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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Jul 07. 2023

수능 뒤에 ’해방‘이 있을 것이라는 착각

수능은 세상에서 제일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적어도 고3 땐 그렇다. 난이도가 어떻든 단 하루의 시험에 당락이 좌우된다는 사실이 숨통을 조여 온다.


자연스럽게 ‘수능만 끝나면 돼’, ‘대학만 가면 해방이야’와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나왔던 윤여정 배우의 대사가 떠오른다.


“누가 그래? 인생이 그렇게 단순하다고.“

나는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지만 한동안 대학 공부에 적응하지 못했다. 내용이 특별히 어려워서라기보다 나를 평가하는 방식이 너무 낯설었기 때문이다.


대학은 끊임없이 읽고 쓰는 것을 요구했다. 과제로는 책 읽기와 레포트 쓰기가 주어졌고, 시험 문제는 늘 약술형, 논술형으로 나왔다.


왜 답안지는 또 넓디넓은 여백의 B4 용지였는지. 대학 입학 후 처음 마주했던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때의 당황스러움은 아직도 생생하다.



수능을 준비하느라 객관식 시험에 길들여진 데다, 활자울렁증까지 있었던 내가 이런 시험을 잘 치를 리 없었다. 내 성적표는 C+, C0로 도배됐다.


읽는 것도 잘 못하는데 쓰기까지 해야 하다니. 앞으로의 대학 생활이 막막했다.


군 제대 후 심기일전한 나는 약술, 논술형으로 나올만한 내용을 통째로 외우는 식으로 응수했다. 나름 효과가 좋았다. 1, 2학년 때 망쳐놓은 학점을 평균 B+ 정도로는 올려놓을 수 있었으니.


그러면서도 여전히 책은 읽지 않았다. 과제로 주어지는, 꼭 읽어야 하는 책만 읽었다.


‘모름지기 대학생이라면 중앙도서관에서 책은 많이 빌려 봐야지’ 하며 몇 번 자발적 독서를 시도해 봤지만

절반도 못 읽고 반납하는 날이 많았다.


어느 정도 돌려놓은 학점을 뒤로하고 슬슬 또 다른 걱정을 하게 됐다. 졸업과 함께 취업 시즌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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