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우~ 크게 한숨을 내쉬어 본다.

40대 회사원의 이야기 - 16. 악순환

by Heosee

"휴우~"

요 며칠 집으로 오는 버스에서 코를 골며 곯아떨어지더니

오늘은 내릴 때를 지나쳐버린다.


"진짜 전쟁 같은 하루였네"

너무 고되었던 8시간. 어둑어둑한 적막과 온몸이 지쳐버린 상태로

지나쳐 버린 만큼. 굳이 걷지 않아도 긴 길을.

안 해도 될 고생을 사서 하는 나를 탓하며 터벅터벅 걸어 집으로 향한다.

"춥다~몸도 마음도~"




"나는 언제나 정직합니다. 거짓말을 못해요"

"나는 부자예요" 하는 사람치고 부자인 사람을 보지 못했고

"나는 독실해요" 하는 사람치고 간절하고도 독실한 종교인도 보지 못했다.


세상 살아가다 보니 어떤 단어와 사상을 항상 남한테 주지한다는 건.

그 사람이 가장 안 지킨다는 법칙. 그리고 나한테는 지키라고 강요하는 "꼴"을 자주 보게 된다.

어쩌면 자신이 그렇다고 믿는 사람들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저러는 걸까?


"왜 이렇게 되었는지 보고 바랍니다."

퇴근을 앞두고 내려온 지시 사항에 맘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잘못한 사람은 나라고 적혀져 있다. 5년 전 일인데.. 당황하고 애써 기억을 더듬어 봐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오늘만 해도 죽을 동 살 둥 정신없이 일을 처리해 나가고 있었는데 메일 한 통에 그냥 백만 톤 망치로

머리를 맞은 거 같다.


노트북을 닫고 집에 오긴 했는데, 머릿속에는 온갖 모든 잡스런 생각이 떠다닌다.

'정말 내가 그랬을까?'

'무슨 생각으로 일을 했지? 미쳤었나?'

결국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으로 밤잠을 설쳐가며 해가 뜨기만을 기다린다.

'머가 잘못된 거였을까'



*악순환*

일은 쌓여가고 정신없이 쳐낸 그 많은 건들 중에서 한두 건은 탈이 나게 되어 있는 게 세상의 이치.

그리고 그에 대한 현상 파악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동안에도

책상 위에 해야 할 일은 새롭게 쌓여간다.

몸은 지쳐가고 컨디션은 "멍~"으로 바뀐다.


쉽게 진도는 나가지 못하고

" 아직 다 못했어? 네가 했던 일인데 기억 안 나?"

"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를 달고 살다 보니 점점 자존감이 바닥을 향해 수렴한다.

내가 회사 생활에서 배운 건 누군가의 급한 감정의 불부터 끄려면 나를 낮추고 수그리고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확인해 보면 나로부터 인한 일이 아니거나 어떤 사정이 있어서 협의 하에 진행한 건이라도

"아 그랬구나. 알았어"

"아 내가 그러자고 했어? 그래 그런가 보다"

"그럼 기억을 잘했어야지. 됐어 다시 해와"


다시 겪고 싶지 않기에 거듭된 확인과 다시 체크 그리고 다시 보내기 전에 검사.

이렇게 까지 했는데 이슈가 생기게 되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란 생각에 큰 한숨이 쉬어진다.


"휴~"


그리고 이 결과는 또 하나의 발목으로 잡힐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일이 많아서 못하든 몰라서 못하든 결과가 중요한 거지"

"일이 완벽하지 못하네. 다른 사람은 안 그렇던데"

몇 년이 지나 나는 기억도 없을 때 필요할 때면 다시 들먹인다 "너는 전번에도 그러더니?"

악순환이다.




"머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해달라고요?"

"뭐요? 이걸 나보고 하란 거예요? 그게 어디 나와있어요?"


신입 시절 - 회사에는 화만 가득한 사람들만 산다고 생각했었다.

전화를 걸던 업무 협조 전을 보내던 신기하리 만치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응은

격앙되고 예민하고 목소리 톤을 높여 화가 난 듯 느껴졌다.


'왜 화부터 내는 거지?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어느 순간 지나고 보니

사회건 회사건 어찌 됐건 머든 목소리 큰 놈이 일을 덜 하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터득하고 나니 애매한 일에 대해서는 우선 목소리 높여 말하게 되고

큰 일인듯 과장하며 말하는 사람에겐 담담하게 할 말은 해야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전화로 하지 말고 내려와서 직접 설명 좀 해요."

"사람이 얼굴 보고 이야기해야지 이런 종이 쪼가리 찍하고 던지면 누가 하라는 거야"


그래서 그때의 어른들은 발로 직접 뛰라고.. 조언해 주셨었는데.

사람이 얼굴 보고 정 붙이는 게 큰 거라고 하셨다. 회사 생활은 단지 종이 쪼가리로 하는 거 아니라고 ~

그러나 시대는 바뀌고 요즘은 카톡 쪼가리로 업무를 지시한다.

전달 수단이 바뀌었을 뿐 변하지 않는 건 다 매한가지인가?




"거봐 내가 그랬지. 나서서 열심히 하지 말라고!"

세상 이치를 나보다 먼저 깨달았던 동기가 했던 말 같잔은 말이 오늘은 사무친다.

그때 만약 내가 내 일이 아니라고 나서서 적극적으로 방어했으면 지금 아무렇지 않게 편하게 집에 간

그 사람이 되었을까? 지키라는 대로 지켰을 뿐인데 지키지 않고 넘어갔던 그 사람이 현명한 걸까?


"거봐 거봐 착하게 열심히 해봐야 너만 손해야"

지나가다 문득 들은 그 얼토당토 하지도 않다고 생각했던 그 소리가 오늘 하루 맘에 계속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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