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하면 다음 말을 떠올릴 것입니다. 살기를 도모하는 사람은 죽을 것이요,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 것이다.
<난중일기>에는 이런 식으로 비장한 말들이 잔뜩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난중일기>를 삽니다. 하지만 실제의 <난중일기>는 우리 생각과 딴판입니다.
임진년 1월 초2일 맑다.
나라의 제삿날임에도 공무를 보았다. 김인보와 함께 이야기했다.
1월 초3일 맑다.
동헌에 나가 별방군을 점검하고 각 고을과 포구에 공문을 써 보냈다.
1월 초4일 맑다.
동헌에 나가 공무를 봤다.
<난중일기>는 대략 이런 식입니다. 이게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이 일기가 임진왜란에 대한 중요한 사초이기 때문이지 재미있게 쓰여서가 아닙니다.
자, 여기서 우리는 뭘 느껴야 할까요? 전쟁이라고 해서 뭐 그리 대단한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순신 장군은 거의 매일같이 일기를 썼다는 점이지요.
이순신 장군을 본받고 싶다고요? 그렇다면 일기를 쓰십시오.
“영화 이야기라고 해서 꼭 영화 줄거리와 그에 대한 느낌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중략) 영화가 끝나고 외식을 했던 경험도 좋겠지요.
(태권브이를 본) 그날 어머니는 저희를 분식집에 데리고 밥을 사주셨는데 제가 비빔국수를 시키니까 매울 것이라며 말렸습니다만, 제가 끝끝내 우겨서 결국 시켰지요. 겁나게 매워서 결국 못 먹었습니다. 이런 얘기도 재미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뭐든지 쓰세요. 영화와 관련이 없으면 또 어떻습니까? 뭐든지 쓰면 됩니다. 그게 바로, 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