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18년 브런치 작가로 선정된 이후로 지금까지 소소하게, 그리고 꾸준히 일상을 기록해왔습니다.
직장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아보겠다는 희망 하나로 시작했던 일은 저에게 '퇴사'라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가져다주진 못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저는 월급에 의존해 살아가는 직장인입니다.
하지만 그게 현재의 제가 과거의 저와 같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얼마나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었는지, 왜 그렇게 자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제 소개를 간단히 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인스타그램, 브런치에서 일상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작가입니다. 글을 쓰고 거기에 간단한 그림을 곁들이는 일상툰을 주로 발행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에서 그림 계정을 운영한 지는 이제 1년이 조금 넘었는데요. 2천 팔로워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아마추어 작가입니다.
제가 뭐 엄청난 걸 이룬 건 아니지만 그래도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걸 조금씩 느끼고 있기도 하고, 그 시작에 일상 콘텐츠라는 게 있었다고 생각해서 이 브런치북을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일상을 기록한다는 것의 의미
한 2, 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저는 제가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 거라고 진짜 예상하지 못했어요. 저 스스로도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이게 다 하루하루 일상을 기록하면서,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니 생긴 일인데요.
최근 이프랜드라는 플랫폼에서 모임을 개최하는 호스트로서 활동하게 된 것도 참 신기한 일인 것 같습니다. 이거야말로 진짜 예상치 못했던 모습이었어요.
저는 좀 은근한 관종(샤이 관종ㅎㅎ)이어서 사람들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고 그런 걸 좋아하지 않아요. 사실 좋아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좀 무서워하는 편이죠.
학생 때 발표하는 거 진짜 싫어했고요. 사람들 앞에 서면 일단 엄청 떨었어요. 신입사원 면접 보러 다니던 시절은 생각만 해도 고통스럽습니다.
제 소개를 마저 이어가 볼게요.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기 전에 저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글을 썼어요.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서비스인데, 많은 분들이 브런치를 통해서 작가로 데뷔를 하셨죠.
제가 브런치에 써왔던 게 바로 일상을 소재로 한 글이었어요. 에세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에세이라고 하면 괜히 좀 멋 부리는 것 같기도 하고 진짜 에세이 작가님들이 쓰시는 글보다는 더 가볍고... 그래서 저는 제가 쓰는 글은 그냥 일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기록이죠, 기록.
소재에는 딱히 제한을 두고 있진 않아요. 그냥 쓰고 싶을 때 씁니다. 어느 날은 가족들 이야기를 했다가, 또 어떤 날은 영화 본 이야기, 읽은 책 이야기, 또 어떤 때는 제가 하고 있는 일, 직업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시는 분들은 ‘책 출간’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아요. 저도 그런 걸 아예 기대하지 않는다고 할 순 없는데, 요즘은 당장 그걸 목표로 글을 쓴다기보다는 순간순간 내 삶을 기록한다는 마음으로 좀 가볍게 활동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렇게 마음먹어야 좀 더 가벼워지고, 부담스럽지 않게,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한 이유
저는 기록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뭔가를 기록하면 좀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고, 지금은 별거 아닌 거 같은 순간도 특별하게 만들어주거든요.
이건 사실 제 머리에서 나온 생각은 아니에요. 기록은 평범한 일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는 이야기.
제가 3년 전쯤 처음 ‘내 일상에 대한 글을 써봐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만든 책이 있었는데. 그 책에서 봤던 문장이었어요.
“비범한 삶이라 기록하는 게 아니라
매일 기록하니까 비범한 삶이 되는 거라 믿는다”
읽으신 분 계실지 모르겠는데 <매일 아침 써봤니?>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에요.
MBC에서 드라마 연출을 하셨던 김민식 피디님의 책인데, 저는 이 책을 읽은 뒤로 삶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어요. 그만큼 저에게 큰 영향을 준 책이었습니다.
주변에 혹시 글 쓰시는 분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럼 그런 생각 안 해보셨어요?
'와... 저 사람은 글을 쓸 만큼 뭔가 특별한 콘텐츠가 있나 보다. 저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생각이 있나 보다, 특별한 일상이 있나 보다.'
제가 딱 그랬어요. 개설해둔 블로그가 있긴 했는데, 가끔씩 여행 사진 올리면서 거기에 글 몇 자 끄적이는 건 해도, ‘글을 쓴다’고 할 수 있을 만큼의 행위를 한다는 건 제 능력을 벗어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조금 전 소개해드린 그 문장이 너무 인상깊었던 저는 한번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 무작정 한번 기록을 해보자. 평범한 일상이지만 일단 뭐든 써보자.'
그런 생각이 들었던 타이밍이 마침 딱 절묘하기도 했어요. 그때가 2018년 초였는데 저희 첫째 딸이 세 살이 되던 해였거든요. 그 전 해에 육아휴직을 마치고 막 복직을 했던 시기였어요.
육아휴직을 하기 전까지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육아와는 거리가 진짜 멀었어요. 매일같이 애가 잠들면 퇴근하고, 일어나면 출근하기 바쁘고. 그런 삶을 살다가 휴직을 했으니 얼마나 만족감이 높았겠어요.
처음으로 회사로부터 자유로워졌고, 또 그때는 코로나 같은 것도 없었으니까 가족여행도 진짜 많이 다녔거든요. 그런 시기를 지내다 보니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복직을 했지만 육아휴직 기간의 좋은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던 그때, 일상을 기록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어떻게 했겠어요? 네, 그렇게 선뜻 육아일기 쓰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지금은 육아일기가 브런치에 많이 쌓여있는데, 제가 처음 글쓰기 시작했던 공간은 네이버 블로그였어요. 네이버 블로그였던 이유가 특별히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냥, 대학생 때 뭐 여행 사진 올리고 가끔 힘들 때 한풀이하려고 만들어뒀던 블로그가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이어서 쓰기 시작한 거였어요.
그때는 별생각 없이 그렇게 했던 건데, 지금 그 순간을 떠올려보면 그게 가장 쉽게 일상 기록을 시작할 수 있었던 방법이었구나, 싶어요.
간단히 정리를 해보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 내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을
내가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공간에다 쓴다.
저는 그게 육아를 중심으로 한 우리 가족의 일상이었던 거고, 블로그였던 거예요.
그럼 이런 질문을 할 수 있겠죠? 지금 내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 뭘까. 내 글의 글감이 될만한 소재는 뭘까.
그걸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일일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거 같아요. 그것보다는 내 느낌이 중요합니다.
만약에 육아를 하고 계시더라도, 육아보다는 하루에 1, 20분이라도 책 읽는 시간에 더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면 그날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들,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간단한 감상을 쓰는 게 쉬울 거고요.
직장인의 경우는, 비록 일상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건 직장이지만 취미활동을 할 때 더 즐겁다!라고 한다면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 수월할 거라 생각해요.
글 쓰는 공간도 어디든 상관없다고 봅니다. 손글씨 쓰는 게 편하면 다이어리가 되겠고, 저처럼 열어놓고 제대로 쓰지 않고 있던 블로그가 있으면 블로그, 또 뭐 많잖아요. 스마트폰 메모 어플도 가능할 것이고요.
딱히 방법을 심각하게 찾지 마시고 그냥 하는 거예요. 오늘부터 글을 써야겠어! 결심했다고 해서 평소 내 성향과 완전 동떨어진 일을 시작하면 잘 안 되는 거 같아요. 생전 손글씨 안 쓰던 사람이 어느 날 결심이 서서 다이어리를 산다고 그걸 계속 쓰게 될까요? 쉽지 않을 겁니다.
블로그나 브런치도 마찬가지예요. 그게 익숙하지 않으면 쉽게 재미를 붙이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제 생각엔 그래요.
어디다가, 어떤 글을 쓰지?라고 깊게 고민하는 순간 시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어요. 그러니까, 그냥 하면 됩니다. 무작정. 마음 가는 대로 손 가는 대로. 그렇게 시작하는 거예요. 준비가 좀 덜 되었다 느끼시더라도 충동적으로 시작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