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에 물이 많다구요?

by 허혜영

“대표님 어디세요? 대표님 자리 천장에서 빗물이 쏟아지고 있어요!”

“네? 어떻게 빗물이 쏟아져요. 우리 사무실 지하인데….”


일산의 모처에서 교육을 받고 있던 중 같은 사무실을 쓰는 대표님의 전화에 꽤나 당혹스러웠다. 며칠 째 장대 같은 장맛비가 내렸다고는 해도 지하 사무실이 비 때문에 천장이 무너지다니, 그것도 내 자리에만 말이다.

그 이후 비가 내린다는 예보만 떠도 천장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혹시나 또?’ 하는 불안한 마음에. 결국 2년의 약정 기간이 끝나고 사무실을 옮기게 되었다.



rain-ged476d914_1280.jpg



그로부터 불과 1년이 되지 않은 어느 여름날 마주친 광경은 경악스러웠다. 우리 사무실에서 흘러나온 물이 이미 복도를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언젠가의 그날처럼. 설마 하며 문을 연 순간 사무실은 이미 물바다였다. 비 내리는 거리도 아닌데, 사무실 천장 곳곳에서 쏟아지는 물이라니.


“아니 어떻게 사무실을 옮겼는데도 이러냐고!!”


도대체 내가 물과 무슨 상관이라고 이렇게 해마다 수해를 입어야 하는지 울고 싶었던 심정을 그 누가 알까. 이후로도 나는 몇 번 더 물과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하루는 건물을 관리해주는 직원에게 “이 건물에 이렇게 물이 자주 새는 곳이 있나요?” 물었다. 안타까움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이곳만 그래요”라는 말에 헛웃음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woman-gf650ac5a7_1280.jpg



아주 오래전 회사 동료들과 함께 그 당시 유행하던 사주카페를 다 같이 작정하고 찾아갔던 기억이 난다. 난생 처음 보는 점에 기대감을 듬뿍 안고 방문했다가 점쟁이의 냉정하고도 단호한 안 좋은 이야기들 퍼레이드에 기분만 상해서 돌아왔더랬다. 그때 사주 보시는 분이 했던 말 중에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건 ‘사주에 물이 많은데, 겨울 생이라 늦게 필 팔자’라는 말이었다.

옮기는 사무실 마다 물난리를 겪다 보니 ‘사주에 물이 많다’는 말이 이런 의미였나 싶은 생각에 자괴감이 들곤 했다. 사주에 물이 많은 게 내 탓도 아닌데, 그것이 원인이자 결과라는 건 내 입장에서는 꽤나 억울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정회도 타로마스터는 그의 책 <운의 알고리즘>에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그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나에게 이런 물과 관련된 일련의 일들도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어떤 것의 작용이든 반작용이든 인생 살면서 안 좋은 일들이 연달아 일어날 때면 마음의 여유를 갖기는 쉽지 않다. 그럴 때마다 내가 생각하는 건 ‘어차피 다 지나간다’라는 말이다. 세상 어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영원한 건 없다. 그러니 다음에는 좋은 일이 내게 와 줄 차례라고 나를 응원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어쩌다 사장