메인 화면에 걸어주신 거죠. 이때 느꼈습니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구나. 나는 그냥 내 일상을 썼을 뿐인데 이런 글에 공감을 표해주고, 재미있어하시는구나.
왜 가끔 그런 분들이 있잖아요. 블로그나 뭐 온라인 공간에 일상 글을 쓰면 '일기는 일기장에 써라'라고 면박을 주는 사람들이요.
맞는 말 같죠? 어쩌면 TMI일 수 있는 내 일상을 누가 궁금해한다고 그걸 쓰냔 말이죠. 내가 연예인도 아니고.
근데 저 말이 굉장히 무서운 겁니다.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을 확 막아버리기 때문이에요. 저는 일기 쓰기가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고 진짜 일기장에만 글을 쓰면, 그 글을 나밖에 보지 못하잖아요. 그럼 오래 못써요. 누군가는 읽어주는 글을 써야 쓰게 됩니다. 초등학교 때를 한 번 떠올려보죠. 선생님이라도 검사를 해주시니까 힘겹게나마 쓰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별것 아닌 일상에 대해 쓰는 일기. 이것도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온라인 공간에다 쓰자! 시시콜콜해도 괜찮다. 그리고 어차피 사람 사는 거, 생각하는 거 다 비슷하다. 웬만하면 공감해주는 분 한두 분은 계실 거예요. 그렇게 믿어야 합니다.
저도 요즘 일상툰을 그리고 있지만. 진짜 의식의 흐름대로 그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아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공감하고 좋아요를 많이 눌러주실까?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낸 콘텐츠가 더 공감을 많이 받아요. 신기한 일이죠?
제 자랑을 좀 더 해보자면, 네이버 메인 사건 그 이후로 다른 글로 메인에 한번 더 노출이 됐었고, 이후에 쓰기 시작한 브런치에서는 육아와 관련한 글을 기고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습니다.
소소하긴 했지만 원고료라는 걸 받게 됐을 때의 성취감이란 지금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종류의 것이었어요.
말이 좀 길어졌는데 정리하면 이겁니다.
내 일상을 기록하면 뭐가 좋은가? 뭐가 달라지는가?
온전히 내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생긴다. 내 직장 생활이 행복하든, 불행하든, 그것에 구애받지 않고!
이게 엄청난 만족감, 성취감을 안겨준다. 그걸 동력으로 글을 더 많이 쓰게 된다.
많이 쓰다 보면 기회가 온다.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나 혼자 뭔가 이뤄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직장생활 많이 힘들잖아요. 안 그러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럴수록 글을 한번 써보셨으면 좋겠어요.
글을 쓰면 단기간에 삶이 확 바뀔 거다!라고 확언하진 못하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느끼게 되실 거예요. '내가 예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었구나. 내가 직장에만 연연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됐구나.'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