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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Oct 16. 2023

알고 보면 간단한 ‘독서 슬럼프’ 빠져나오는 법

독서에 재미 붙이는 법을 알게 됐다고 해서 책이 늘 잘 읽히는 건 아니다.


이미 고수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면 어떨지 모르겠다. 이제 막 첫 발을 뗀 독서 초보에겐 반드시 온다. 책이고 뭐고 다 귀찮은 그런 순간이.

이른바 ‘독서 슬럼프’라 할 수 있겠는데, 여기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소설책을 읽는 것이다.




아니, 책 자체가 눈에 안 들어오는데 소설을 읽으라니? 얼핏 보면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말, 된다.


비문학, 그러니까 인문, 자기계발, 경제, 경영 분야의 책을 읽을 땐  그 순간 나의 심리 상태가 어떤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책 내용에 내가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지,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에 따라 그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지 없을지가 결정된다.


여기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변수가 있다. 일상이다. 회사 일이나 인간관계, 집안일 등으로 바쁘거나 머릿속이 복잡한 경우, 독서 따윈 안중에도 없게 된다. 내 코가 석자인데, 책이 무슨 대수란 말인가.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읽을 수 있는 책, 그게 바로 소설이다. 지식 탐구에 대한 열정이 식었어도, 일상이 아무리 나를 힘들게 해도, 그 어떤 상황에서도 소설은 읽을 수 있다, 라는 게 내 나름의 결론이다.


‘호모 나랜스(Homo Narrans)’라는 말이 있다. ‘이야기하는 인간’이란 뜻인데,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야기에 끌리는 존재라는 말이다. 설령 그 ‘이야기’가 스크린이 아닌 책 속에 펼쳐져 있더라도 우리는 그걸 보고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다.


감히 이렇게 얘기해 본다. 예외는 없다고. 한때 활자울렁증으로 고통받던, 독서 초보 중에 초보였던 나도 가능했으니까. ‘나는 소설이라면 언제든 읽을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시도해 보자.


그래도 아무 소설이나 집어 들기보다는 본인 취향을 바탕으로 고르는 걸 추천한다. 평소 즐겨보는 영화나 드라마 장르를 떠올려 보고 그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책을 선택하면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



나는 누군가 선호하는 영화 장르가 뭐냐고 물어오면 망설임 없이 이렇게 대답한다. 범죄, 스릴러물을 좋아한다고. 치고받고 싸우고 선혈이 낭자한, 그런 것들을 즐긴다.


그래서 추리소설들을 먼저 골라 봤다. 막연히 ‘추리소설이라면 셜록 홈즈 아닌가…?’ 라는 생각으로 셜록 홈즈 초기 작품들을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담았다. 또, (어디서 주워들은 건 많아서) ‘아가사 크리스티‘의 책들도 추가했다.

읽어 보니 그렇게 흥미진진할 수가 없었다. 독서에 재미를 붙이면 책에 손이 저절로 가게 된다는데, 딱 그런 느낌이었다.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을 때, 출퇴근길에, 하루를 마무리하고 자기 전에,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책을 펼쳤다.


이어지는 이야기가 궁금해서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아, 그래서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그렇게 판타지, 무협 소설에 빠졌던 거구나’ 뒤늦게 이해하게 됐다.


이런저런 소설들을 탐닉하다 보니 좋아하는 작가도 생겼다. 일본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책을 추천받아 읽은 적이 있었다. 꽤 두꺼운 책이라, 처음엔 부담스러웠다.’언제 다 읽지?‘ 했는데 막상 읽어 보니 그런 걱정은 금세 사라졌다.

빠르게 몰입이 됐고, 읽는 내내 손에는 땀이 쥐어졌다. 마침내 마지막 장을 넘기고서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환상적인 이야기에서 오는 감동과 희열, 두꺼운 소설 책 한 권을 읽어냈다는 성취감과 쾌감.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그때부터 한 두어 달은 소설만 읽으며 보냈던 것 같다. 당시는 일상에 많이 지쳐있던 시기이기도 했는데, 덕분에 잘 이겨낼 수 있었다. 독서 슬럼프에서도 무사히 빠져나왔다.




아니, 재미있는데 정신건강에도 좋고, 책 읽는 습관 만드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이 정도면 소설책 안 읽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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