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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Oct 31. 2023

‘뒤늦게 깨달아 억울했던’ 책 읽는 습관 만드는 법

책 읽는 데 재미를 붙였다면, 굳이 ‘습관’이란 걸 따로 만들 필요가 없을 것이다. 책에 손이 저절로 갈 것이기 때문에.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면, 다시 말해 책을 읽어보기로 결심은 했는데 영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면, 여기, 좋은 방법이 있다.


”나는 [언제] [어디서] [무조건 책을 읽을 것이다].“


이 문장을 내 생활 패턴에 맞게 완성한 다음 그대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시기가 언제인지 떠올려봤다.

학창 시절도, 수능으로부터 해방된 대학생 시절도 아니었다. 직장인 중에서도 바쁜 시기로 손에 꼽는 5-6년 차 때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당시 나는 출퇴근하는 데 매일 2시간 이상을 쓰고 있었다. 걷는 시간을 제외하고도 지하철 타는 데만 왕복 1시간이 걸렸다.

어느 날 문득,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다. ‘하루 1시간쯤이야’ 할 수 있겠지만 그게 한 달만 쌓여도 20-30시간이다.


그 시간에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위에 소개한 문장대로라면, 이렇게 한 거다.    


“나는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무조건 책을 읽을 것이다].”


처음엔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다는 게 참 어색했다. 괜히 유식한 척하는 것 같고, 독서한다고 유세 부리는 것 같고, 내가 어떤 책을 읽는지 사람들 쳐다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이래저래 불편했다.


타인을 과도하게 의식한 거였는데, 그런 생각이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대부분 자기 할 일에 몰두해 있느라 내가 뭘 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점점 지하철이란 공간이 아주 편하게 느껴졌다. ‘세상에서 책 읽기 가장 좋은 곳이 바로 여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적당한 소음이 있고, 웬만해선 긴급한 연락이 오지 않는, 조용한,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너무 거리가 멀어 힘들게 느껴졌던 출퇴근길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만약 회사가 집에서 가까워 걸어 다닐 수 있었다거나 직접 운전을 해서 다녔다면 나는 아직까지 책 읽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딱 1년 했는데 독서 기록 앱에 책 30권이 쌓였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사소한 생활 패턴을 아주 조금 바꿨을 뿐인데, 나로서는 정말 큰 변화를 만들어 낸 거였다.


이 방법, 조금만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언젠가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거기서 내 경험에 딱 맞는 내용이 나와서 매우 반가워했던 기억이 난다.


* 일반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하지 않을 때 동기는 결여된다. 행동을 해야 하는 시간과 장소가 늘 분명하지도 않다. 그렇기에 언제 올지 모를 타이밍을 기다리기보다는 습관에 시간과 장소를 부여해 실행 의도를 세워야 한다.

* 자신의 습관에 이 전략을 적용하는 간단한 방법은 다음과 같은 문장을 써보는 것이다.

'나는 [언제] [어디서] [어떤 행동]을 할 것이다.'

습관을 가장 성공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 시간과 장소를 생각하라. 뭔가에 열중해 있는 시간에 어떤 습관을 시도하려고 하지 마라.

* '책을 더 많이 읽어야지.' '더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지.' 이런 습관은 훌륭하지만 언제 어떻게 행동할지를 지시하지는 못한다.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하라. 문을 닫은 후에, 이를 닦은 후에, 식탁에 앉은 다음에 같은 식으로 말이다. 분명하게 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어떤 습관을 만들고자 할 때 시간과 장소를 함께 엮어 목표를 세워보는 것. 그게 꾸준히 실행할 확률을 끌어올린다는 사실을 알고 요즘은 다른 곳에도 적용해보고 있다.


내가 독서 다음으로 고질적으로 잘 못하고 있는 게 있었는데, 운동이다. 학창 시절에는 체육시간이란 게 있고, 친구들이랑 하고 노는 게 공놀이였으니까 자연스럽게 운동을 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자발적으로 땀을 흘린 적이 거의 없다. ‘운동해야 되는데, 해야 되는데’ 생각만 한 게 10년은 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몸 여기저기가 고장 나는 게 느껴진다.


이제 진짜 해야 될 것 같다. 최소한의 운동. 정말 작은 습관. 그것부터 시작하자.


문장을 만들었다.


“나는 [매일 아침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집에서 나가기 전] 플랭크를 할 것이다 .“


그리고 실천 중이다. 오늘로 54일 차다.


100일 차가 되면 어떻게 될지, 이렇게 1년이 지나면 어떤 변화가 생길지 기대된다.


아무 일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한 가지 루틴을 오랜 기간 ’매일‘ 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일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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