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희 ㅡ 학생 파일럿
저녁 9시경. 침대에 누워 티비를 보고 있었다.
"여보세요?"
"미희야, 라스베가스 갈래?"
"지금요?"
몇 시간 운전하면 갈 수 있는 거리긴 했다. 근데 지금 가서 언제 돌아오려고…
"응. 아는 형님이 타임빌딩하러 간대. 같이 갈래?"
"어… 네! 갈래요!"
"10분 뒤에 데리러 갈게."
벌떡 일어나 옷장으로 뛰어갔다. 타임빌딩이라 하면 비행훈련 중 또는 후에, 항공사에서 요구하는 비행시간을 채우기 위해 사비로 비행기를 렌트해 여기저기 다니는 것이었다. 이제 갓 입과한 우리 같은 학생 파일럿에겐 흔치 않은, 신나는 경험이었다.
아마 아는 형님이란 분은 커머셜 파일럿 과정을 하고 계실 거다. 누군지도 모르지만 커머셜 과정이면 잘하시겠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준비를 마치고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첫 밤 비행이었다. 예쁘다고 듣긴 했지만, 정말 예뻤다. 뒷자리에 앉아 반짝반짝 빛나는 도시야경을 휴대폰에 담기 바빴다. 왼쪽 앞 좌석에 앉아 조종 중이던 아는 형님이 헤드셋을 통해 말했다.
"방금 관제에 물어봤는데, 라스베가스 국제공항에 내리게 해 주겠대."
"우와 진짜요?"
작은 공항에만 가본 나와 내 동기는 그저 큰 공항에 내린다는 게 신나 되물었다.
"원래 이런데 못 내리게 하거든… 근데 오늘은 안 바빠서 특별히 허락해주나 봐."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에게 이게 얼마나 예외적이고 특이한 상황인지 알려 주려는 듯, 아는 형님이 설명했다.
그렇게 굉장히 넓은 활주로에, 아주 작은 경비행기가 착륙했고 끼긱ㅡ 하찮은 소리를 내며 천천히 택시웨이로 빠져나갔다.
아쉽게도 우리가 우버를 타고 스트립으로 나갔을 땐, 이미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은 상태였다. 평일 새벽이라 그런지 길거리에 사람도 거의 없었다. 끝에서 끝까지 산책이나 하자, 하고 길거리를 걷다가 공항으로 돌아갔다.
날 초대해 준 동기의 눈이 거물거물해 보이길래 그를 뒷자리로 밀어 넣고, 내가 앞자리에 올라탔다. 자동차 조수석에서 운전자가 졸리지 않게 계속 말을 걸어줘야 하듯, 새벽 3시경, 나도 같은 책임감을 갖고 헤드셋을 썼다. 아는 형님이 덜 피곤하게 우리가 번갈아가며 비행을 하면 좋았겠지만, 정말 나와 내 동기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말하는 감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어둠 속 런웨이 불빛만이 유일한 빛인 그곳에서, 우린 이륙했다. 새벽이라 공항 관제탑은 닫혀있었다. 우리의 현 위치를 공항 주파수로 반복해 방송한 후, Departure 관제로 주파수를 바꿨다.
런웨이에서 직진해 쭉 상승하며 관제에 우리의 현 위치를 알렸다.
그 순간,
"Are you aware there is a mountain right in front of you?"
심장이 철렁했다. 눈앞에는 암흑뿐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는 형님을 쳐다봤다. 그도 당황한 기력이 역력했다.
"I will…"
아는 형님은 말을 더듬으며 즉시 방향을 꺾었다.
"I will circle up."
직진하는 대신 빙글빙글 돌며 고도를 높이겠다는 말로 들렸다.
한동안 우리는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