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지쳤을 때

40대 회사원의 이야기 - 4. 진이 빠졌을 때

by Heosee

며칠 지나고 난 뒤

사수 : 헤오씨 이제는 이해가 돼? 다른 사람들은 다 되는 거 같은데..

헤오(Heo) : (...) 아~ 네! 되는 것 같아요.


제일 어정쩡한 말 "이해가 되는 것 같아요"

되면 되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되는 것 같아요란 말을 쓸 수밖에 없는

오늘 하루


하루가 너무도 빨리 지나갔다.

이해도 못한 데다가 요령도 없는 업무를 열심히 해봐야 되는 게 아닌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주어진 일이기에 나로 인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일지는 모르지만 공은 쏟아붓는다.


가르쳐 주는 사람 모두~! 친절하게 자세하게 알려주려고 한다.

허나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그 빠른 손놀림을 따라가지 못하다 보면

두 번 묻게 되고.. 그리고 세 번을 묻게 된다.


사람들이 흉볼까 봐 쉽게 모른다고 찾아가는 것도 쉽지가 않다.

이러고저러고 혼자 풀어보고 싶지만 코앞으로 닥친 마감 앞에

한없이 붙잡고 있기보다는 해볼만큼 해보고 우선은 물어서 해결하는 쪽으로 상황을 정리한다.




헤오(Heo) : 선배님 바쁘시지 않으면 다시 한번만 물어봐도 될까요?

사수 : 그럼 물론이지

눈치를 주지 않지만 나 혼자 스스로 눈치를 본다.

머릿속으로는 이렇게 저렇게 누르면 바로 될 것 같은데 막상 눌러보면

여기에서 막히고 저기에서 막히고, 경험이 없으니 헤매지 말아야 할 부분에서 헤매고 또 헤맨다.


헤오(Heo) : 오늘은 이게 맞을까요?

사수 : 오늘은 할 거 없다고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후..!

아주 조금 격앙된 목소리에 마음을 다친다.

묻고 싶지 않은데 물어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자존감은 바닥으로 처박는다.




혼자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못한다는 걸 들킬까 봐 또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새 진이 빠진다.


1년여 만에 보는 동기들의 모임도 자신이 없어진다.

나가서 나 힘들다고만 할 것 같아서 약속을 피했다.

"나 잘살고 있어" 하고 싶은데 뒤집어진 일상은 쉽게 회복이 되지 않는다.


거듭되는 반복과 실패. 더딤. 무능력하다고 느껴지는 자괴감

이곳에서 적응을 못하는 건가 란 생각을 가장 먼저 하고 있지만.

스스로 쉽지 않을걸 알고 있었음에도 도전한 나를 원망해야 하는 걸까.


더디니까 느리다. 느리니까

그러면 마음이 급해진다. 틀린 부분을 집고 다음에는 덜 틀려야 하는데

우선은 넘기기 급급하다. 그게 실패인걸 알지만.

고쳐지지 않는다 급한 마음이..

오늘 하루는 정말 진이 빠진다라는 말이 절로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