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원준 Nov 13. 2023

글쓰기 쉽게 시작하는 법

요즘 글 쓰는 게 너무 어렵다. 재밌는 책만 골라 읽으며 겨우 극복한 활자울렁증이 다시 스멀스멀 다가오는 것 같다. 매주 발행하고 있는, 바로 이 연재 브런치북 때문이다.

‘나의 활자울렁증 해방일지’는 진짜 부담 없이 시작한 나 혼자만의 프로젝트였다. ‘이런 글 써보면 좋겠다’ 정도로 가볍게 구상했고, 소재가 떠오를 때마다 비정기적으로 써서 올릴 생각이었다.


매거진에 글이 10편 가까이 쌓였을 때쯤, 브런치스토리팀으로부터 ‘응원하기’ 연재 파일럿에 참여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브런치에서 야심 차게 내놓은 새로운 시스템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내 분수도 모르고 욕심을 냈다. 선뜻 신청서를 제출하고 주 1회 글을 발행하겠다고 약속까지 해버렸다.

‘매주 한 편은 어떻게든 써지겠지. 해보자!‘라고 결의를 다졌지만, 사실 아무 대책 없는, 겉만 번지르르한 다짐이었다.


회차를 거듭하면서 할 이야기가 고갈되어 갔다. 글을 발행하기로 되어 있는 화요일이 가까워 오면 점점 초조해졌다. 의무감에 뇌는 오히려 더 굳어 버렸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래, 그 두 단어. 의무감과 부담감. 그게 문제다. 그것으로부터 해방되어야만 한다. 글쓰기 자체가 즐거워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쉽게, 꾸준히 할 수 있다.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었던 2018년. 그땐 정말 글이 술술 써졌다. (좀 재수 없게 들릴 수 있겠는데) ‘글 쓰는 게 이렇게 쉬워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당시 내 글의 주 소재는 육아였다. 첫 아이가 태어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내 앞에 펼쳐졌고, 글로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이 일상 속에 가득했다.


무슨 요일에 글을 꼭 올려야 한다는 의무감, 의미 있는 이야기를,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 그런 건 전혀 없었다. 나의 경험과 그 당시 내가 느낀 감정을 남기는 것만으로 충분히 재밌었고, 행복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글을 꾸준히 쓰고 싶다면 마감 기한을 정하고 사람들에게 ”매주 O요일에 글 한 편씩 꼭 올리겠습니다!“라고 공개적으로 알리라고. 그럼 어떻게든 쓰게 된다고.


효과가 없다고 할 순 없는데,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나 같은, 아직 갈 길이 먼 글쓰기 초보들에게는 오히려 역효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건 몰라도 글쓰기만큼은 ‘강제적인 힘’보다 ‘자발적 동기’가 중요하다. 마감에 쫓겨 매주 ‘어떻게든’ 써내는 것보다, 비정기적이더라도 ‘삘이 빡! 왔을 때‘ 호로록 써 내려가는 경험을 여러 번 하는 것이 글 쓰는 재미를 느끼는 데에는 더 도움이 된다. 경험상 그렇게 편안한 마음에서 즐겁게 쓴 글이 반응도 더 좋았다.

그래서 처음 글쓰기를 시작한다면, 일상을 소재로 한 글을 먼저 써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할 수 있는 글쓰기는 뭐니 뭐니 해도 ‘일기 쓰기’가 최고니까.


오늘의 글 첫머리에서 “요즘 글 쓰는 게 너무 어렵다”로 운을 띄운 것도 사실 글이 너무 안 써져서 일기 쓰듯 한 것이다.


(휴. 이렇게 또 한 편을 썼다…^^)

이전 13화 1년에 몇 권 읽는지는, 상관없는 거 아닌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