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취업에 성공하고 나서는 더더욱 못했다. 하루하루가 바빴다. 책을 가까이해야겠다는 생각, 전혀 들지 않았다. 허구한 날 밤을 새워 일하는데 그런 마음이 생기는 게 이상했다.
방송국 생활에 찌들어가던 5년 차. 마침내, 쉼표를 찍었다. 육아휴직이었다.
이전까지는 정말 ‘쉼’이 없었다. 대학교 졸업 직후 첫 직장 취업. 휴지기 없이 두 번째 직장으로 이직. 이후 데일리, 위클리 프로그램에 가리지 않고 투입되며 바쁘게 살았다.
휴가, 있긴 했는데 한 번에 3박 4일 정도가 맥스였다. 그 이상은 눈치가 보여 쓰지 못했다. 요즘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생각하면 진짜 억울한데, 당시에는 선배들도 다 그렇게 했어서 별 수 없었다.
그런데 육아휴직이라니. 무려 네 달이라니!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동안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못했던 일들을 다 해볼 요량이었다. (물론 ’육아‘라는 육아휴직 본연의 목적도 잊지 않았다.)
아빠, 남편으로서 해야 할 일 외에 ‘나’로서 세웠던 목표 중 가장 큰 것. 역시나 독서였다. 나만 ‘책이 재미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 그걸 빨리 떨쳐내고 싶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문제에 부딪혔다. 도대체 무슨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그때 우연히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동진 독서법>이었다. 세상에. 처음 알았다. 책 읽는 법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 있다니.
‘독서법’이라는, 내가 궁금해하는 주제. 게다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빨간색의 표지 디자인. 저절로 손이 갔다.
나 스스로 책을 읽기 시작한 것도 오랜만이었는데, 그보다 더 신기했던 사실.
책이, 재미있었다는 거다.
<이동진 독서법>은 그동안 나의 책 읽기가 왜 실패해 왔는지, 어떻게 하면 독서를 계속해나갈 수 있는지 알려줬다.
버릴 문장이 없었다. 읽는 즉시 피부에 스며들었다. 조금의 어려움도 없이 책을 다 읽었다. 책 한 권을 ‘재미있다’는 느낌으로 끝까지 읽은 게 얼마만이었던지.
그때 느꼈다.
<이동진 독서법> 이후로도 나는 독서법 관련 책을 몇 권 더 읽었다. 그냥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랬다. 술술 읽혔다. 누가 쓴 책이든, 상관없었다. ‘독서’라는 주제가 그만큼 내 욕망, 내 고민에 크게 맞닿아 있었던 거다.
앞으로 책이 재미없는 시기가 찾아오면, 나는 또 이렇게 생각해 볼 것이다.
“내가 요즘 제일 알고 싶은 게 뭐지?”
“나는 요즘 뭘 원하지?“
“나는 뭘 잘하고 싶어 하지?“
“나는 어떤 분야를 더 깊게 알고 싶지?”
이런 질문에 솔직하게 답할 수 있다면, 그리고 책을 고른다면, 무조건이다. 책 읽는 재미, 바로 되찾을 수 있다
그러고 보면, 그 많고 많은 책들 중 하나를 고르고, 읽고, 생각한다는 건, ’가장 솔직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이 아닐까?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는 건 어쩌면 나 자신과의 대화가 부족하다는 방증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