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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Oct 01. 2021

읽으면 뭐라도 하게 되는 '동기부여 갑' 추천도서 2

■ 추천도서 2 : 밥보다 일기 (서민, 책밥상)


두 번째 소개할 책은 <밥보다 일기>입니다. 첫 번째 책이 큰 틀에서 저의 마음가짐이나 태도에 영향을 주다면,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실제로 글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구체적인 방법을 많이 배웠던 책이라 들고 나왔습니다.

제목에서 어느 정도 유추하실 수 있겠지만, 글쓰기에 대한 책이고요. 중에서도 ‘일기 쓰기’가 주요 소재입니다.


우리가 일기를 왜 써야 하는지, 일기를 썼을 때 좋은 점은 무엇인지, 일기를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뭐 그런 이야기들이 쓰여 있는데요.


저에게 가장 크게 와닿았던 부분은 일기 쓰기를 대하는 자세에 관한 언급들이었습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 어떤 특별한 일이 있어야만 일기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게 바로 웬만해서는 글을 쓰지 않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예로 들며 이런 이야기를 해요.


<난중일기>하면 다음 말을 떠올릴 것입니다. 살기를 도모하는 사람은 죽을 것이요,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 것이다.

<난중일기>에는 이런 식으로 비장한 말들이 잔뜩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난중일기>를 삽니다. 하지만 실제의 <난중일기>는 우리 생각과 딴판입니다.

임진년 1월 초2일 맑다.
나라의 제삿날임에도 공무를 보았다. 김인보와 함께 이야기했다.

1월 초3일 맑다.
동헌에 나가 별방군을 점검하고 각 고을과 포구에 공문을 써 보냈다.

1월 초4일 맑다.
동헌에 나가 공무를 봤다.

<난중일기>는 대략 이런 식입니다. 이게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이 일기가 임진왜란에 대한 중요한 사초이기 때문이지 재미있게 쓰여서가 아닙니다.

자, 여기서 우리는 뭘 느껴야 할까요? 전쟁이라고 해서 뭐 그리 대단한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순신 장군은 거의 매일같이 일기를 썼다는 점이지요.

이순신 장군을 본받고 싶다고요? 그렇다면 일기를 쓰십시오.


저는 난중일기가 저런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는 걸 몰랐을 뿐만 아니라, 이 대목을 통해서 '아, 뭐든 그냥 쓰면 되는구나! 힘을 빼고 글을 쓰면 얼마든지 , 뭐든 쓸 수 있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이 책을 읽었을 때가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글쓰기를 슬슬 부담스럽게 느낄 즈음이었거든요. 일기의 소재는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 가볍게 쓰면 된다는 메시지가 그래서 더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세줄일기를 매일 쓸 수 있었던 것도 이 책의 힘이 컸다고 생각해요.




이것 말고도 <밥보다 일기>에서 제가 거둔 수확이 또 하나 있습니다. 영화나 책 리뷰를 쓸 때의 어려움을 덜 수 있었다는 건데요.


저는 일상을 소재로 한 글을 쓸 때는 그다지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어요. 그냥 있었던 일을 쓰고 그때 내가 어떤 감정이었는지 쓰면 되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리뷰는 어떻게 써야 좋은 건지 참 감이 잡히지 않더라고요. 책 리뷰나 영화 리뷰는 괜히 잘 쓴 글처럼 보이고 싶다는 욕심이 저도 모르게 커져서, 글쓰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꾸역꾸역 쓰더라도 며칠 씩 걸렸어요. 그러다 보니 점점 리뷰 글은 안 쓰게 되더군요.


<밥보다 일기>를 보면 저처럼 리뷰 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도움 되는 대목이 나오는데요. 저자가 어린 시절 일기를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어머니 손을 잡고 태권브이를 보고 온 날 쓴 글이었는데 , '태권브이는 이런 내용이었다. 결국 이렇게 됐다. 참 재미있었다.' 이런 식으로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게 쓰여 있었어요.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써봤으면 어땠을까? 하고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새로운 버전의 일기를 써서 보여줍니다. 다른 또래 아이들 태권브이 노래가 나올 때 신이 나서 박수를 치며 좋아했는데, 숫기가 없었던 저자는 그러지 않아 어머니에게 혼이 났다는 내용이었어요.


앞서 소개한 일기보다 확실히 생동감 있고 재미있는 일기였습니다. 저자는 그리고 아래와 같은 말을 남깁니다.


“영화 이야기라고 해서 꼭 영화 줄거리와 그에 대한 느낌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중략) 영화가 끝나고 외식을 했던 경험도 좋겠지요.

(태권브이를 본) 그날 어머니는 저희를 분식집에 데리고 밥을 사주셨는데 제가 비빔국수를 시키니까 매울 것이라며 말렸습니다만, 제가 끝끝내 우겨서 결국 시켰지요. 겁나게 매워서 결국 못 먹었습니다. 이런 얘기도 재미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뭐든지 쓰세요. 영화와 관련이 없으면 또 어떻습니까? 뭐든지 쓰면 됩니다. 그게 바로, 일기입니다.


이 책을 읽은 이후로 저는 리뷰를 쓸 때, ‘리뷰를 쓴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냥 편하게, 책이나 영화가 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존재했었는지, 그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내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에 대해 씁니다.


그게 책이나 영화 내용과 관련 있는 것이라면 내용을 언급하고요. 그게 아니라면 조금 벗어나더라도 그냥 일상 이야기로 콘텐츠를 채웁니다.


제가 만들었던 콘텐츠를 예시로 보여드릴게요.


https://youtu.be/oH5KyPQxqWc


나는 죽어도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 계시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동기부여가 많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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