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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osee Jan 02. 2024

호찌민 우연히 만난 낯선 고수

허씨(Heosee) 여행 Episode 1. 호찌민 in 베트남

"호찌민에서 길을 건널 때 베트남 고수들 뿐만 아니라 외국 형님과 함께가도 괜찮은 것 같다. "




허대리는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를 타고 베트남 호찌민으로 향했고

새벽녘 숙소에 도착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호찌민의 아침이 밝았다.

호찌민의 아침 풍경


완벽하게(?) 계획한 스케줄에 따라

껌땀 맛집으로 아침 먹으러 가려면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한다.  

대략 도보 10분. 자 심호흡을 열 번쯤하고 길을 나서본다.




몇 번을 와본 도시지만 길 건너는 것만큼은 적응이 안 된다.

횡단보도 신호가 없는 곳은 물론, 8차선의 도로도 "눈치껏 , 요령껏" 건너야 한다.

처음 왔었을 때는 횡단보도 앞에서 20분가량을 못 건너고 서있었던 적이 있다.

수많은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차도 막 지나가고 그 깻잎 두장 차이로 지나가는

아슬아슬한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도로 숙소로 돌아갔었다.


수많은 베트남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길을 건넌다.

그래서 내가 살기 위해 선택한 방법. 길을 건널 때는 현지인과 나란히 바로 옆에서 건너는 거였다.

오토바이가 와서 부딪힌다 하더라도, 차가 와서 부딪힌다 하더라도 ,수많은 빵빵 거림에도

내 갈길을 가시는 고수이니까 말이다.  


이번에도 현지 고수분들의 뒤를 따르려고 하는데..

저 먼발치에 덩치 큰 블랙 옷을 입은 외국 형님이.. No. Nope. 하시면서 길을 건너간다.

낯선 외국인에게서 고수의 느낌이 난다.

"옳다구나, 오늘은 저 고수분이다" 허대리는 얼른 뒤에 얍삽하게 살기 위해 붙었다.

그래도 티는 안 나게 한 일 미터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를 돌아서 말을 건다


외국 형님 :  길 건너기가 너무 힘들지 않니? ( 물론 다 영어로...)

허대리 : (무척 쫄아 있었음. 따라온다고 할까 봐)  What?

외국 형님 : 오토바이랑 차랑 둘 다 너무 위험해.


마침 오토바이가 아슬아슬하게 우리 둘을 부딪히지 않고 지나갔다.

블랙 옷 형님 :  (놀람) 조심해!!!

허대리  : (매우 매우 놀람) 감사합니다.  


그 짧은 순간의 위험을 함께 겪은 허대리와 블랙 옷을 입은 외국 형님은 급 친해졌고    

함께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주제는 호찌민 거리 이야기, 날씨 이야기,

블랙 옷 형님이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이곳에 취직한 인생 이야기까지.

  

블랙 옷 형님 :  한국은 못 가봤는데 이렇게 오토바이가 많이 없지?

허대리 : (K 부심) 그럼요. 깨끗합니다. 한국에는 가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블랙 옷 형님 :  여기서 일을 하고 있어.  언젠가 가보고 싶긴 하구나.


머 그렇게 할말이 많았는지 안되는 영어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지.

혼자 간 여행에서 친구를 사귄 느낌이었다.  물론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No" "Nope"하며 손짓하고 같이 건너주던 든든한 블랙 옷 형님.

한 10분 길을 걷는 동안 너무도 든든했고 보디가드 처럼 나와 동행해 주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위험한(?) 거리 걷기가 끝나고 블랙 옷 형님 직장 앞에서 헤어졌다


블랙 옷 형님 :  좋은 여행 하고 좋은 하루 보내.

허대리 : Thank you.


아차 그렇게 낯선 짧은 동행이었지만 소심한 허대리는 이름도 물어보지 못했다..

실은 형님인지 동생인지 동갑일지도 모르는..

뒤늦게 "물어볼 걸 그랬나" 하는 후회 뿐이다.  



그렇게 고생해서 먹은 껌땀.

'그저 편하게 택시 타고 갔으면 블랙 옷 형님을 만나지 못했을 거니까.. 이 또한 경험이겠지?'

'블랙 옷 형님은 이 가게를 아시려나? 모르시면 소개해 드릴 걸'..  별의 별 생각을 하면서 밥을 먹는

허대리였다.


하지만 오늘 하루 뭔가를 해냈다는 뿌듯함으로 밀려왔고

허대리는 호찌민의 여행, 베트남 긴 여행을 시작했다.


고기는 숯불이다!
남이 구워준 고기는 맛 난다! 껌땀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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