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어디세요? 대표님 자리 천장에서 빗물이 쏟아지고 있어요!”
“네? 어떻게 빗물이 쏟아져요. 우리 사무실 지하인데….”
일산의 모처에서 교육을 받고 있던 중 같은 사무실을 쓰는 대표님의 전화에 꽤나 당혹스러웠다. 며칠 째 장대 같은 장맛비가 내렸다고는 해도 지하 사무실이 비 때문에 천장이 무너지다니, 그것도 내 자리에만 말이다.
그 이후 비가 내린다는 예보만 떠도 천장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혹시나 또?’ 하는 불안한 마음에. 결국 2년의 약정 기간이 끝나고 사무실을 옮기게 되었다.
그로부터 불과 1년이 되지 않은 어느 여름날 마주친 광경은 경악스러웠다. 우리 사무실에서 흘러나온 물이 이미 복도를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언젠가의 그날처럼. 설마 하며 문을 연 순간 사무실은 이미 물바다였다. 비 내리는 거리도 아닌데, 사무실 천장 곳곳에서 쏟아지는 물이라니.
“아니 어떻게 사무실을 옮겼는데도 이러냐고!!”
도대체 내가 물과 무슨 상관이라고 이렇게 해마다 수해를 입어야 하는지 울고 싶었던 심정을 그 누가 알까. 이후로도 나는 몇 번 더 물과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하루는 건물을 관리해주는 직원에게 “이 건물에 이렇게 물이 자주 새는 곳이 있나요?” 물었다. 안타까움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이곳만 그래요”라는 말에 헛웃음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아주 오래전 회사 동료들과 함께 그 당시 유행하던 사주카페를 다 같이 작정하고 찾아갔던 기억이 난다. 난생 처음 보는 점에 기대감을 듬뿍 안고 방문했다가 점쟁이의 냉정하고도 단호한 안 좋은 이야기들 퍼레이드에 기분만 상해서 돌아왔더랬다. 그때 사주 보시는 분이 했던 말 중에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건 ‘사주에 물이 많은데, 겨울 생이라 늦게 필 팔자’라는 말이었다.
옮기는 사무실 마다 물난리를 겪다 보니 ‘사주에 물이 많다’는 말이 이런 의미였나 싶은 생각에 자괴감이 들곤 했다. 사주에 물이 많은 게 내 탓도 아닌데, 그것이 원인이자 결과라는 건 내 입장에서는 꽤나 억울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정회도 타로마스터는 그의 책 <운의 알고리즘>에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그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나에게 이런 물과 관련된 일련의 일들도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어떤 것의 작용이든 반작용이든 인생 살면서 안 좋은 일들이 연달아 일어날 때면 마음의 여유를 갖기는 쉽지 않다. 그럴 때마다 내가 생각하는 건 ‘어차피 다 지나간다’라는 말이다. 세상 어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영원한 건 없다. 그러니 다음에는 좋은 일이 내게 와 줄 차례라고 나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